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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귀신 같은 걸 잘 안 믿어요. (스압)
게시물ID : panic_7454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패기돋움체
추천 : 16
조회수 : 1639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4/11/16 14:41:20
저희 어머니께서 무속인이시지만 사실 전 귀신을 안 믿어요.
귀신 나오는 걸 보면 무섭다 라고 생각도 하고 뭐 영적인 존재가 아주 없진 않겠지라고 생각하지만, 전 제 나름대로 영이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하는 게 있어서 솔직히 귀신? 잘 실감이 안나요.

전 가위를 눌려본 적도 없고 귀신 비슷한 걸 본 적도 없다고 생각해요.
말이 좀 이상하죠? 본 적 없다고 생각한다니.
사실 제가 직접 본 건지 꿈에서 본 건지 헷갈리는 경험이 한 번 있긴 합니다.
벌써 한 7~8년도 더 전 일이네요.

그 당시에 저는 마당이 있는 집에서 살았습니다.
왜 70, 8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드라마 같은 걸 보면 마당을 두고 몇 채의 집에 여러집이 세들어 사는 집이 나오잖아요?
저희집이 약간 그런 구조였습니다.
마당을 두고 저희집 오른쪽 앞쪽으로 작은 집이 한 채 있었는데, 요즘은 한 집에 여러집이 잘 안 살려고 하다보니 그 집은 빈집으로 남아있었습니다.
가끔 창고처럼 안 쓰는 잡동사니들을 넣어두기도 했구요.
슬레이트 지붕 집이었는데 집 왼쪽으로는 커다란 미닫이 문이 있고 그 안쪽으로 약간의 툇마루 같은 게 있었습니다.
오른쪽으로는 상당히 큰 창문이 하나 나 있었는데, 그 창문으로 그 집 안이 훤히 다 보일 정도였어요.
어두운 걸 싫어하는 전 밤이면 그 집을 쳐다도 안 보고 쪼르르 저희 집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어느 날 학원 마치고 10시, 11시 쯤 대문 안으로 막 들어섰는데 저희집에서 키우던 진돗개가 엄청 짖고 있었습니다.
정말 안 짖던 애였는데 그 날따라 엄청 짖더라구요. 보통은 제가 오면 오줌을 지릴 정도로 격하게 반겨주던 애가 저한테 눈길 한 번 안 주고 짖어서 뭐지 싶었습니다.
개가 묶여있던 창고집 쪽으로 다가갔는데 진짜 그 자리에서 지릴 뻔 했어요.

개가 그 큰 창고집 창틀에 발은 올려두고 창고집 안을 보면서 짖고 있었어요.
동네 떠나가라 짖고 있는데, 그 창고집 안에 누가 서 있었습니다.
허리까지 올 만큼 긴 머리를 산발 한 남자인지 여자인지 모를 사람이 희고 긴 민소매 옷을 입고 창문을 손으로 짚고 이마를 창문에 박고서는 창틀 아래의 개를 내려다 보고 있었습니다.
아무 표정 없이요.
'사실 보고 있었다.' 라기 보다는 '보고 있는 것 같았다.'가 맞는 말일 겁니다.
그 사람의 얼굴이 잘 안 보였거든요.
근데도 확실한 건 '저 사람이랑 눈을 마주치면 안된다.'였습니다.

재빨리 집 안으로 들어섰다. 라고 기억합니다.
이것도 참 애매한 표현인데요,
사실 전 이게 직접 경험인지 꿈인지 조금 헷갈리거든요.
꿈이라기에는 너무 생생하고, 실제라고 하기에는 너무 현실성이 없어서...
평소라면 꿈이겠지 했을 제가 이렇게 헷갈려 하는 데에도 이유가 있습니다.

그 집을 떠난 뒤 꽤 오랜 시간이 지났습니다.
이제 그 집이 재개발 구역에 들어서 다음 달 초 안으로 철거된다고 하더라구요.
옆집에 살던 외할머니도 이사 가시고, 그 일대 알고 지냈던 어르신들도 다 떠나가셨어요.
빈집들만 있는 그 동네에 며칠전에 여동생이 갔다왔다고 했습니다.
제가 그런 데를 왜 가냐고 그런 데가 범죄의 온상이라며 동생을 나무랐는데. 여동생은 단순히 옛날 생각나서 갔다 왔다고만 하더라구요.
다신 가지 말라고 주의를 줬는데, 며칠 전에 여동생이 이런 말은 하더라구요.

