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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븅신사바] 실화괴담 - 한여름, 동복귀신
게시물ID : panic_7443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쩡유
추천 : 23
조회수 : 2408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4/11/13 14: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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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쏟아지는 날의 신사여고.

 

창문을 때리는 빗방울 소리와

탈탈탈, 거슬리는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낡은 선풍기와

불쾌할 정도로 습한 공기

교내에 가득 울려 퍼지는 커다란 천둥소리

평소 햇볕으로 차있던, 어둑어둑한 교실.

 

 

백합반 교실에 가득 들어찬 여자아이들은, 수업을 진행하던 선생님에게 무서운 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라댔다.

난처한 웃음을 짓는 솔은 2학년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젊은 여교사였다.


상냥하고 말솜씨도 훌륭하며, 어려운 내용도 쉽게 가르치는 재주가 있다.

거기에 신사여고 아이들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것이 느껴진다.

그야말로 학생의 입장에선 좋아할 수밖에 없는 교사.

 

솔은 신사여고의 졸업생인데다 종종 학교에서 일어난 실화라며 무서운 이야기, 신기한 이야기들을 풀어놓았었기에

아이들은 더더욱 졸라대는 것이었다.

 



무서운 이야기 해 주세요!

이이이잉.

다른 반에는 다 해주셨다면서요!

아아아아아앙.

저희도 무서운 얘기 해 주세요오오.

솔쌔애애애앰.

저희 진도도 빠른데에에에에.

 

솔의 깊은 한숨.

 

으휴, 너네 만날 꾀만 부리고 말이야. 대신에 아까 내준 숙제 다 해 오는 거다?

네에에!

동복귀신 이야기 해줬었나?

아니요오오!

이건 전에 영쌤이 해주셨던 이야기랑 내가 직접 겪었던 이야기인데,

오오오오~

너네 저기 3학년들 있는 서관 3층에 방송실 있는 거 알지?

네에에에!

아이고, 수업을 이렇게 좀 들어봐라. 아무튼 그 방송실이 예전에는 동아리방이었는데...

 

그 어떤 수업보다 집중하며 입을 모아 대답하는 소녀들을 바라본 솔은 웃음을 지으며 이야기를 풀어냈다.

 




어느 날, 여학생 L은 평소와 달리 학교에 몹시 일찍 도착했다.

당연히 아무도 도착하지 않은 교실의 문은 굳게 잠겨있었고, 교무실은 1층에 있다.

순간 짜증이 치밀어 오르고, 그와 거의 동시에 스쳐지나가는 위험한 생각.

  

L은 동아리의 부회장이었고,

동아리방의 열쇠를 가지고 있었으며,

그 동아리방은 동백반의 옆 반이다.

그리고 창문 바로 아래에는 20cm정도의 튀어나온 부분이 있다.

그렇다면, 동아리방 창문으로 나가서 교실 창문을 열고 들어가면 되지 않을까?

 

동아리방의 창문 밖으로 몸을 내민 L은 조심스레 교실 창문을 향해 다가갔다.

그러나 그녀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은 교실창문이 잠겨있다는 것.

한숨을 내쉬고 다시 돌아오려고 몸을 튼 찰나,

발을 헛디딘 그녀는 그대로 떨어졌다.

 

지금도 근무하고 있는 체육선생님-영쌤-이 크게 다친 그녀를 발견하고 곧장 응급처치를 했다.

구급차가 도착하기 전까지 살아있었던 L은 마치 잠꼬대를 하듯 창문을 넘어가려고 했어요, 아파요, 창문을, 창문을, 너무 아파요, 하며 속삭였다.

그리고 결국은 사망하고 말았다고 한다.

  

 

그 이후, L은 종종 학교 곳곳에서 목격되었다.

그 날 부터, 20년도 더 지난 지금까지도.

 

조선시대쯤, 혹은 일제강점기에, 또는 10년 전에, 어쨌든 누군가가 떨어져 죽었어! 하는 괴소문이 무성한 뒤뜰 우물위에 앉아서 방싯방싯 웃는 모습,

숙직실에 쉬던 선생님들이 가위에 눌렸다 깨어날 때마다 천장에 거꾸로 앉아 올려다보는 모습 등등.

 

솔이 실제로 L을 보았던 날은 그녀가 교사B와 숙직당번이었던 날로,

B는 북관, 솔은 서관의 교실들을 담당해 점검했던 날이었다.


