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누가봐도 인간은 아니다. 두발로 걷고, 지성도 존재하지만 거대한 몸집에 온몸을 뒤덮은 새하얀 털위로 단단해보이는 보호구들을 착용한것이 절대 자연의 그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그의 색이 죽은 왼쪽눈은 안대속에서 호박빛을 발했고 푸르게 빛나는 오른눈만이 주변을 둘러보며 사냥감을 찾는듯하였다.
아무런 기척도없이 거대한 두 짝의 문을 살며시 만지며 그곳의 문구를 읽어본다
"진정한 적은 그대안에 있나니"
렝가는 사뭇 일그려진 표정으로 그릉거리며 문구를 되뇌었다.
아마 그것과의 싸움으로 일그러진 자존감에대한 설욕일것이다.
렝가의 음성에답하듯 거대한 두짝의 문이 서서히 열려가며 렝가를 빛으로 인도하였다.
"시험이라... 익숙하군.."
렝가에겐 삶의 모든것이 이미 시험이었고 이번또한 그중 하나일 뿐이라는듯한 말을 되내이고 서서히 빛을향해 이끌려갔다.
회고
갑자기 빛이 눈을 멀게할듯 빛나고난뒤 렝가는 이상함을 느꼈다.
'왼눈의 시각이 돌아왔다.'
두눈의 시각이 돌아온 렝가는 기뻐하며 주위를 둘러보다 이내 그곳이 어딘지를 알게되었다.
벽마다 빼곡히 수놓은 강인한포식자들의 두개골들 바로 렝가의 장식장이었다.
태어나자마자 알비노라는 이름으로 무리에서 떨어져 살수밖에 없던 그는
스스로만의 영토를세우고 그곳을 자신의 독자적인 영토로 선포하고, 발을들이는 자들을 위협하기위해 강한자들을 사냥해 전리품들을 모으며 사냥의 전율을 느꼈다.
그리고 이내 다시한번 그 공포가 찾아왔다.
자신보다 강한자가 더이상 없는것일까.. 이대로 사냥의 희열과 전율을 느낄수 없게되는것인가...
그것은 렝가에게있어 죽음과 마찬가지였다.
그는 이내 이것이 과거의 기억임을 깨닫고 그것을 찾아갔다.
역시나 그곳엔 '그것'이 게걸스럽게 야수를 먹어치우고있었다.
렝가는 희열에 젖었다. 저 강인한 적을 다시 만났다는 사실에 몸이떨리고 기쁨에 몸부림치고있었다.
아마도 그것을 사냥하는것이 자신의 삶의 가장큰 목표가 되어버린듯 하였다.
지난번처럼 급히 매복하여 허점을 들어내지는 않을것이다.
온몸의 기척을숨긴채로 달려들어 그 그것의 목을 베어넘겼다.
반쯤 목이날아간 그것이 자신의 눈을 할퀴며 저항하였다. 그는 위화감과 회의감속에 마저 그것의 목을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