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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븅신사바] 실화괴담 -황 구-
게시물ID : panic_744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청새치.
추천 : 25
조회수 : 2164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4/11/13 21:4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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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3일, 아직도 오롯이 기억에 남아있다. 2009년 의 다섯번째 달, 그리고  23번째 날.

그날은 그 기나긴 추위를 이겨내고 피어난 영산홍이 빗물속에서 하염없이 침묵하던 날이었다. 거리를 떠돌며 여름을 기다리던 봄기운도 추적 추적 내리는 빗발 아래에서 고개 숙여 흐느끼던 그날을 내가 잊을 수 없는 이유는 단 하나. 그 날은, 그 날은.

그 날, 그는 그렇게 죽었다. 내가 기억한다.

내 기억속의 황구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라면 아마 내가 어릴적이었던것 같다. 저녁의 온기가 가시지 않은 이른 밤의 무렵에 그 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평소에 짖는것과는 전혀 다른 소리가 들려왔기에 나는 깜짝 놀라서 문을 박차고 나갔는데, 황구가 담장 밖에 우두커니 서있는 어느 검은 형체를 보고 짖고 있었다. 그제서야 목줄이 끊어질것처럼 팽팽히 당겨져서 챙챙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사실 그것이 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황구의 표정만큼은 잊혀지지 않는다. 진심으로 분노하는 표정, 그 분노가 아직도 뇌리에 박혀있다. 다만, 아쉽게도 이 기억의 단편은 여기서 끝난다. 대략 십여년전의 기억이니 양해해 주길 바란다.

흔히들 고양이를 영물이라고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아마 영물이 있다면 우리 황구일 것이다. 분명히 이제는 무지개다리를 건널 나이였지만 그 흐드러지는 노란 털은 어두워지기는 커녕 더욱더 윤이 나는것 같았다. 그리고 이따금씩 내가 마루에 앉아서 해가 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을때면, 그는 내게 다가와 포근히 내 옆에 있어주었다. 오직 황구만이 살아있었다.

다시 생각해보면 내 인생에는 황구가 있었다. 언제든지, 어디든지, 흐릿한 기억의 단편속에서는 나와 함깨 있어주었다. 그 눈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우주가 보였다. 그와 행복했다.

잠시 이야기가 다른길로 가버려서 조금 미안하긴 하지만 짧은 글 솜씨로 나마 내 인생에서의 황구가 깊은 존재였음을 말하고 싶었다.

내가 그를 떠내보냈던 이야기를 해야 할 시간인것같다. 앞서 말했듯 그날은 비가 왔다.

황구는 몇일전부터 앓기시작했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아침 일찍 잘 아는 병원에 맡기고 왔지만은, 나는 일이 손에 잡히지도 않고 매시간 걱정이 가시지 않았다. 이따금씩은 황구의 목덜미가 손에 만저지는것만같아서 섬짓했다. 도저히 일을 할 기운이 나지 않았지만, 사장님에게 이를 설명시키기라고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고, 나는 그 시간동은 버틸수 없는 불안을 버티며 6시가 되면 돌아가기 위해 내 앞에 있던 일도 모두 해결해야만 했다.

그렇게 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나설때는 이미 시린 비가 한 두 방울씩, 그리고 세찬 비를 예고하며 내리고 있었고, 불안한 생각은 이미 머릿속에 가득했다. 병원에 도착하고 나는 곧바로 안으로 뛰어들어 갔지만 그곳에서 날 기다린것은 비보였다.

의사 선생님의 말로는 끄응 끄응 데더니 하염없이 울부짖었다고 한다. 무슨 일인가 가봤더니 점차 그 소리가 옅어지면서 고개는 점점 내려갔고, 결국 아무 소리도 내지 못했다고 한다. 깜짝 놀라서 맥을 재어 봤을때에는 이미 심장은 멈추어 있었다고.

나는 가족을 잃었다. 아직도 이때를 무어라 말할 수가 없다. 아직도 이때를 떠올릴때면 가슴한편의 아림이 내 눈시울을 울리기 때문이다. 통곡을 멈춘 나는, 내일 월차를 내서라도 황구를 고향땅에 묻어주기로 결심하고서는 황구를 안아 집으로 향했다.

그렇게 애지중지 황구를 끌어 안고 빌라의 문에 키를 넣었을때 섬짓한 느낌을 받았다. 다른 종류의 섬짓함이었다. 나는 불안한 예감에 문고리를 돌려보았고, 그 문고리는 힘없이 돌아갔다. 정신이 바짝 들었다. 문 너머로 저벅거리는 소리가 들리는것만 같다. 신경이 곤두서서 혈관이 뒤틀리는 듯한 소리가 한동안 귀를 울렸다. 내가 조금씩 힘을 주어 문을 열자 누군가 안에서 어깨로 박치고 내게로 달려들었다. 그리고 그 짧은 시간동안 나는 그의 손에 칼이 있다는것을 볼 수 있었다. 주마등이 스쳐지나갔다. 하지만, 그때였다. 추욱 늘어져 있던 우리 황구가 내 기억속의 그때처럼 미친듯이 그에게 달려들어서 팔을 물었고, 가까스로 나는 칼을 피할 수 있었다. 어안이 벙벙해진 나를 정신차리게 한것은 식칼이 바닥에 부딛히는 기괴한 금속음이었다. 다행히 내게는 그에게 주먹을 날릴 기회가 왔고, 그 주먹을 맞은 괴한은 계단에 머리를 부딛혀 정신을 잃었다. 그렇게 그날의 오후가 끝났다.

경찰 조사 결과, 그는 계획적으로 우리 집을 노렸다. 우리 황구는 어지간해서는 짖지도 않으니 집에 있는지도 몰랐을테고, 내가 매일 야근을 해왔다는것도 알고는 아마 제딴에는 빈 시간에 찾아갔다고 생각했으리라. 현행범으로 잡은덕에 그가 가져가려했던 모든것들은 다시 제 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

물론 경찰은 믿지 않았다. 분명 수의사도 죽었다고 말했지만 황구가 다시 일어나서 팔을 물었다는것을, 나를 도와주던 친구는 믿어주었지만, 기왕이면 그 부분은 조서에서는 빼는게 이로울것이라고 조언해주었고, 결국 그의 영웅적인 귀환은 어느 문서에도 남지 않았다. 얼떨결에 그 괴한에게는 우리 황구를 죽인 혐의도 -불행히도 이 부분은 재산 손괴죄로 들어갔다.- 추가되었고, 그렇게 절차를 밟아가며, 내 기억에서 흩어지는. 작은 해프닝이었다.


내가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단 하나, 나는 아직 황구를 잊을 수 없다는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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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해서 미안합니다. 사실 저거 실화가 아니라 공포소설입니다. 다만, 저 내용을 공포소설로 싣기에는 뭔가 이상해서 구라좀 쳤습니다.

뭐... 제가 글을 잘 썻으면 아마 해석해주시는 분이 나와주시겠죠. 사실 9시부터 쓰기 시작한 글이라 조악합니다.

아레에도 적긴 했지만 세월호 관련 글을 적고싶네요. 병신백일장때도 적었지만.

아마 우리 황구는 죽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영영 우리를 떠나 버렸나봅니다. 황구가 있었다면...


 [우리는 세월호를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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