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아는데 네가 없다
요컨대 이건 네가 내게 말해주는,
최루성의 이야기들
남겨지지 않는 촉각으로 목소리로
혼자 잠들 수 없는 밤, 방에서
빛이 나간 전구도 흔적만큼은 갖고 있지
얼마나 더 해야 할까
전하기 위해 하는 말들, 전하려는 말이 아닌
나는 무디지 아니, 더디지
아니, 무디고 더디지
충분히 망가졌고 충분히 망했다
모서리마다 희끗희끗 빛나는
전구가 남기고 간 이야기들
들을 수는 없는데 듣느라 잠들지 못한다
너는 내게 너조차 남기지 않았고
나는 왜 아직도 살아서 이 참담을 듣는 거냐
짧은 필라멘트가 길었던 기억들을 보고 있다
이 방을 모두 빛내려고
그만큼 없어졌던 거지
사랑이라면 그렇게 남겨두어야 하는 걸까
남아야만 하는 걸까
사각으로 갈라진 바닥이
깊이 병들어 어둡다
너는 나를 아는데 내게 너를 두지 않는다
빛은 만질 수 있는 목소리야,
들리지 않아도 만질 수는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