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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의 사상'에 대한 오해
게시물ID : readers_1184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높은성의사내
추천 : 1
조회수 : 1533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2/13 20:20:28

오래 전 베스트에 이런 글(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humorbest&no=812641&s_no=812641&page=1)이 올라왔더군요.


내용인즉슨 서점에서 일베의 사상이란 책을 봤다. 서평 얼핏보니 일베 옹호 글인것같던데 저런 책이 어떻게 팔리냐-라는 것이었는데. 베스트로 올라온지 얼마 되지 않아 수많은 지적, 일베 옹호라기보단 분석에 가깝다 라는 댓글들이 달렸지요. 저 역시 그 중 한 명이었고요.


그런데 제가 안타까운 것은, 비슷한 내용의 글이 빈번하게 보이나 사실 '일베의 사상'이란 책은 상당히 일베에 대해 심도있는 분석을 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사상'이라는 단어 하나로 인해 '일베 옹호글이다! 잡아 족쳐라!'와 같은 반응이 주가 된다는 것입니다.


저 역시 일베를 싫어합니다. 오유저이기 이전에 광주에서 나고 자랐으며, 덕분에 대학&군대에서 못들을 소리 많이 듣고 심지어 면전에서 ㅇㅂㅊ에게 '7시국 순수혈통' 운운하는 소리를 들은 사람입니다. ㅇㅂㅊ의 ㅇ자만 들어도 손발이 부들부들 떨리는, 저보다 일베를 더 증오하는 사람이 또 어디 있을까요?


하지만 저는 이 책을 읽고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비록 일베라는 괴물의 전체를 잡아낼 수는 없었지만 어느 정도 윤곽은 보여줄 수 있었다. 그것이 일베의 사상을 완독한 저의 결론이었습니다. 그러나 앞에서도 말했다시피 사상이라는 제목 하나로 인해 이 책의 가치가 재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아무리 내용이 좋아봤자 사람들이 읽지 않고 오해가 앞선다면 그 책은 죽은 것이나 다름 아닐까요. 그러한 현상이 가슴 아플 뿐입니다.


그래서, 비록 부족한 솜씨지만 일베의 사상에 대한 오해를 한번 풀어볼까 합다. 제 기회를 통해서, 이 책에 대한 오해가 풀리는 것은 물론 많은 사람들이 이를 가지고 널리 이야기를 주고받았으면 합니다. 그것이 일베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럼, 한번 시작해보겠습니다.


저에게 일베란 ㅈ같으면서도 미스테리한 존재입니다. 뭣같은 이유는 앞에서 말씀드렸으니 다들 아시겠고, 미스테리한 이유는 바로 그치들의 행동원리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기 때문입니다. 최근까지 빈번하게 터져나오는 여러 비윤리적 사건은 물론, 50년 전부터 써먹어서 식을대로 식은 떡밥인 빨갱이를 그렇게 자기들끼리 재미있게가지고 노는 것을 보는 저의 느낌은 동물의 왕국을 볼때 느껴지는 생명의 신비와 비스므리한 것이었습니다. 대체 무슨 약을 빨면 저런 행동원리를 가지고 행동하는가? 그 궁금증이 바로 지름신 강림의 첫번째 이유였습니다


또한, 일베를 이야기할때마다 나오는 주장인 '일베 폐쇄론'이나 '개에게 먹이를 주지 마시오'에 대한 찝찝함이 이 책을 사게 만들었습니다. 만약 정말로 일베를 광고만 받으면 창조경제가 될 수 있는 사이트 warming.co.kr로 옮긴다고 칩시다. 그럼 과연 ㅇㅂㅊ들이 전부 현실로 돌아올까요? 변희재의 수컷닷컴이 그 좋은 반례가 아닐까요. 그리고 '개에게 먹이를 주지 맙시다'... 이건 제가 경험으로 얻은 교훈이 있기에, 한번 썰을 풀어보겠습니다.


일베 이전, ㅇㅂㅊ이 디시 정사(정치-사회 갤러리)충이던 시절, 저는 셋째형과 정사충을 화두로 토론을 했습니다. 나이에 비해 식견이 있어 토론을 하면 형의 의견을 바탕으로 결론이 나기 마련인데, 그날은 좀 달랐습니다. 정사갤에 대한 의견이 서로 극과 극을 달렸거든요. 형은 정사갤에 대해 그리 말했습니다. '어차피 일시적인 유행이고, 길거리에 누가 싸놓은 똥과 같다. 시간이 지나면 얼마 안가 사라질 것이다. 관심을 주는 것 자체가 과장이며 영향력을 키우는 것이다' 하지만 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건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다. 점점 인터넷에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으며 현실까지 퍼져나간다. 이거 재대로 관리 못하면 나중에 더 커질 것 같다.' 결국 그날의 토론은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끝났지만, 미래에 일어난 일들을 아는 여러분은 말하지 않아도 많은 걸 아시겠지요... 그렇기에 저는 개에게 먹이를 주지 말자는 의견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결국 그 개가 지금 저희들의 손을 물어뜯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저는 일베를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런 벌레들의 규모가 무지막지하게 커진 이유가 대체 무엇이며, 그 아래에는 어떤 생각이 들어있으며, 고로 어떻게 해야 제2의 일베의 등장을 막을 수 있는가. 저는 일베의 사상이 그 해답을 이끌어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아예 틀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일베에 대한 인식의 토대에 있어서 저자와 저의 생각이 일치했기 때문입니다. 저자는 이를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를 패러디하여 '일베는 생각하지 마!' 라고 표현했는데, 그게 무슨 소리냐고요?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우선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말이 무엇인지부터 설명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여기서 잠깐 원문을 인용해보지요.


