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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완결낸 소설을 장으로 묶어서 연재해볼까 합니다. 2
게시물ID : readers_745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콩쥐와팥쥐♥
추천 : 0
조회수 : 19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05/24 17:32:44



전신이 포근한 감각에 휩싸여있었다.

아마도 침대인가?

포근한 감각에 휩싸인 채 그대로 천천히 눈을 떴다.

그러자 무척 익숙한 천장이 눈에 들어왔다.

역시나 내가 생각한대로 누워있는 곳은 침대였다.


지독한 악몽이네.

너무 생생해서 헷갈릴 뻔 했잖아.

방금전에 꾼 꿈을 떠올리면서 이마에 맺힌 식은 땀을 닦아냈다.

갑자기 지진이 일어나서 사람들이 죽어나간다니.

말도 안되는 개꿈이네.

어째서 이런 꿈을 꾼 건지….

그 꿈의 모든 것이 소름끼칠 정도로 선명하게 기억이 나는 건 어째서일까?

젠장, 아무래도 악몽은 잘 기억한다더니 역시 그게 맞는건가….


그때 나는 갑작스럽게 밀려드는 고통때문에 인상을 찌푸릴수밖에 없었다.

꿈 속에서 다쳤던 왼팔이 미친듯이 욱신거리고 있었으니까.

아파죽겠네.

어째서 아픈거지…?

너무 생생해서 그런가.

뭐, 별거 아니겠지.

머리를 긁으면서 근처에 놓여있는 안경을 집어들어 쓴 후에 씻기위해서 화장실로 향했다.


~


등교길에 올라선 나는 푸른 하늘을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아아, 푸르다."


아까 전 꾸었던 꿈때문에 기분이 찜찜했었다.

하지만 이토록 푸른 하늘을 보니 찜찜한 기분이 풀리는 것 같았다.

보기만 해도 상쾌해지는듯한 푸른 하늘.

뭐, 그것도 있고 오늘 누나의 미소를 봤으니까.

아아, 마음이 정화되는 기분이라고 해야할까.

그 대가로 무지막지한 양의 음식을 먹어야했었지만….


푸른 하늘에서 시선을 내려 거리를 바라보자 무성한 초록빛 잎을 자랑하는 가로수들이 눈에 들어왔다.

어디선가 살랑 불어온 바람에 가로수의 잎새가 살짝 흔들리고 있었다.

그 광경은 어느 때나 볼수있는 모습인데도 나는 무척 아름답다고 느껴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아침인데도 무더운 날씨.

초여름이 다가왔다는것을 느끼게 하는 더위였다.

그 날씨를 느끼며 역시 초여름이구나.


그 순간 갑작스럽게 왠지 이 상황이 익숙한 감각이 느껴졌다.

아니, 실은 집에서부터 익숙함이 느껴지기 시작했었지만.

마치 어디에선가 경험해본듯한 감각.

그래, 말하자면 기시감이 느껴지고 있었다.

뭐, 별거 아니겠지.

이러는건 무척이나 흔했으니까.

그때 뒤에서 들려오는 종민의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야!"


그렇게 외치면서 내 어깨에 손을 올리는 종민.


"아, 종민아. 오랫만이군."


나는 그렇게 드립을 치면서 웃으며 말하다가 문득 '어라?' 하고 중얼거릴수밖에 없었다.

또 느껴지는 기시감 때문에.


"뭐가 오랫만이냐?! 어제도 봤으면서!?"


그렇게 말하던 종민의 목소리를 들으니 기시감이 점점 커져가기 시작했다.

이 말도 어디에선가 들었는데?

정신이 멍해진다.

자꾸 왜 기시감이 느껴지는거지?

왠지 머리가 지끈거렸다.

머리가 복잡해져 간다.


그때 옆에서 갑작스러운 외침에 잠시동안 놓았던 정신을 차렸다.

종민이 외친건가?


"야! 왜 멍때리고 있냐?!"


귀가 얼얼해진 것을 느끼면서 나는 대답했다.


"아, 미안. 잠시 생각할게 있어서."


별거 아니겠지.

그렇게 생각해도 사라지지 않는 기시감을 억지로 무시하며 종민과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네가 말한 게임, 해봤는데 재미있더라."


그렇게 말하는 종민.

나는 이 말에 또 기시감이 더욱 커지는 것을 느꼈다.

젠장, 왜 자꾸 느껴지냐고.

뭐야? 이거?

자꾸 느껴지는 기시감에 나는 살짝 인상을 찌푸렸다.


"야? 왜 그러냐? 설마 너한테는 재미없는 게임이여서 지뢰를 던진거냐!?"


그런 내 표정을 본 종민은 그렇게 말하다가 다시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훗, 미안하지만 아무래도 이 게임이 나의 취향에 아주 잘 맞았나본데!"


