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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를 용서하고 싶은데.......
게시물ID : gomin_74441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bm5qZ
추천 : 1
조회수 : 535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3/06/21 02:20:23


아빠를 안만난지도 벌써 2년이 되어가네요.

고3 때 자고있다가 아빠한테 맞고서 안보일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고서

한번도 만나지 않았어요.

사람 관계 정리 되는거 쉽더라구요. 

그날로부터 일주일 안에 모든게 바뀌었어요. 

부모님은 이혼하셨고, 아빠는 집에서 나가시고, 이사도 결정되었어요.

울기도 참 많이 울어서 눈에 붓기가 빠졌던 날이 없었고

친구들이 눈에 붕대 한 이유 자꾸 물어봤지만 그냥 어디 부딪혔다고 속이기에 급급했어요.

그 날 이후로 밤이면 흐느끼던 엄마 손 꼭 붙잡고 우리 잘 살아나갈 수 있을거라고.

내가 노력할거라고 우리 다 같이 노력하자고 하던게 다 엊그제 같은데..

제가 벌써 대학교 2학년이 되었네요.

그래도 딴건 잘하는거 하나도 없지만 부족하지 않게 공부머리는 있어서

원하던 진로의 원하는 대학교에 들어갔고요.

과 사람들도 정말 정 많고 좋은 사람들이고, 아르바이트 하면서 용돈도 벌어보고.

초등학교에 교육봉사활동 다니면서 보람도 느끼고 있어요.

전 지금 무척 부족함 없는 행복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런 나날을 보내다가도 갑자기 끝없이 절망적인 기분이 드는 날이 있어요.

바로 아빠와 관련된 일을 떠올릴 때에요.

사실 그 날 이후로 제게 어떤 트라우마가 생겼거든요.

주변 사람들이 제게 장난으로라도 (특히 남자가) 팔을 들어서 때리려는 시늉을 하면

제 몸이 확 굳어버려요.

얼굴도 농담으로는 못넘길 얼굴이 되고, 그 순간 제 몸이 긴급신호를 보내요.

고3 때는 이런 후유증 같은 게 더 심해서 수업을 듣다가도 갑자기 그 상황이 떠올라서

막 울었던 적도 있었어요.

이런 현상은 2년이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나아지는 중이에요.

시간이 약이라는 게 정말이더라고요.

하지만 요즈음 저를 괴롭히는 문제는 그 일의 트라우마 때문이 아닙니다.

바로 관계에요, 아빠와의 관계.

저는 아빠와 만나지도 않고 통화 문자 한번도 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아빠는 가끔 문자를 보내세요.

"00야, 이번주 단풍이 절정이라고 하는구나."

"00가 긴장하며 수험을 치른지 벌써 1년이 되었네. 왠지 내가 더 긴장된다."

"눈이 예쁘다. 즐거운 하루."

오늘도 힘차게 보내라, 미안하다 딸...

처음에는 메세지 받는 것도 싫었어요. 차단해버리고 영영 보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메세지를 지우려고 했는데...

못 지우겠는거에요.

그렇게 보낸 문자가 쌓이고 쌓이고.. 

다음엔 지울거야, 다음에 지울거야 하다 보니까 벌써 이게 스무건이 넘어가네요

증오스럽고 밉고 다시는 꼴도 보기 싫고 우리 삶에 그만 간섭해줬으면 좋겠는데

계속 문자가 오니까. 

문자에 답장을 안하는 것이 제 마지막 오기였고, 지금도 그래요.

2년 동안 한번도 답장한 적이 없어요

아주 당연한 일이고 속 시원하다고 생각해요

근데 핸드폰에 아빠 문자만 오면 어느 순간부턴가는 눈물이 자꾸 나와요

이유는 모르겠는데 막 눈물이 나요 진짜 끝도 없이

또 힘들 때는 모아뒀던 아빠문자를 보게돼요

보면 또 울어요 

전요.

전 정말 제가 어떻게 하고 싶은 건지 모르겠어요

아빠가 죽도록 밉다가도 어느 순간 애틋하게 생각될 때가 있어요

아빠라고 부르기도 싫은 인간말종으로 생각되다가도 그냥 힘든 한 가정의 아빠였구나 싶을 때가 있어요

지금도 눈물만 막 나네요 

도대체 뭘 어쩌고 싶은건지 자신도 답답하네요

문자를 하려는 마음도 없으면서 아빠 문자만 보면 눈물이 나고..

완전 모순적이네요 ㅋㅋ



제가 어떻게 해야할까요

어떻게 하는 게 맞는 걸까요

제게 조언 좀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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