‘조지 레이코프는 진보정치의 몰락을 다룬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저서에서 ‘프레임’의 정치적 중요성을 말한다. (중략) 책 제목이 시사하듯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고 이야기해도 결국 코끼리를 생각하게 되는 것처럼 보수파의 프레임을 공격하는 것이 역으로 그 프레임을 지속적으로 환기시키는 데 복무한다. 그렇기 때문에 진보정치가 자신만의 독자적인 도덕적 프레임을 구축하는 게 관건이라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그런데 저자는 이러한 논리가 일베에 대한 저희의 태도에도 적용된다고 이야기합니다. ‘새로운 인터넷 집단행동의 진앙지가 되고 있는’ 일베에 대해서 저희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일베는 생각하지 마’, 즉 관심을 줘서는 안된다고 말하지만, 오히려 그러한 태도 자체가 문제라는 것입니다.‘일베가 만들어낸 신조어와 유머 코드가 젊은이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는 데서 볼 수 있듯이 일베가 많은 네티즌들의 프레임을 지배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으며, 일베를 단순히 기존의 인터넷 악플처럼 찌질한 관심종자로 취급하는 것 자체가 오히려 일베 프레임의 확산을 불러온다는 것입니다. 고로 저자는 ‘일베를 생각하지 마’ 라는 금기를 깨고 일베의 사상을 분석해야한다는 것이 이 책의 기본 노선이라고 주장했으며, 거기까지 서점에서 서서 읽은 저는 두 말 않고 이 책을 질렀습니다. 그리고 완독 후 지금 여기서 여러분께 이 책에 대한 오해를 풀고자 합니다.


또한, 한가지를 더 해명하고자 합니다. 많은 분들이 이 책을 가장 꺼림칙하게 생각하시는 이유가 바로 이 책의 제목에 있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일베의 사상’. ‘사상’이라는 그 한 마디가 ㅇㅂㅊ을 옹호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분노하신 것이겠지요. 하지만 저자는 이러한 반박에 대해서 서문에서 미리 충분한 설명을 깔아놓았습니다.


‘“진보적 시민들에 대한 인신공격과 신상털이를 재미로 일삼는 일베에게도 사상과 논리 같은 것이 있단 말인가?”물론 앞서 보았듯이 일베에게도 나름의 사상이 있다. 그리고 일베에게도 나름의 사상적 의제가 있기 때문에 그것이 컬트 문화로 그치지 않고 그토록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최근 일어난 ㅇㅂㅊ들의 사건에서 논란이 된 그들이 ‘그저 재미로 한 것’이라는 사례를 언급하며 더욱이 일베에 사상이 있어야 하며 이를 분석해야 되는 이유를 변호합니다.


‘이러한 이들에게 단순한 법적인 책임을 넘어선 윤리적 책임을 지우기 위해서는 오히려 그들의 행동이 (비록 무의식적인 것이지만) 어떤 적극적인 사상에 입각해있다고 간주해야한다. (중략) 무엇보다 일베 유저들에게 윤리를 요구하기 위해서는 그들 자신을 자유로운 존재로, 즉 자율적인 사상에 입각한 존재로 간주해야한다. 그래야만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


다들 아시겠지만, 일베의 정치적 행각은 우발적인 묻지마 살인과는 다릅니다. 그들은 우주를 지배하려는 저그처럼 온 인터넷 사회를 ‘산업화’하고자 안달 나있습니다. 그들에게 오버마인드가 있다면 고놈 모가지 하나만 댕겅 잘라버리면 되겠지만, 십알단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주장에 혹하는 사람들이 있는 걸 보면 적어도 저그와는 달리 생각하고 판단할 줄 아는 인간인듯 합니다. 그럼 그 사람들이 일베의 어떤 주장에 혹해서 산업화 십자군에 동참하게 되었을까. 그리고 그 십자군의 신앙, 즉 사상은 무엇일까. 이를 밝히고자 하는 것이 이 책의 논지이며 그렇기에 제목을 ‘일베의 사상’이라 붙인 것입니다.


처음에는 이 책의 요지를 장문에 걸쳐 전부 설명하고자 했으나, 제 안타까운 글 실력에 한계를 느껴 어쩔 수 없이 가장 핵심적인 부분만 풀어 설명함으로써 이 책에 대한 오해를 풀며, 더 나아가 많은 분들이 이 책을 읽고 생각하며 토론하기를 바랍니다. 물론 이 책도 완전히 옳은 것은 아닙니다. 인터넷 역사 부분에 있어서 몇 가지 고증 오류가 존재하며, 너무 객관적, 사회학적 학문의 입장에서 분석을 하다보니 실제와 다른 논리적 허점도 부분부분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여러분께 오해를 풀고 이 책을 읽어보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저희에게 있어서 일베 프레임은 반드시 극복해야하는 것이므로.


p.s. 거듭 말씀드리지만 일베 옹호 절대 아닙니다. '일베 옹호냐?'라는 말만 아니라면, 기꺼히 즐겁게 댓글란에서 토론하고 싶습니다.


p.s.s. 저자의 생각과 저의 생각이 100%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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