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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븅신사바]공포소설ㅡ아내의 요리가 맛있었으니까
게시물ID : panic_7446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하악생
추천 : 21
조회수 : 2653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4/11/14 09:19:58
내가 그를 만난 것은 대학에 막 입학한 신입생 때였다.
그는 대화를 적극적으로 즐기는 성격은 아니었으나 상냥한 성격에 타인의 말을 조용히 듣는 덕에 제법 인망이 있었다.  나 역시 그의 나이에 걸맞지않는 초연함이 마음에들어 스님이나 늙은이라 놀리며 그ㅡ와 어울리곤 하였다.
 3년째의 여름,  여행으로간  산에서 나는 반쯤 취한채 구석의 바위에 기대어 난리법석을 떠는 이들을 보고 있었다. 술을 마시지 않는 그에게 연거푸 잔을 권하는 한 여선배에게 도망친 그는 내가 기대있는 바위로 도망쳐 왔다. "저  선배 네게 마음이 있는거 같은데 잘해보지 그래?" 놀리며 말하늣 내게 이미 취해 얼굴이 빨개진 그는 고개를 저었다. "안돼 먹고싶어지니까" 그 말을 들은 나는 크게 웃었다. 그와 이런 성적인 농담은 전혀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취기인지 잘돌아가지 않는 혀로 말을 이었다.
"나는 사람을 좋아하게되면 제일먼저 그 사람의 맛을 상상해.  피부와 그속의 고기까지 맛을 상상하지. 그러다 그사람이 점점 먹을걸로밖에 느껴지지않게되는거야.참지 못하게 되면 큰일이날거야" 처음에 그가 어떤 종류의 농담을 하고 있는거라 여겼던 나였으나 열띤 그의 들어보지 못한 목소리와 눈빛은 나에게 무언가 두려움을 주었다. 여행 후 나는 그를 피하게 되었고 그 역시 취중의 일을 기억하는지 나를 피했다. 나는 그렇게 그와 소원해졌고 얼마 뒤 졸업과 취업 같은 일로 바빠 그에대한 기억은 그의 기묘한 버릇(성적취향?)과 함께 잊혀졌다.
내가 그의 소식마저 듣지 못한 채 10년 넘게 지났을 때 그에대해 듣게 된 것은 동창을 건너 전해듣게 된 부고였다. 그의 아내가 죽었다는 것이였다.  그가 결혼했었다는 것조차 몰랐었지만 나는 그를 위로하는 모임에 참석했다. 그의 집은 도심에서 한참 떨어진 산 속의 오두막이였다. 뒤에는 닭장과 돼지우리까지 있는 본격적인 것으로 나에게 소식을 전한 친구에 의하면 그는 결혼과 동시에 사회와 거리를 두고 전원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였다. "원래 도인같은 녀석이였으니까" 아. 도인 내가 그를 놀리던 기억이 소생하며 나는 참을 수 없는 그리움에 휩싸였다. 나에게 있어 그날의 대화는 이미 만취한 이의 헛소리로 기억되어 있었다.
차소리에 짖어대는 개들을 진정시키며 나온 그는 전원생활의 덕인지 갸름했던 옛모습은 통통하고 그을려져 건강해보였다. 반가움과 연민의 포응 후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랐던 나는 학생시절로 돌아가는 걸 선택했다. 농담조로 배를 쿡 찌르며 말했다.
"완전히 아저씨가 되었구만. 이 배는 어떻게 만든거야?"
그는 십년전과 마찬가지로 상냥한 미소를 지으며 조용히 말했다. "아내의 요리가 맛있었으니까"

[술에 취하면 사람을 깨무는 버릇이 있는 친구를 생각하며 쓴 글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우리는 아직 세월호를 잊지 않았습니다]
 [꿈과 공포가 넘치는 공포게시판으로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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