어두운 복도를 손전등으로 비추며 차가운 문고리를 돌려본다.

고요함을 깨며 울리는 그녀의 발소리와 철컥거리는 문소리.

조금 오싹한 기분을 느끼며 교실을 하나씩 확인한다.

 

교실 하나하나 확인해나가던 솔은, 교실 안의 무언가를 발견하고 발걸음을 멈추었다.

어둠이 내려앉은 교실, 잘 보이지 않지만 저 앞자리에 학생이 엎드려 자고 있는 것이었다.

순간 귀신이라도 본 줄 알고 오싹했던 솔은 학생임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문고리를 돌렸다.

하지만 뒷문은 잠겨있었고, 솔은 학생을 깨워 돌려보내기 위해 앞문으로 다가갔다.

 

문고리를 잡으며 앞문에 난 창문으로 교실을 들여다본 순간,

솔은 턱, 숨이 막히는 것을 느꼈다.

분명 뒷문의 창문으로 봤던 학생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있는 것이다.

 

 

긴 머리카락에, 남색인 동복 마이를 입고, 책상에 엎드, ?

 

잠깐만.

 

동복?

마이를 입었어?

 

 

솔은 L이 동복귀신으로 불린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리고 솔이 L을 본 그 날은 7월 초였다.

 

 



  

 

백합반 학생들이 으아, , 하는 작은 비명을 내뱉었다.

팔을 쓰다듬고, 짝지와 서로의 어깨를 털어주는 등 부산스러운 그 때 점심시간을 알리는 종이 울린다.

솔이 점심시간이네, 밥 맛있게 먹어라, ''까지 말 했을 때 이미 학생들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있었다.

그 모습이 귀여워 실실 웃으며 교과서와 물컵을 챙겨 나갈 준비를 하던 솔에게 백합반의 학생 P가 다가왔다.

 

 

저 솔쌤. 진짜 동백반에서 그랬어여? 다른 반 아니고?

, 동백반.

으아아.

?

저 작년에 동백반이었는데여...

 

 

P는 팔을 마구 문지르며 입을 열었다.

 

 

3학년 동백반 교실, P가 시험을 본 자리는 오른쪽에서 두 번째 줄, 맨 뒷자리였다.

시험과목은 그리 큰 부담 없던 기술가정.

P는 외웠던 내용대로 술술 풀어 30분 만에 마킹까지 마치고 엎드려 잠을 청했다.

 

평소 기가 허해 가위에 자주 눌리던 P는 엎드려 자는 와중에 가위에 눌렸고,

아 또 가위눌렸어. 하는 귀찮음에 대충 성의 없게 손가락만 움찔움찔 하고 있었다.

그 때, 양쪽 어깨 쪽에서 손 두개가 슥 들어와 P의 목 아래와 어깨부근을 껴안아 일으켰다.

 

시험 중이니 뒤를 돌아볼 수는 없었지만 분명 P는 맨 뒷자리였고,

양 옆의 3학년 언니들은 열심히 문제를 푸는 중이었으며,

감독 선생님은 앞에서 교실을 훑어보고 계셨다.

 

그냥 헛것을 느꼈나보다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너무나도 소름이 끼치는 일이었다.

P의 어깨를 감싸 안던 것은, 분명 동복을 입고 있는 팔이었으니까.

 

 

 


 

 

 

 

본문에 나오는 모든 이름(학교, 사람 등등)은 가명입니다반 이름도 1반, 2반 등등 평범한 이름이었습니다.

 

작가의 한마디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P가 겪은 내용이 제가 실제로 겪었던 내용입니다. 

'솔쌤'의 이야기는 여러 선생님들이 해 주셨던  동복귀신 이야기의 내용을 간추린거예요.

사실 동복귀신 괴담에 관련해서 정말 많은 선생님들이 이야기 해주셨기 때문에, 이미 동복귀신을 알고 있던 상태에서 시험 보는 날의 일이 있었어요.

시험보는 중에는 모르고 있다가 끝나고 나오면서 옆 반이 방송실인거 보고 소오오오름.

참고로 저때 기가 시험 망했어요.

너 임마 이거 다 틀렸어, 잘 때 아니야, 다시 확인좀 해 이냔아. 하는 동복귀신언니의 깊은 뜻은 아니었을지....

 

 



[우리는 세월호를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

[꿈과 공포가 넘치는 공포게시판으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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