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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걸리겠다, 항암이다 이런 표현에 대해...
게시물ID : freeboard_74047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리삶
추천 : 12
조회수 : 2862회
댓글수 : 66개
등록시간 : 2014/01/12 11:42:40
안녕하세요 여러분.
날씨는 미세먼지로 얼룩졌지만 기분만은 상쾌한 일요일 아침입니다.
 
지니어스 게임 논란으로 시끌시끌하고 논란이 많은 이 때 글을 쓰게 되어 몇 분이나 이 글을 관심있게 읽어 주실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몇 몇 분이라도 이 글을 읽고 작은 변화가 생기면 좋겠다는 마음에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조금 쓴소리같이 들릴 수도 있고, 읽으면서 불편하게 느끼실 수도 있지만
한 번쯤은 생각들 해주셨으면 합니다.
 
혹시나 글이 너무 길어져 읽기 불편하실 분들을 위해 글 말미에 내용을 요약하겠습니다.
불편하신 분들은 그냥 밑으로 죽 내려서 요점만 읽어주셔도 좋겠습니다.
 
 
 
 
저는 요새 들어 유행처럼 만연하는 '암걸리겠다', '항암 중이다' 라는 표현에 대해서 좀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예. 설마 하시겠지만 저는 암환자입니다.
정확히는 중간에 재발을 낀 3년간의 항암과 이식과정을 마치고 지금에서 회복에 들어갔으니 이제 암환자의 딱지는 뗀 셈입니다.
이쯤되면 몇 몇 분들은 '아, 그얘기였냐. 농담에 너무 과민반응 하는 것 아니냐. 그렇게 생각하면 어떤 농담도 표현도 못 쓰는 것 아니냐'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장 이 표현들을 쓰지말아달라 뭐 그런 얘기는 아닙니다.
암환자가 무슨 벼슬도 아닌데 내가 암환자라 불편하니 그런 표현 쓰지말라-는 건 저 개인의 이기적인 주장임을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단지 이 표현들이 갑자기 유행처럼 번지게 된 원인이나 뿌리가 궁금하기도 하고,
이 표현들이 아무리 그냥 웃고 넘어갈 비유적 표현, 농담이라 할 지언정 이 표현이 좀 심하다 싶을만큼 유행처럼 번지는 것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자-는 의미 정도로 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처음 이 표현을 접했을 때는 저도 피식- 하고 말았습니다.
원래 유머란 것이 과장의 요소가 들어가기 마련이고, 일반적인 상식선에서의 허용범주만 초과하지 않으면 다들 웃음을 위한 코드임을 감안하여 이해하기 때문입니다. 이게 서너번 눈에 띄일 때 까지도 그냥 그러려니, 하하 하고 넘겼습니다만....
이제 게시물마다 종종 등장하고, 게시물 제목에 떡하니 오른채로 온 게시판이 그득하기까지 하다 보니 이젠 조금 불편한 마음이 듭니다.
 
