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소초 근무했는데 해안선을 따라 철책선이 이어져있어 그걸 따라 순찰하는 게 주 임무였다 그런데 굴 따는 할매와 낚시꾼들이 철책 밑에 자꾸 구멍을 내서 환장할 노릇이었다 돌만 걷어내면 만들어지는 개구멍을 막는 게 쉽지 않았다 공구리 쳐놓아도 그 옆에 보란듯이 구멍을 냄 하루는 평소와 같이 주간에 부사관이 애들하고 구멍을 매우고 있는데 대대장이 왠일로 도보순찰을 하다 그걸 봤다 아무렇지도 않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니 갑자기 어디에 전화를 했고 한시간인가 지나고 헬기를 동원해 사단에서 장교들이 잔뜩 나타나 대공 용의점이 있나 분석한다느니 하면서 난릴 치는데 식겁했다 진짜 특전사 출신 통신운용관이 철책에 사다리 걸쳐놓고 휙 넘을 때가 압권, 철책선은 단지 지역 어부들의 조업행위를 조금 불편하게 하는 방해물일 뿐이었다. 이름난 드라이브 코스이기도 한 그곳에 옛여친과 들러서 거닐다 그 날 대대장처럼 몇개의 개구멍을 찾게 되었을 때 저 구멍을 통해 북한애들이 왔다갔다 한다 농담을 했더니 진짜로 믿었다. 문득 우리의 군대가 바로 저 해안철책처럼 느껴져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