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고 힙합이고 뭐고 전부 부자연스러운 유학생 가사가 범람하는 와중..
우리말 가사로 갈데까지 다 가본 이분의 노래가 절실함..
근데 요즘 이분도 재미없는 사랑노래 만들고 피쳐링해서 슬퍼..
그랬거나 저쟀거나 클래식 누명 수록 drunk 가사 아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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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소란스러운 역 근처.
그 형이 술잔을 끊임없이 권하기에 어지러운 척,
졸음이 와서 힘겨운 척 이 정도면
많이 마셨다는 표정 지으며
우리 옆 테이블에서 들려오는 얘기들에 귀기울여봤어.
사람들의 얘기가 들려왔어.
첫번째, 사고로 세상을 떠나버린
애인을 그리며 눈물 흘리던 한 여인.
"지금도 눈을 감으면 내 앞에
씩 웃고 있는 그 애 모습이 기억에 선한데...
아무리 받아들이려 해도 난 그게 잘 안 돼.
사소한 것들도 그 애 생각이 나게 해.
함께 다니던 까페,
Brian McKnight 공연을 보러 갔던 한양대,
심한 감기로 아파할 때
날 위해 아침과 감기약을 사들고 내 방
내 침대로 달려와 열이 나는 몸에다
kiss해주던 그 입술, 그 숨결.
사랑을 나눌 때면 내 목 뒤에서부터
발가락 하나 하나, 가장 깊은 그 곳까지
기쁨을 주곤했는데. he loved me nobody
else could. 매일 수업이 끝난 후면
빈 강의실에서 대화를 나누며
서로를 만졌는데. 오늘 같은 외로운 밤에
그 사람이 너무나 절실히 필요한데."
"오 그만해.
니가 자꾸 그러니까 기분이 좀 이상해.
니가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의 빈 자리가
너무 크고 허전하겠지. 그 앤 니 애인임과
동시에 내 친구이기도 했으니까 이해가 충분히 가.
아니 이해 가는 게 아니라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나.
그래, 우리 둘이 슬픔을 나누는 게
이상하진 않아. 좋아. 근데 니 얘기들에
벌써 다른 남자를 원하는 것 같은,
니가 원하는 남자가 나인 것만 같은,
오늘 밤 자연스럽게 같이 잘 수 있길
바라는 것만 같은 그런 분위기,
그런 게 느껴져. 미안한데 내 감정은 그런 식으로
움직이지 않아. 이제 그만 가자, 집으로."
두번째, 이상형의 여자를 보고도 구석에 앉아
망설이고만 있는 패배주의적인 남자.
"그녀에게 더 가까이 다가간 다음
오랜 시간 동안 그녀만을 바라봤단
이야기 하고 서로에게 특별한
사이가 되고 싶긴 해. 하지만 들어봐.
난 지금 이 나이가 되도록 어느 것 하나
뚜렷하게 이루어놓은 것도 없잖아.
그래서 만약 그녀와 사귀게 된다고 해도
나중에 나보다 훨씬 더 잘난
그런 사람 나타난다면,
그래서 그녀가 날 떠나간다면
아마 그 때는 정말 나 견디지 못할 것 같아.
어쩌다가 내가 이렇게 되었을까?"
"넌 말야, 너무 소심하고 겁 많아.
왜 잘 안 될 것만 자꾸 생각하며 가만히 속을 썩냐 임마.
그럼 이 많은 커플들이 다 어떻게 사귀었다냐.
쓸데없는 걱정 말아.
너 그렇게 배짱이 없으면 차라리
나한테 말하지 말던가.
그냥 가만히 있을래? 맥주 김빠진다.
마시자, 임마. 그런 건 일단 잊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