나는 의기양양하게 말하는 종민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역시 착각이겠지. 착각. 그럴거야."

"응? 뭐가?"


종민이 그렇게 물어오자 나는 찌푸렸던 표정을 되돌리며 대답했다.


"응? 아무것도 아냐."

"그래? 그럼 어서 가자. 이제 슬슬 빨리 안가면 지각인데!"


종민은 그렇게 말하며 먼저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종민이 달려나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피식 웃었다.

그래, 분명히 별게 아니겠지.

나도 참 별거 아닌것에 신경을 쓴다니까.

앞서나가는 종민에게 크게 외치며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먼저 가면 어쩌자는거냐!"


그렇게 생각해도 밀려오는 기시감을 억지로 묻어버리기 위해서.


~


종민과 함께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교실로 들어서자 떠들썩한 교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순간 배에서 통증이 밀려오는 것을 느꼈다.

젠…젠장, 배가 아파.

아침을 너무 과다하게 먹었다는걸 잠시 잊고 있었다고!

배탈이 난건가…?

아파오기 시작한 배를 이끌고 자리에 앉아서 가방을 내려놓고 숨을 고르고 있을때 홍진과 지상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홍진과 지상은 종민과 내가 온것을 발견하고서는 내 자리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리고보니 늦게와서인지 홍진이 먼저 와있네.

지상은 숨을 몰아쉬는 나를 보며 풋하고 웃더니 물었다.


"종민하고 뭐하고 왔길래 그렇게 숨을 몰아쉬냐? 설마…"


그렇게 물어오는 지상에게 나는 씩하고 미소지으며 대답했다.


"뭔 생각을 하는거야?! 종민하고 격렬한 레이스를 펼쳤지. 그래서 좀 돌아오는 길로 달렸다!"


홍진과 지상은 내 대답을 듣고는 폭소하다가 홍진이 입을 열어서 말했다.


"푸하하핫! 그래서 결국엔 누가 이겼냐?"


그렇게 물어오는 홍진에 대답에 내가 대답하려던 찰나 어느샌가 나타난 종민이 대답했다.


"결국엔 둘 다 나가떨어졌는데? 그래서 한 몇분은 달리다가 지쳐서 걸어서 왔다."


그 대답을 들은 홍진과 지상은 박장대소하기 시작했다.

한참을 미친듯이 웃어대던 두명.

그 중 지상이 겨우 웃음을 멈추며 나에게 물어왔다.


"아… 미치겠네. 배 아파죽겠다. 그나저나 아무튼 피씨방 갈거냐? 나하고 홍진은 가기로 했는데."


그 말을 들은 나는 억지로 묻어놓았던 기시감이 다시 되살아나는것을 느꼈다.

되살아난것뿐만이 아니라 훨씬 더 커져가는 기시감.

그 기시감은 나에게 말하고 있었다.

착각이 아니라고.

이 일은 일어났던 일이라고.


"아, 나도 갈래."


그렇게 말하는 종민의 말을 듣자마자 더욱 강렬해지는 기시감.

확실하다.

이건 착각이 아니였다.

있었던 일이라고.


"그럼 넌 갈거냐?"


나를 쳐다보며 그렇게 물어오는 지상.

분명히 이 일은 일어난 일이였다.

뭐지? 언제? 일어난거야?


"아, 잠시만. 생각 좀 해보고."


나는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그렇게 대답하고는 이 기시감이 어디서 일어나는지 찾아보기 시작했다.

지상이 내 말에 뭐라 대답한거같았지만 전혀 들려오지않았다.

잠시동안 생각한 결과 마침내 도달한 하나의 결과.

이 기시감이 어디서 느껴지는지 겨우 깨닫고서 나는 얼빠진 표정을 지으며 중얼거렸다.


"뭐야…?"


꿈?

말도 안된다.

이 기시감이 느껴지는 이유가 고작 꿈때문이라고?

어떻게 된거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꿈의 내용을 떠올렸다.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는 꿈의 내용.

완벽하게 이 상황하고 맞아들어가고 있었다.

설마…


"예지몽인가…?"


나는 아무에게도 들리지않을 중얼거렸다.

역시 착각이겠지. 그럴리가 없다.

그건 단지 꿈일뿐이야. 꿈.

분명히 그래야한다. 아니, 분명히 그럴거다.

고개를 흔들어 떠오른 생각을 떨쳐냈다.

내가 그게 고작 꿈이라는 걸, 개꿈이라는 걸 증명하겠어.

함께 지상의 말에 대답했다.


"아, 미안. 돈이 없어서 못가겠는데?"


내 대답을 들은 지상은 미소지으며 답했다.


"뭐, 그럼 어쩔수없지."


"뭐, 그럼 학교 끝나고 보자고."


