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마누라와 출근하면서 마누라를 직장앞에 떨궈주는데..
마누라가 오늘 같이 갈데가 있다고 한다..어디냐고 물어보니 '비밀'하면서 이따 5시에 보자고 한다..
애는 처제가 봐준다고 해서 아 난 바깥에서 영화나 보는건가 하고 별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있었다..
간만에 바깥에서 데이트하나 뮤지컬인가 영화인가 하면서 일을 끝내고 마누라를 픽업하니..
마누라가 화내지말라고 일단 엄중 경고를 한다..뭐 무슨일인지도모르는체 이건 데이트가 아녔구나 하면서
간 곳은 병원이였다..
마누라와 같이 깔끔한 병원에 들어가보니 아 무슨일인지 깨달았다..
수많은 숱이 없으신 남자분들이 대기실에 있었다..
아 이곳이 그 말로만 듣던 대머리 클리닉..
미국에도 이런곳이 진짜 있긴 있구나 하면서 괜히 울컥하는 마음이 들었다..
난 아직 숱 많은데 하면서 마누라를 째려보니 '너 한번 와봐야될거같았어 아저씨'라며 속삭인다..
안그래도 요즘 베갯잎과 욕조에 내 머리카락이 많아졌다며 불평하던 아내였다..
침착함을 유지하며 의사앞에 마누라와 같이 가니 마누라와 반가운체 인사를 한다..
마누라 직장동료의 남편이라고 한다..아 이것은 치밀하게 짜여진 계획이였구나 하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몇개의 질문이 오가고 테스트 끝에 '탈모 초기'라는 확진을 받았다..
뭐 기름진걸 덜 먹고 담배를 덜 펴야되고 머리감을때 뭐 특수샴푸를 써야하고..
약을 먹어야하고 등등의 주의점을 듣고 병원을 나온뒤..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는 나에게..
마누라가 묻는다..'뭐 먹고 싶은거 있어? 오늘은 아저씨 원하는거 먹자..' 선심쓰는양 말한다..
문득 어릴적 기억이 생각난다..
고래잡으러 가는줄 모르며 어머니가 돈까스를 먹자며 나를 데리고 가셨다..
고래를 잡고난뒤 제대로 걷지도 못하며 칭얼칭얼대는 7살짜리 애를 얼려가며..
어머니는 돈까스를 한입한입 잘라주시며 먹여주셨다..
갑자기 그 생각이 교차하며 목이 메어서..
미국인 마누라에게 힘겹게 힘겹게 '포크커틀렛'이라고 말하니..
아무것도 모르는 마누라는 싱긋 웃으며 그래 가자면서 팔짱을 낀다..
샌프란 시내의 제펜타운에 가서 돈까스를 기다리며
마누라에게 내 어릴적 고래 잡은 얘기와 어머니와 돈까스 얘기를 해주면서..
마누라 머리를 쓰담쓰담 해줬는데..
마누라가 혀를 쏙 내밀며..
'아저씨 난 다만 우리 딸이 어릴땐 당신이 대머리 아버지가 아녔으면 좋겠엉' 하면서 쾌활하게 웃었다..
내가 올해 40..다시 한번 삐뚤어져야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