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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나는 긁지 않은 복권이었다 4 - 도끼병?독기병?!
게시물ID : diet_740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Blackmouth
추천 : 4
조회수 : 516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5/07/01 17:10:15
프롤로그 -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diet&no=72807&s_no=10353812&kind=member&page=1&member_kind=total&mn=621839

짝사랑(상) -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diet&no=72833&s_no=10355787&kind=member&page=1&member_kind=total&mn=621839

짝사랑(중) -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diet&no=72933&s_no=72933&page=1

짝사랑(끝) - 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diet&no=72948&s_no=10365784&kind=member&page=1&member_kind=total&mn=621839

※본 연재글은 제 인생경험을 바탕으로 합니다. 실화이지만, 개인신상문제로 인물, 장소는 각색합니다.

처참했다. 모든 것이 골방의 어둠으로 빨려가는 느낌이었다. 내 자신도, 내 감정도, 내 모든 자신감도.
"너 맛들렸구나"가 메아리처럼 내 머릿속에서 울려퍼졌다. 창피했다.

"그래 살때문이야.. 이놈의 살 때문이야... 내가 뚱뚱하니까..."
뺀다. 이거 내가 뺀다. 내가 빼서 보란듯이 잘살거다. 보란듯이...
내가 바뀐다. 나도 멋지다는 걸 보여줄거야. 넌 후회할거다. 분명히 후회할거다. 오늘을 후회할거다.

나의 감정은 내 예상을 뒤엎고 분노로 표출되었다. 지금도 그때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다.
독이 잔뜩 올랐다.

전화를 건게, 오후 2시경이었나... 내가 내 감정을 추스리고 가장 먼저 한 것은 
B와 함께 가려고 했던, 극장에 간 것이었다. 그것도 원래 가기로 마음먹었던 B의 집 근처로.
지하철을 타고 한시간 반을 이동했다. 그리고 극장으로 걸어 들어갔다.
모든 것이 흑백사진처럼 무미건조해 보였다. 대낮이었는데도 B와 저녁을 먹던 그때와는 전혀 딴판이었다.
에스컬레이터에 올라탔다. 내몸이 움직이는게 느껴졌다. 그러니까 내가 아닌 내 몸이 움직였다.
내 몸이 무엇인가에의해 극장으로 운송되고 있었다. 이 고깃덩어리가 컨베이어 벨트를타고...

표를 끊었다. 역시 원래 같이 보려고 했던 코미디 영화였다. 내가 상당히 좋아하는 배우가 나오는 영화였다.
내 영화를 보려면 한시간 반이나 기다려야 했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내 예상대로 대부분의, 아니 어쩌면 나를 제외한 모든 관람객들이 연인들이었다. 낮 시간에 연인들이 그렇게 영화를 보러 오는 줄은 몰랐다.
푹푹찌는 한여름은 아니었지만 꽤 더운 날이었다. 그래도 그들은 붙어있었고 나는 떨어져 잇었다. 혼자 외로히 나락으로 떨어져 있었다.

관람관으로 들어섰다. 차가운 에어컨이 틀어져 있었다. 자리에 앉았다. 양 옆에는 연인들이 앉았다.
그리고 곧 조명이 꺼졌다. 옆에서 팝콘 부스럭 거리는 소리와 콜라를 마시는 소리가 들렸다.
내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게 더 처량해 보였다. 저런거라도 사올걸.. 
재밌는 영화였다. 그런데 웃지 못했다. 웃을 수 없었다.
영화관에서 모두들 웃는데 나만 웃지않는 드라마 속 주인공이 내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니다. 나는 그것을 모방했을 것이다. 그래야 더 슬퍼지니까, 그래야 내 독기가 더 오르니까.

영화가 끝났다. 크레딧이 올라갔다. 조명이 켜졌다. 연인들은 밖으로 나갔다.
나는 느릿느릿 출구로 향했다. 멍했다. 지독한 감기에 걸린 기분이었다. 
왔던 그대로 전철을 타고 집으로 향했다. 오는 길에 무슨 생각을 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전철역 바로 앞에있던 대형 상가빌딩 꼭대기 층으로 향했다.
거기에는 헬스장이 있었다. 난생 처음으로 헬스장을 가 보았다. 시끄러운 음악.
문을 열고 들어가서 쭈뼛쭈뼛 있으니 나이가 얼마인지 알 수 없는 아저씨께서 오셨다.
몸이 좋으셔서 나이를 분간하기 더 힘들었던 것 같다. 관장님이셨다. 나를 스윽 스캔하시는게 느껴졌다.

"헬스 끊으려고?"
"네..."
"전에 이용해 본 적 있나?"
"아니요.. 처..처음 입니다"
"그런 것 같네..." 그리고는 휙 돌아 카운터로 들어가셨다. 카운터에 붙은 가격표를 보여주셨다.

"한달에 8만원이고, 세달에는 18만원.. 음.. 우선 한달만 끊어보는 것 어떻겠나?" 관장님께서 조금 걱정스럽다는 듯이 말씀하셨다.

사실 학자금 대출을 받고 개인 용돈까지 벌어써야하는 대학교 신입생 애송이가 내기에 적은 돈은 아니었다. 고민됐다.
근데 B의 목소리가 다시 나를 후벼팠다.

"세달 해 주십시오. 여기에서 계산하겠습니다"
"오... 그렇게 하게나, 정말 열심히 해야해, 그래야 살빠져, T야! 손님 시설이랑 장비 좀 알려드려라!"

곧 울그락 불그락한 트레이너가 왔다. 이 사람은 분명 보디빌더다. 너무나도 명쾌한 몸이었다. 
그 사람에게는 건강한 몸만큼 건강하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흘러나왔다. 친절하게 사물함, 샤워장, 및 몇몇 운동장비들 사용법을 알려주었다.
옷을 갈아입었다. 딱히 어떻게 운동해야 한다는 계획은 없었다. 운동이 뭔지도 몰랐다.
일단 해보자. 힘들때까지 해보고 그만해야지. 
가장 가벼운 무게로 몇몇 웨이트기구를 해보았다. 너무 쉬운가... 운동이 되는건가... 조금 늘려볼까.. 조금 늘렸더니 또 너무 무겁다.
깨작깨작이라는 말이 가장 어울리는 행동이었다. 내가 보기에도 모든 운동을 깨작깨작하고 있었다.

트레이너T는 그런 내가 답답한 모양이었다. 
"음.. 런닝머신 뛰어보셨어요? 그거 해보시는거 어때요?"
"네.. 어떻게하면... 되죠?"

트레이너는 런닝머신 사용법을 알려주고는, 자전거 모양의 운동기구로 가서 TV를 보며 느릿느릿 다리를 움직였다.
나도 TV를 켜고, 한발짝 한발짝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곧 달리기 시작했다. 
15분 이상 가지를 못했다. 너무 힘들다...
오늘은 그만해야지. 시계를 보니 고작 40분이 지나있었다. 런닝머신을 뛰기 시작한지 40분이 아니라, 헬스장에 들어온지 40분이 지나있었다.

"음... 하루 40분 운동하면 충분하다는데 이것만 해야지. 너무 힘들다" ...지금 생각하면 진짜 나약한 병신같다.

내 운동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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