그렇게 말한후 선생님이 들어올때까지 우리들은 여러가지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눌수록 계속해서 느껴지는 기시감.

분명히 그건 개꿈이다.

하지만 그렇게 되뇌일수록 나의 불안감은 커져만가고 있었다.


~


학교가 끝난 후 거리를 걷는 나는 더욱 커져만 가는 불안감을 느꼈다.

어째서 똑같은거야?

이래서는 안된다. 그건 단지 개꿈이다.

반드시 개꿈이여만한다.

악몽일뿐이라고.

나는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생각하다가 문득 거리에서 새소리가 들리지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똑같다. 모든 것이 똑같다. 꿈하고.

아냐, 이건 단지 우연일뿐이라고.

꿈이 그대로 일어날리가 없잖아.

그렇게 생각하는 찰나 바닥에서 미약한 진동을 느꼈다.

말도 안돼. 거짓말.

거짓말이라고,

나는 눈앞의 상황을 부정하려는듯이 중얼거렸다.


"거짓말이라고. 그럴리가 없잖아. 단지 꿈일뿐인데."


하지만 거리는 드드드 ─ 하면서 떨리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나는 겨우 깨달을수밖에 없었다.

꿈하고 완벽하게 일치하는 상황.

아무리 부정해도 부정할수가 없었다.


"아하하하핫… 말도 안된다고…!"


그렇게 말하는 사이에 점차 커져가는 진동.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되어버린 거리.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어딘가로 도망치기 시작했다.

똑같다. 너무나도 똑같다.

너무나도 꿈과 똑같다.

진동은 격렬하게 커져가며 모든 것을 뒤흔들기 시작한다.

흔들리는 진동에 간신히 중심을 잡고있는 나는 이 상황을 잠시 바라보다가 미친듯이 웃으며 말하기 시작했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말도 안된다고! 뭐? 이딴게 어디있어?! 예지몽이였던거야? 아니면 뭐냐고!"


그렇게 말해도 대답은 돌아오지 않는다.

헛된 외침이라는건 나도 잘 알고있다.

하지만 이렇게 하지않으면 미쳐버릴거같다고!


와차장 ─ 하고 뭔가가 깨지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아, 그래. 분명히 꿈대로라면 유리조각이 허공에 비산하는 광경이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나는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봤다.

과연 꿈대로 유리조각이 허공에 비산하는 광경이 보였다.

찰나였지만 나에게는 몇십초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이것도 똑같다. 정말로 똑같다. 꿈하고 완벽하게 똑같다.

그 꿈속에서 경험했던 시간이 느려지는 현상도 똑같다.

유리의 파편이 허공으로 비산하면서 햇빛에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 광경은 꿈속에서는 무척이나 아름다웠지만 지금은 지옥이 강림하는 것을 알리는 장면으로 보였다.


어쩌면 이건 몽중몽일줄도 모른다.

그렇다면 저 떨어지는 유리조각에 꿰뚫리면 이 꿈에서 깨어나는게 아닐까?

혹은 진짜 현실이라 해도 다 죽어버리는데 나 혼자 살아있어서 뭘한다는걸까?

문득 든 생각에 속으로 피식 웃었다.

그렇다면 해봐도 상관없지않을까? 하고.

다만 진짜라면 엄청 아플거같지만.

그렇게 생각한 나는 떨어져오는 유리파편을 바라보면서 다시 중얼거렸다.


"아, 역시 잘못 생각했나?"


역시 죽기 싫어.

하지만 이미 늦어버렸네.

그 순간 시간이 다시 원래대로 흐르기 시작했다.


푸욱 ─ 하고 내 몸이 유리조각에 꿰뚫렸다.

어깨에 박혀버린 유리조각.

아? 아프다.

아파. 아파. 아파. 아파. 아파아아앗!

어깨에서 전해져오는 미칠듯한 고통.

아파. 아파. 아파!

나는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몸을 비틀었다.

몸을 비틀자마자 등에 꽃히는 유리조각.

또 푸욱 ─ 하고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렸다.

아? 또야?

죽기싫어. 죽기싫어. 죽기싫다고!

나는 몸에 꽃히는 유리조각때문에 바닥에 털썩 쓰러지고 말았다.

미칠듯한 고통때문에 몸을 움직일수가 없다.

미쳐버릴거 같다.

너무 아파! 아파! 아프다고!

죽기싫어! 죽기싫다고!

바닥에 쓰러지고 나서 몸에 꽃히는 무수한 유리파편.

푸욱 ─ 푹 ─ 하고 연달아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려왔다.


잠시후 나는 바닥에 쓰러진 뒤로 고통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라? 왜 갑자기 아픈게 사라진거지?

그 이유는 알수없었지만 몸을 강타하던 고통이 사라졌다는건 참 다행이라고 생각됬다.

