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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녀석>
게시물ID : soju_740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빵구쟁이
추천 : 0
조회수 : 61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2/04/09 00:03:00



비 오는 거리를 다니는 건 미친 듯이 싫어했는데,
안에서 비 오는 밖을 보는 건 참 좋아하는 놈이었다.
믹스커피에 녹차 티백을 넣어 먹는 신기하기만 했던 녀석은,
조수석 대시보드에 발을 모아 올리곤 비 오는 창 밖을 마냥 쳐다보기만 했다.
빗길, 가다 서기를 반복하는 도로 상황에
짜증이 날 대로 난 내 표정과는 많이 다른 녀석.
녀석의 그 표정을 보는 게 좋았다.
이를 드러내지 않고 웃는 미소,
초승달의 입을 만들며 웃는 그 미소를 보는 게 좋았다.
한 번도 내 편이 되어주지 않았던 못된 놈이었지만,
머릿속에 박힌 그 미소를 지우는 건 쉽지 않을 듯하다.
미련은 아니지.
오래전에 읽은,
맘에 와 닿던 책의 한 구절이 생각나는 것과 같은 것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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