"언니 그 집에 갔다 온 뒤로 어떤 여자가 쫓아다녀."

전 좀 충격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여자냐고 물어보니 여동생이 그러더라구요.
그 집에 살던 때에 창고집에서 뭔갈 봤다구요.
자기가 학원 마치고 7시쯤? 집에 왔는데, 평소라면 불이 켜져있을 집이 불이 다 꺼져 있었답니다.
그래서 어 이럴 리가 없는데? 다들 어디 갔나하고 현관쪽으로 다가가는데 옆에 있는 창고집 창문 안으로 어떤 산발을 한 여자가 서 있었다고 했습니다.
거기까지 듣는데 벌써 소름이 돋더라구요.
그리고 자기가 너무 무서워서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얼른 집으로 뛰어가서 현관문을 여는 순간 집 안의 불이 다 켜지고, 가족들도 다 있고 그런 적이 있었다고 얘기했습니다.
(여동생의 얘기에 개가 없는 것은 제가 그 꿈인지 뭔지를 보고 난 이후 개가 상태가 많이 안 좋아져서-밥도 안 먹고 시름 시름 앓고 하울링을 하는 등- 다른 집으로 보내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사실 그 집을 떠난 지 7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는데, 이제서야 서로 같은 걸 본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비슷한 경험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나니 소름이 좀 돋더라구요.
여동생한테 제 경험에 대해서 단 한번도 얘기한 적이 없는데 너무나 비슷한 경험을 했으니까요.
그 전까지 꿈이겠거니 했던 저도 그 얘기에 혼란스러워졌구요.

이건 둘째치고, 여동생을 따라다닌다는 여자가 그 여자라고 하네요. 저한테는 좀 놀라운 얘기죠.
암튼 그 여자가 여동생을 따라다니면서 괴롭히는데, 이게 점점 커진다고 하더라구요.
여동생은 기억 못하던데 자기가 남자친구랑 통화하고 있다가 갑자기 막 미친듯이 소리 지르면서 화낸 적도 있다고 하고 (여동생 남자친구 증언)
자기 친구들이랑 가는데 갑자기 이상한 소리를 한 적도 있다고 하고 (이것도 본인은 기억이 안 난대요. 그냥 친구들이 너 아까 그게 무슨 소리야? 라고 물어보면 본인은 기억 못하는데 친구들은 좀 이상하게 보는...?)
최근에는 집 계단 쪽에 쌓아둔 난간이 있는데요(아버지께서 일할 때 쓰시던 것) 그게 자기가 지나가기만 하면 와르르 쏟아져서 몇번이나 다칠 뻔 했다고 합니다.
제가 본 것만 해도 두 번이구요.
다른 사람이 지나갈 때 무너진 적이 없는데, 꼭 여동생과 다른 사람이 같이 지나가면 무너집니다.

여동생이 이 일로 너무 힘들어 하면서 자기 주변 사람 다 떨어져 나가겠다고, 어머니한테 말씀드려야할 지 말아야 할 지 고민이라고 저한테 털어놓더라구요.
다시 말씀드리자면, 전 귀신 같은 걸 잘 안 믿습니다.
그렇다면 이건 뭐로 설명해야할까. 제 자신한테도 의문이 드네요.
처음에도 언급했다시피 어머니께서 무속인이시니 여동생은 어머니께 말씀드려야할까 생각은 하던데, 과연 해결해 주실 수 있을 지 모르겠네요.
여동생이 저에게 물어본 지 이틀이 지났습니다.
저도 많이 혼란스럽고 여동생도 혼란스러울 것 같아요.
어제도 여동생과 여동생 남자친구가 계단을 내려가는데 난간이 무너져 내려서 부딪혔다고 하더라구요. (전 집 안에서 소리로 들었습니다.)
아직 어머니께는 말씀 못 드린 것 같던데, 어떤 식으로든 여동생이 덜 힘들었으면 좋겠어요.

혹시나 어머니께 말씀 드린 뒤에 다른 일이 생기면 또 알려드릴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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