그렇게 생각하며 몸을 일으키려고 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몸이 왜 움직이지않는거지? 어째서?

움직이지 않는 고개를 억지로 들어 거리를 바라봤다.

무수한 유리파편이 거리에 흩어져 있었다.

내 앞에 보이는 누군가의 잘린 팔.

나는 그 팔을 바라봤지만 서서히 눈앞이 흐릿해지는것을 느꼈다.

어라? 왜 이러지? 안경이 벗겨겼나? 그건 아닌데?

갑자기 으슬으슬 추워지기 시작하는 몸.

몸이 부르르 떨리기 시작한다.

왜 갑자기 추워지는거지?

그렇게 돌아가지않는 머리를 간신히 돌려 생각하다가 내 몸에 무수한 유리파편이 꽃혀있다는 사실을 다시 깨달았다.

이러니까 몸이 움직이지않는건가?

몸을 적시는 피의 감촉이 희미하게 느껴지고서야 겨우 깨달을수가 있었다.

아아, 그랬나? 난 죽어가는건가?

…결국 지금은 꿈이 아니였구나. 현실이였구나.

눈 앞이 흐릿해진다. 초점이 잡히지않는다.

결국 이렇게 죽는건가?

누나는? 친구들은 어떻게 됬을까?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그런 생각을 떠올리다가 의식이 점점 멀어져가는것이 느껴졌다.

그 순간 떠오른 하나의 생각.

만약에 그 꿈을 예지몽이라고 생각했으면 어떻게 됬을까?

이미 뒤늦어버리ㄱ….

생각을 끝마칠수가 없다.

더 이상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다.

그와 동시에 마치 기계가 갑작스럽게 작동을 멈추듯이 의식은 끊기고 말았다.


~


기묘한 부유감이 온 몸을 감싸고 있었다.

말하자면 마치 물에 떠있는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그 기묘한 느낌에 천천히 눈을 떴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분명히 눈을 뜨고 있는데도.

하지만 어째서일까, 난 이 상황이 본능적으로 어떻게 된 일인지 깨달을수 있었다.

그래, 끝없는 어둠이 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다.

그러니까 당연히 보일리가 없겠지.

한줄기 빛도 없는 어둠의 공간.

어디가 바닥인지, 어디가 천장인지, 어디가 벽인지 전혀 알수가 없었다.

거기에다가 기묘한 부유감까지 겹쳐져서 더욱 알수없게 만들어버리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왜 여기 있는거지?

문득 떠오른 의문.

하지만 곧 그 의문에 답하듯이 방금전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

피로 붉게 물든 거리.

아비규환이 돼버린 거리.

유리파편이 나에게로 떨어져오는 장면.

그제서야 내가 어떻게 됐는지 겨우 깨달을수가 있었다.

아. 난 죽은 거구나.

잠시만? 내가 죽었다고…?

죽었다고?

죽었다는 것을 깨닫자마자 봇물 터지듯이 수많은 감정들이 머리를 휘젓기 시작했다.

머리를 휘젓는 무수한 감정들을 느끼며 작게 중얼거렸다.


"젠장, 아직 못해본 것도 많은데…."


그것은 무척 미련이 담긴 말.

……한심하다.

이미 늦어버렸는데.

나는 어째서 이런 말을 하는걸까.

머리가 후회로 가득 채워져간다.


"……"


그때 어디선가 아주 미약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는 무척 작아서 주의를 기울이지않는다면 절대로 듣지못할 크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주변은 완벽한 적막에 빠져있었다.

그러니까 그 적막속에서 아주 작은 소리가 들려오면 당연히 알아차릴수밖에 없겠지.

이런 적막속에서는 아주 작은 소리도 크게 들려오니까.

근데 이건 무슨 소리지?

이 적막속에서 갑작스럽게 들려온 소리에 의아해하고 있었을때  더욱 크고 선명한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의아함은 순식간에 소름으로 변할수밖에 없었다.

젠장, 이건 또 뭐야?

그와 동시에 온몸에 소름이 미친듯이 내달리기 시작한다.

어째서냐고? 그도 그럴것이,


"cjПijIJĦÆœεδΔ"


무척 괴기한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으니까.

그 소리는 무척이나 괴기해서 소름이 올라오게 만들 정도였다.

그래, 말하자면 마치 괴물들이 낼듯한 소리 같았다.


"ⅹ㎑эЖЙⁿ"


계속해서 들려오는 알수없는 괴음.

머리가 지끈거리기 시작한다.

두통이 미친듯이 작렬한다.

마치 누군가가 해머로 머리를 미친듯이 두들긴다고 생각될 정도.

인상이 고통으로 잔뜩 찌푸려지기 시작한다.