 
얼마 전, 임성한 작가의 '오로라 공주'라는 드라마작에서 극중 캐릭터 '설설희'가 악성 림프종에 걸리고서는
'죽을 운명이명 어차피 죽을텐데 치료받지 않겠다-'
'암세포도 생명인데 같이 살아야 하지 않겠나-'
'내 잘못으로 생긴 암세포인데 나 살자고 죽이지 않겠다-' 등의 황당한 대사를 내뱉어 논란이 된 적이 있습니다.
당시에는 오유에서도 '암환자들이 보면 어떻겠나, 너무 개념없고 무책임한 대사다, 미친 소리가 아닐 수 없다' 등의 반응이 주를 이루며
암세포논란이 들끓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진짜 악성림프종 환자였던 저는 오히려 너무 기가 차서 그런지 별로 아무렇지 않더군요.
그저 작가가 얄팍한 지식으로 어중간히 병에 대해 운운하는 것이 우스울 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불편했던 것은,
그렇게 암환자들이나 원내 입원 환자들의 불편한 마음을 걱정하며 열을 올렸던 곳에서
암 암 하며 암을 희화화 하고 조롱하는 듯한 표현들이 유행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처음에는 오로라공주 때 생긴 암세포 논란에 대한 비꼼에서 비롯된 표현인가 하여 그냥 웃고 넘겼는데,
이런 표현이 날이 갈수록 만연하고 심해지니 점점 보기에 마음 안좋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제 옆에서 암환자 간병을 3년동안 하신 저희 어머니는 TV와 라디오만 틀면 주구장창 나오는 암보험 광고만 들어도 치가 떨려 하십니다.
암 때문에 죽니 사니 하며 몇 년을 끙끙대며 씨름한 사람들은 암이라는 얘기만 들어도 온몸의 털이 서고 긴장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항암 하는 동안 웃고 힘을 내기 위해 추천받아 3년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매 시간 폰을 손에 들고 낄낄대며 즐겨온 유머 커뮤니티에서
그 지긋지긋한 암 이야기가 희화화 되서 쉬이 오르내리니...
친구들이 다른 유머 사이트도 많이 추천해 주었으나 오유가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많은 사람이 이용하고 대중이 서로 선을 맞춰가며 정도를 지키는 커뮤니티기 때문이었습니다.
다른 이들은 진지다 선비다 하며 조롱해도 저는 그게 마냥 좋았습니다.
선을 지키지 않으면 웃자고 들어온 사람들이 불편해지는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 '선'이라는 것이 시대나 상황에 따라 변하는 것이고, 대중이 공감하는 정도의 '선'이 그 순간과 상황의 '도덕'으로 통용된다는 것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어떤 논점에 있어서는 제 생각과 다른 부분이 있다 하더라도, 굳이 그 부분을 표현하지 않고 이게 일반적인 여론이구나... 내 생각과는 조금 다르네... 하며 넘어간 적이 많습니다.
이번에도 글을 쓰기에 앞서, 이게 내가 암환자이기 때문에 괜히 민감하게 느끼는 게 아닌가, 다른 분들은 공감하지 못하고 억지라 생각하시면 어떡하나 많이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런 표현이 만연한 세태에 대해서 누군가 한 번 쯤 문제를 제기하고 한마디 할 만 한데도 아무도 얘기를 꺼내지 않는 것은,
나 이외의 모든 사람들은 이 표현이 이해할 수 있는 '선'이라고 느끼고 있다는 말인가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그 정도가 '선'을 넘었다고 생각합니다.
 
가끔 어떤 표현이나 농담에 대해서
가족중의 누가 어떤 상황이어서 그런 농담은 불편하다, 삼가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글을 종종 보았지만
너무 개인적인 과민 반응이다, 그정도 표현은 농담으로 치부될 수 있지 않느냐, 그렇게 따지면 어떤 농담도 할 수 없다는 것이 주된 여론이었고
저도 그에 동의했습니다.
본디 해학이라는 것의 가장 밑바탕은, 우월감을 기본으로 한다는 것을 대중예술 수업에서 배웠습니다.
그래서 멍청하고 바보같은 행동을 하는 슬랩스틱 코미디가 코미디의 기본이자 정석이기도 하구요.
때문에 유머 사이트에서 그정도의 농담이나 과장은 당연히 허용되는 범위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좀 정도를 넘어서고 있지 않나...생각됩니다.

의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암 완치율이 예전에 비해 많이 높아지고, 사회가 고령화되고 기계화 됨에 따라 암환자 비율도 점점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때문에 예전과는 다르게 우리 주변에 암환자들이 심심찮게 보이고, 개중에는 완치되었다는 사람들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는 해도, 암이라는 질병이 마치 감기처럼 쉬이 여겨지고 농담거리로 회자되며 유행처럼 입에 오르내릴 정도로 만만하고 우스운 병은 아니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이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이게 저 개인만 단순히 불편하다고 느끼고 있는지...
유머로써 유행처럼 번지는 것이 일반적인 대중의 시선에서도 허용되는 선인지...
여러분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워낙 두서없이 써서 했던 말을 또 반복하고, 개인적인 투정도 섞이는 등 좀 글이 지저분하네요.
제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요약하면,
 
1. 암걸리겠다/항암한다 라는 표현이 유행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2. 암이 마치 감기나 그런 가벼운 질병처럼 희화화되고 쉬이 오르내리는 세태가 일반적인 대중이 보기에는 불편하지 않은 선인지 궁금합니다.
 
제 생각과 불편함을 여러분께도 강요드릴 생각은 없습니다.
저는 이러이러한 생각인데 일반 대중은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시는지가 궁금합니다.
 
 
 
P.S. 굳이 지니어스 게임 논란으로 오유가 시끌시끌한 지금 글을 올리는 까닭은
특히나 지니어스 게임 게시물의 제목이나 내용, 댓글에 암걸리겠다는 표현이 만연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지니어스 게임 시청자는 아니지만 지니어스 게임이 그만큼 유행하고 대중이 흥미를 가질 매체라면
대형 커뮤니티에서 이만큼 많이 회자되고 붐이 이는 현상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 봅니다.
하지만 그런 감정의 들끓음에 편승해 좀 과한 표현도 막 쓰이는 행태는 잘못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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