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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잇] 뼈와 살점에 갇힌 채로
게시물ID : panic_743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공명의함정
추천 : 14
조회수 : 5261회
댓글수 : 15개
등록시간 : 2014/11/11 10:27:48
누구도 날 이해하려 들지 않았다. 아니, 못 했다.

남들에게 있어서는 그들의 피부는 장갑이 손을 감싸듯 자연스럽게 그들을 감쌌겠지만, 내 피부는 단 한번도 그렇게 편히 느껴진 적이 없다.
수 년간 나는 주변사람들에게 이 느낌을 설득하려 했으나 누구도 내 말을 이해하려 들지 않았다. 그들은 그저 듣고 싶은것만 들었고 수많은 약들로 나를 꽉꽉 채우기나 했다.

더 이상은 견딜 수가 없다. 오늘밤... 오늘밤은 자유의 밤이다. 이 쓸모없는 껍데기로부터 벗어나는 밤이다. 이것들 안쪽에 감춰진 진정한 내가 누군지 밝힐 때가 왔다.

칼이 피부를 천천히 벗겨내고 있다. 살점들이 떨어져 나가면 나갈 때마다 인내심도 점점 바닥나기 시작한다. 힘줄이 이리저리 휘고
피가 흩뿌려진다. 손을 더 깊숙히 집어넣고 한 줌 가득 쓰레기들을 끄집어냈다. 온갖 장기들과 몇 미터나 되는 창자들 이딴건 나한테 아무짝에도 쓸모 없다.

점점 깊이 파내자 진리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양 손을 억지로 갈빗대 아래로 쑤셔넣어 내 손으로 바로 심장이 뛰는 것을 느낄 때까지 폐를 찢어버리며 들어갔다. 묘한 승리감을 느끼며 나는 그것을 끄집어냈고 두 손으로 높이 들었고 그것은 깨지며 나를 '세상'속으로 인도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신선한 공기를 느끼며 나는 한때 내 몸을 담고 있던 껍데기의 시체가 그 육편과 액체들 사이에 잠겨 있는 것을 바라보았다. 그자리를 떠나며 깊은 만족의 물결이 나를 쓸어 담았고 나는 마침내 얻은 자유로움에 흠뻑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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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지적 감사합니다
이런 실수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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