그 괴음을 계속해서 듣고있자니 미쳐버릴거만 같았다.

몇초조차도 들을수없을 정도의 괴기함으로 채워져있는 괴음.

본능이 말하고 있었다.

이 이상 들었다가는 뭔가가 망가질거라고.

그러니까 더 이상 듣지말라고.

하지만 손으로 귀를 막아도 계속해서 들려오는 괴음.

머리가 금방이라도 터져나갈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진짜로 터져나갈거 같다고!

짜증이 미친듯이 솟아오르기 시작한다.

젠장, 제발 좀 그만하라고! 미칠거 같으니까!

계속해서 들려오는 괴음을 견디다 못한 나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조금이라도 두통을 덜어내기 위해서, 어쩌면 이 외침에 괴음이 멎지않을까? 를 생각하면서.

 

"그만하라고! 젠장! 이 망할놈아!"


내가 모든 힘을 담아 외치는 순간 갑작스럽게 멎어버리는 괴음.

순식간에 주변은 적막에 빠져들었다.

원래부터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는 것처럼.

그와 동시에 머리를 강타하던 두통도 서서히 사라져간다.

어라? 먹힌건가?

그 순간 느닷없이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이, 안해! 그냥 보내버려."


짜증이 섞인듯한 목소리.

그 목소리는 무척 앳되어보이는 소녀의 음색이였다.

어라…?

나는 갑작스럽게 들려온 목소리에 잠시동안 멍해질수밖에 없었다.

갑자기 목소리가 들려왔어?

더구다나 여자애 목소리?

잠시 지금 일어난 상황을 머리가 따라가지 못한다.

아, 그러니까 이건 뭡니까?

누가 이게 무슨 일인지 설명 좀 해줄 사람?

그런 얼빠진 생각이 떠오름과 함께 이 상황을 한마디로 표현하는 중얼거림을 내뱉었다.


"이건 뭐야…?"


이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잠시동안 이 상황에 멍해져있을때 그 목소리가 뭔가에 당황한듯이 갑작스럽게 다급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어라? 잠시만, 스톱. 스톱! 보내지말라고! 취소!"


스톱? 취소? 그건 또 뭔데?

그렇게 생각한 순간 내 눈에 어떤 '이변'이 눈에 들어왔다.

칠흑같은 어둠이 자리잡던 공간 '자체'에 새하얀 금이 가기 시작했다.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하는 새하얀 금.

이건 뭐야…?

새하얀 금은 빠르게 검은 공간을 잠식해 나간다.

그때 갑작스럽게 무척 커다란 외침이 들려왔다.


"안된다고! 하필 그럴 때 걷히는건 뭐야!"


그 목소리는 고막을 헤집고, 머리를 헤집어 한순간 현기증이 일어나게 만들 정도였다.

젠, 젠장. 이건 또 뭐야?

귀 안쪽이 욱신거리기 시작한다.

나는 그 욱신거림에 인상을 잔뜩 찌푸릴수밖에 없었다.

방금 전 그 소리는 고막이 터질 정도라고 생각될 정도의 크기였는데.

젠장, 귀가 미칠듯이 아프잖아.

그 외침에 충격이라도 받은 것처럼 검은 공간에 무수한 새하얀금이 기합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한다.

그것은 곧 내 시야 모두를 채워가고 있었을때 다시 한번 앳되어보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는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뭐하다 왔길래 그리 숨을 몰아쉬고 있는걸까? 라는 의문이 들었다.


"하아, 하아. 거기 너, 말야."


그때 목소리는 숨을 몰아쉬더니 누군가를 부르기 시작했다.

어? 나 말인가? 

목소리는 심호흡을 하더니 그대로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잘 들어. 오……치직 …"


목소리가 뭐라 말하려던 그 순간, 갑작스럽게 끼어들어온 노이즈에 목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뭐야? 왜 갑작스럽게 노이즈가 끼는거야?

라디오에서 주파수를 잘못 맞추면 들릴것같은 노이즈가 계속해서 목소리 대신 들려오고 있을 뿐.

그 노이즈에 맞춰서 새하얀 금은 마지막으로 남겨둔 검은 공간마저도 침식해버렸다.

완벽하게 백색으로 채워진 공간.

그때 노이즈가 갑작스럽게 사라지더니 다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아니, 목소리가 말하는 도중에 노이즈가 끼어들어오더니 노이즈와 목소리가 혼재되어 들려오기 시작했다.


"……치직……이건 또 왜 이래! ……치직……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치직……"


목소리는 뭐라 말하고 있었지만 노이즈 때문에 알아들을수가 없었다.

도대체 뭐라는거야?

노이즈가 섞여서 들려오는 목소리의 내용을 어떻게든 알아들어보려고 애를 써보았지만 도저히 몇부분을 제외하고는 알아들을수가 없었다.


