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ㅇ은 어릴적부터 기가 강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고 자랐다.
오죽했으면 옆집사는 무당이 접신에 방해된다며 어린아이에게 패악질을 해댔을까.
비단 그 무당뿐 아니었다. 꽤 미신을 잘 믿었던 ㄱㅇ은 점이나 사주를 연례행사처럼 다녔는데
한결같이 "기가 쎄서 잡귀가 붙진 않겠구만" 소리를 해대는 덕에 ㄱㅇ은 스스로도 나는 기가 쎄다 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일까 ㄱㅇ은 귀신은 존재한다고 철썩같지 믿었지만 귀신은 커녕 가위조차 눌려본적이 없었다.
난 너무 기가쎄서 평생 그런일은 겪지 않을거 같아 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최소한 그날 그사건 이전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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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ㅇ은 부산에 적을 둔만큼 전형적인 경상도의 무뚝뚝한 남성이었지만 여자친구에게만은 꽤나 다정다감한 남자였다.
여자친구를 따라 무일푼으로 경기도까지 올라온 것만 봐도 ㄱㅇ이 여자친구를 얼마나 아꼈는지 알수 있으리라.
ㄱㅇ의 여자친구는 ㄱㅇ보다 4살어린 갓 대학교를 입학한 새내기였다. 하지만 이런 저런 사정이 좋지 못하여 등록금은 학자금 대출로
겨우 해결하였지만 하루하루 먹고살기 바쁜 처지였다.
여자친구를 무사히 학업에 전념하게끔 하고 싶었던 ㄱㅇ은 경기도에 위치한 공단에서 야간조 고정으로 일하며 악착같이 돈을 벌었다.
그런 모습이 고맙고 안쓰러웠는지 방값이라도 아끼라는 마음에 여자친구의 어머니는 같이 살기를 권유했고
눈치는 보이지만 현실적인 이득을 위해 기꺼이 그러기로 했다.
거취지만 바뀔뿐 밤에 일하고 낮에는 잠드는 그런 생활에 변화는 없었다.
사건이란 변화없는 생활에 일어나기 때문에 사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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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 강하다. 라는것은 비과학적이고 설명하기 묘한 추상적인 기운이 많다라는 뜻이겠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ㄱㅇ에게는 또 다른 특이한 점이 있었다.
오감을 넘어선 육감. 식스센스라고도 불리며 일반적으로 촉이라고 하는 그 무엇인가가 꽤나 잘 맞아떨어졌다.
아주 사소한 내용이지만 꿈에서 미리보는 예지몽부터 뒤집어 보지도 않은 카드의 그림이 무엇인지 알아차리는것까지
정말 무쓸모한 경우가 많은데다 임의적으로 컨트롤 할수 있는 능력도 아니고 어떤 조건이 갖추어야 발동되는지도 몰랐지만
확실한건 ㄱㅇ은 촉이 꽤나 뛰어난 편이란 것이다.
주변사람들이 시덥잖은 그 능력을 마주하곤 어떤느낌이냐 라고 물을때마다 ㄱㅇ은
"글쎄 특별한 느낌은 아니고 정보? 같은게 등쪽으로 몰려서 척추로 들어오는 기분" 이라고 표현했다.
그래, 그날도 그랬다. 아니 조금 달랐다.
잠에서 깨자마자 등쪽이 시큰거리더니 금방이면 없어질 그 오싹한 기분이 몇시간이 지나도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ㄱㅇ은 그날을 떠올릴 때 마다 역시 출근하는게 아니었다 라고 생각했다. 통장에 10만원만 더 있었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