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 밖에 남녀가 속살거려
커플석은 남의 나라
모솔이란 슬픈 천명인 줄 알면서도
한 줄 시를 적어볼까
땀내와 사랑내 포근히 품긴
보내주신 학비 봉투를 받아
대학 노트를 끼고
늙은 교수의 강의 들으러 간다
생각해 보면 어릴 때 여자들
하나, 둘, 죄다 잃어버리고
나는 무얼 바라
다만, 나는 홀로 침전하는 것일까?
연애는 하기 어렵다는 데
시가 이토록 쉽게 쓰여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커플석은 남의 나라
창 밖에 남녀가 속살거리는데
등불을 조금 밝혀 어둠을 조금 내몰고,
시대처럼 올 아침을 기다리는 최후의 나.
나는 나에게 작은 손을 내밀어
눈물과 위안으로 잡는 최초의 악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