"날카로운……치직……되어 너를 찔러올……치직…… 고 ─ ! 잊지마!"


날카로운 게 찔러온다고? 잊지말라는건 또 뭐야?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때 눈앞에서 또 다른 '이변'이 일어났다.

공간이 유리처럼 산산조각나며 깨져나가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산산이 깨져나가는 공간 사이로 보이는 칠흑.

그 칠흑을 보는 순간 본능이 경고하기 시작했다.

저 칠흑은 위험하다고.

그래, 보기만 해도 너무 깊어보여서 자칫하면 빠져나올수없다고 생각될 정도의 칠흑.

그와 동시에 온 몸을 감싸던 기묘한 부유감이 사라지더니 갑작스럽게 생겨난 중력에 이끌려 어딘가로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어딘가로 떨어져가는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점점 빠르게 깨져나가는 백색의 공간.

백색의 공간은 곧 있으면 완전히 깨져나갈것처럼 보였다.

그때 다시 그 목소리가 들려왔다.


"……치직……잊지말라고 ─ !"


뭘 잊지말라는건데?

그런 의문을 가졌지만, 당연하게도 목소리가  이 의문에 답해주는 일은 없었다.

그 순간 백색의 공간이 폭발하듯이 완전히 깨져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백색의 파편이 사방으로 흩어져감과 함께 그 너머로 보이는 끝없는 칠흑.

그 광경을 마지막으로 내 시야는 어둠으로 물들었다.


~


온 몸에 포근한 감각이 느껴지고 있었다.

어디에선가 수없이 느껴보았던 감각.

그래, 말하자면 마치 침대에 뒹굴거리고 있을때 느껴지는 감각…?

엉? 잠시만? 난 죽은게 아니었나?!

설마…?

그렇게 생각하면서 천천히 눈을 떴다.

그러자 역시나 내 생각대로 흐릿한 시야였지만 무척 익숙한 내 방의 천장이 보였다.


"역시 그건 꿈이었던건가…?"


천장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린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게 꿈이여서 다행이야.

진짜였으면….

방금전까지 꾸었던 꿈을 떠올리자 온 몸에 소름이 끼치기 시작했다.

피로 물든 거리가, 지옥이 돼버린 거리의 모습이 떠올랐으니까.

그래, 너무 선명하게 떠올라서 지금도 '그게 꿈인건가?' 하고 의문을 가질 정도였다.

더구다나 그때 느껴진 현실감이란….

그 참혹한 광경이 너무 생생하게 떠올라서 살짝 인상을 찌푸릴수밖에 없었다.


"또 그 꿈은 뭐야?" 


인상을 찌푸린 채로 중얼거리다가 또 다른 꿈을 떠올렸다.

생각해보면 그것도 무척 기분이 나빠지는 꿈이었지.

끝없는 어둠으로 메워진 공간에, 괴기한 노이즈까지.

어째서 이런 악몽을 꾼걸까? 하고 별거 아닌 의문을 품으며 침대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니, 일어서려던 찰나에 안경을 쓰지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라? 그리고보니 안경을 안 썼었네.

어쩐지 시야가 흐릿하더라.

그대로 침대 시트 위로 손을 뻗어서 안경을 집어들어 쓰자 시야가 선명해졌다.

그럼 이제 씻으러 가볼까?

다시 침대에서 일어나 화장실로 향하기 위해 방을 나서려했다.


하지만 그때 갑작스럽게 가슴 한켠에서 알수없는 찜찜함이 생겨났다.

……그래, 말하자면 뭔가를 잊은 것 같은 감각.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뭘 잊어버렸는지 도저히 떠오르지가 않는다.

…뭐. 별거 아니겠지.

고개를 흔들어 찜찜함을 떨쳐내고는 그대로 머리를 긁적이며 방 밖으로 나갔다.


~


씻고 나서 부엌으로 내려오자 무척 익숙한 광경이 보이고 있었다.

누나가 싱크대 위에 고무장갑을 올려놓고 있는 모습.

나는 그 모습에 갑자기 알수없는 커다란 그리움을 느꼈다.

그래, 무척 오랫만인것 같은 누나의 모습.

언제나 봐왔던 모습일텐데도, 이런 감정이 느껴지다니.


어째서일까? 눈시울이 뜨거워지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젠장, 내가 왜 이러는거지?

서서히 눈 앞이 흐릿해져간다.

금방이라도 눈물이 새어나올것만 같다.

하지만 울어서는 안된다.

울지않기로 맹세했었으니까.

어떻게든 눈물을 참으려고 두 눈을 질끈 감음과 함께 고개를 푹 숙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누나, 잘 잤어?"


울음기 때문에 목이 메이는 느낌과 함께 작고 부르르 떨리는 목소리가 입 안에서 흘러나왔다. 

