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식
'보수주의자라서 조선일보를 본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사실, 우리나라에는 보수주의자가 볼만한 마땅한 신문이 없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보수를 대변하는 신문이 아니며, 보수의 자격조차 없다. 자, 왜 그런가를 따져보자. 보수를 자처하려면 첫째, 이 사회가 아름답고 행복하고 조화로워서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런 세상이어야 보수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세상천지 모든 것이 잘못되어 있다고 떠들며, 세상을 저주하는 보도나 일삼고 있다. 조선일보는 보수를 자처할 자격이 없는 것이다. 둘째, 보수는 자신에 대한 높은 자부심과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세상이 모두 밝게 보여서 보수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남침위협이나 떠들어대곤 했다. 또한 우리 경제가 내일 곧 망할 것처럼 떠들어 왔다. 이런 신문은 보수의 자격이 없다. 셋째, 보수는 민족 제일주의를 내세운다. 따라서 민족통일을 지상과제로 삼아야 보수의 자격이 있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통일비용이 많이 들 것이라고 국민을 협박한다. 만약 북한이 진짜로 망해버리면 러시아에 주어야 할까, 중국에 주어야 할까, 일본에 주어야 할까? 이것은 또 다른 형태의 역적질이다. 넷째, 보수는 사회체제의 유지에 헌신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보수다. 선진국에서는 세금을 깎아주겠다고 해도 부자들이 오히려 반대하고, 전쟁이 터지면 지배계층이 맨 먼저 군대로 달려간다. 이런 사람들이 진짜 보수이고 우익이다. 어떻게든 군대에 빠지고 탈세도 마다하지 않는다면 결코 보수가 될 수 없다. 다섯째, 진짜 보수는 민족과 국가를 위해서라면 자기희생도 할 줄 알아야 한다. 국권을 외국에 뺏겼을 때는 앞장서서 독립운동을 해야 하고, 국민이 주권과 자유를 잃었을 때는 민주화 투쟁도 해야 한다. 그래야 진짜 보수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독립운동과 민주화투쟁을 방해해 왔을 뿐이다. 끝으로, 지역감정을 척결하자고 주장해야 진짜 보수다. 지역감정은 국론분열의 첩경이고, 국론이 분열되면 국가와 민족도 불행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선일보는 지역감정의 유발도 서슴치 않아 왔다. 아니, 오히려 즐겨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