나는 속으로 한순간 크게 당황할수밖에 없었다. 

아…? 알아차렸으려나?

알아차리면 안되는데.

마음이 까맣게 타들어가기 시작한다.

제발 알아차리지 못했으면…!

나는 지금 그것만을 간절하게 바라고 있었다.


"응, 잘 잤는데? 우리 아들은?"


다행히 누나의 반응으로 봐서는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 것 같았다.

하아, 다행이다. 알아차리지 못해서….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조용히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또 목메인 목소리가 나오면 안되는데.

그렇게 생각하면서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아, 그…"


하지만 이번에도 다시 목이 메이는 느낌과 함께 더 이상 말을 이어갈수가 없었다.

이러면 안되는데….

눈물이 금방이라도 흘러나올것만 같아서 더욱 질끈 눈을 강하게 감았다.

이제는 분명히 알아차렸으려나?

한번은 어떻게든 넘어갔다고 해도 두번째는 분명히 알아차릴수 있을테니까.

아니, 오히려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그게 이상한거겠지.


일순간 주변이 조용해진다.

무거운 침묵이 온 몸을 짓눌렀다.

심장이 미친듯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숨이 점점 가빠져온다.

온 몸이 부르르 떨린다.

어떻게든 떨림을 죽여보려고 애써봤지만 계속해서 떨리는 몸.

젠장, 이러면 안된다고!

다시 한번 온 몸의 떨림을 멈춰보려고 해봤지만 떨림은 오히려 커져만가고 있었다.

어째서…? 제발 멈추라고!


이 침묵은 얼마나, 오랫동안 이어지는걸까?

이미 몇분이 지난 것 같은데도 침묵은 끝나지 않는다.

마치 이대로 한없이 계속될듯한 침묵.

하지만 곧 그 침묵은 갑자기 내 턱에 닿은 뭔가에 산산이 깨져나가기 시작했다.


나는 순간적으로 몸을 크게 움찔거릴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턱에서 부드러운 느낌이 전해져 왔으니까.

왜 그 느낌이 전해져 오는지 잠시동안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턱에 닿고 있는 게 무엇인지 깨닫고 나서야 겨우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 지금 닿고 있는 건 누군가의 손이었다.

분명히 그 손의 주인은 누나겠지.


그런데 왜 아무 말도 하지않고 있는거지?

그런 의문을 떠올리고 있었을 때 턱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누나의 손가락이 느껴졌다.

어라…? 뭐지…?

한순간 그 행동에 정신이 살짝 멍해질수밖에 없었다.

누나가 그럴거라고는 예상도 하지 못했었으니까.

하지만 어째서일까?

그 행동에서 무척 묘한 익숙함이 느껴지고 있었다.

말하자면 몇번이나 이런 적이 있었던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언젠가 이런 적이 있었던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을때 문득 머릿속에서 어떤 기억이 떠올랐다.


너무나도 오래되서 잊어버리고 있었던 어린 시절의 기억.

내가 울고 있으면 누나는 언제나 내 턱을 샹냥하게 쓰다듬어 주었지.

나를 달래기 위해서.

그러면 나는 울음을 그쳤었지.


그래, 마치 지금처럼.

서서히 몸의 떨림이 멎어간다.

내가 몇번이나 멈추려고 해봐도 멎지않았던 떨림이 이렇게나 쉽게 멈춰버리다니….

그건 분명히 이 손에서 느껴지는 편안함 때문이겠지.

모든 것이 편안해지기 시작한다.

그와 함께 금방이라도 터져나올것 같았던 울음도 사라져가고 있었다.

곧 그 손은 턱에서 떨어졌고 나는 완전히 진정할 수 있었다.


누나에게…, 고맙다고 말해야 되겠는데.

그렇게 생각하면서 심호흡을 한번 하고 난 후 감았던 눈을 뜨자 투박한 나무 바닥이 보이고 있었다.

나는 그대로 누나에게 고맙다고 말하기 위해서 고개를 든 순간 머리를 강하게 얻어 맞은듯이 멍해지고 말았다.


어째서냐고?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누나가 보였으니까.

어째서 울고 있는거지…?

그런 얼빠진 생각을 할수밖에 없었다.

왜 우는거야? 왜?

이유를 모르겠다.

마치 내 감정이 그대로 누나한테 옮겨간 것 같은 모습.


그때 다시 한번 어렸을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방금 전 떠올랐던 기억에서 이어지는 또 다른 기억.

그제서야 나는 겨우 이 상황이 어떻게 된건지 이해할 수 있었다.

그래, 턱을 쓰다듬었으면 난 울음을 그쳤지만, 누나는 어째서일까?

울어버리기 시작했었지.

울음을 그쳤던 나는 누나가 우는 모습을 

보고 다시 울어버렸고….


그 옛 기억은 지금 여기서 다시 재현되고 있었다.

다만 차이점이 있었다면 지금 난 울지 않았다는 것과 함께, 누나의 우는 모습이 어느때 보다 더욱 슬프게, 애절하게 보이고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어째서…, …그렇게나 슬퍼보이는 모습으로 우는거야? 

그런 말이 입 끝까지 올라왔지만 결국 그 말을 말하지 못한 채 나는 그저 누나가 우는 모습을 지켜만 볼 수 밖에 없었다.


~


나는 초록빛으로 물들어가는 거리를 걸어가면서 한숨을 내쉬고 있었다.

조금 전에 봤던 누나의 모습이 자꾸만 떠오르고 있었으니까.

눈물을 뚝뚝 흘리던 그 모습이 뇌리에 깊숙히 박혀서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나는 또 다시 한숨을 내쉬며 조금 전의 광경을 떠올렸다.


한참동안이나, 계속되는 것 같았던 그 모습은 끝을 맺었다.

그 한없이 길게만 느껴졌던 모습이 고작해야 몇분이라니.

누나는 간신히 진정이 됬는지 울음을 멈췄다.

그리고는 마저 남아있는 눈물을 닦아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갑자기 울어서 미안해. 누난 괜찮으니까. 학교 안 늦겠니?"


너무나도 태연하게, 방금 전에 운 사람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목소리로 말하며 빙긋 웃는 누나의 모습에 나는 한순간 얼이 빠졌다.

마치 자신이 운 건 별일 아니라는 듯이 그냥 넘겨버리는 누나.

분명히 갑작스럽게 운 이유가 있었을텐데도….

하지만 아무래도 누나의 모습으로 봐서는 그 이유를 물어봤자 틀림없이 대답해주지 않겠지.

그래, 분명히 날 걱정시키고 싶지 않아서겠지만….

지금 빙긋 웃고 있는 누나의 모습을 보니 왠지 무리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정말로 괜찮은거야?"


그렇게 묻자 누나는 조금 전보다 더욱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응, 밥 차려놨으니까 어서 먹으렴."


그 미소에 나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뭐…, 누나가 괜찮다고 하면 정말로 괜찮은거겠지.

그 뒤로 뚝 끊겨버린 대화.

어색한 분위기 때문에 더 이상 있기가 부담스러워서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하고서는 빠르게 집에서 나왔지만….


오늘 분식점에 들려서 누나가 좋아하는 순대라도 사가야겠네.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가 눈에 들어오는 주변의 광경에 한순간 기시감을 느꼈다.


어디선가 여러번 본 듯한 광경.

어디서 봤더라…?

아, 그래. 분명히 꿈 속에서 봤다.

…뭐? 잠시만?

꿈속에서 봤다는 것을 떠올린 나는 잠시 거리에서 멈춰서고 말았다.

꿈? 꿈? 꿈? 꿈이라고?


무성한 잎을 자랑하는 가로수들.

살랑 불어오는 바람에 흔들리는 가로수.

그리고 아침인데도 조금은 더워진 날씨.

나는 그 광경을 보고 알아차릴수 있었다.

이건 분명히 꿈속에서 본 광경이라고.


분명 나는 꿈 속에서 이렇게 생각했던가?

'왜 이렇게 더운거야?' 하고.

꿈대로라면 분명히 뒤에서 종민이 말을 걸면서 내 어깨에 손을 올리겠지.


"야!"


뒤에서 들려오는 종민의 목소리.

그렇게 외치면서 내 어깨에 손을 올리는 종민.


꿈과 딱 들어맞았다.

꿈에서 일어난 일이 현실과 딱 들어맞는다.

그 순간 머리가 이 상황을 따라가지 못한다.

뭐야? 잠시만? 그럼 그건 예지몽이라고?

아니, 그건 두번째 꿈에서 생각한건데?

그럼 지금은? 지금도 꿈이라는거야?

머리가 뒤죽박죽이 되어간다.


하지만 그때 옆에서 뭐라 외치는 종민에 한순간 생각을 멈출수밖에 없었다.


"야! 너 왜 얼굴이 굳어있냐? 설마 배가 아픈거냐?!"


그런 쪽팔리는 이야기를 크게 외치는 종민.

아니, 그런게 아니라고 뭐라 말하고 싶었지만 이 내용을 말한다면 정신병자 취급 받을거 같아서 말을 하지 못했다.


어쩌면 착각일지도 모른다.

꿈하고 다른 내용도 있으니까.

어쩌면 내가 과민반응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아직도 꿈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에도 똑같이 흘러간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되는거지?


복잡하다. 머리가 혼란스럽다.

옆에서 종민이 뭐라 말하는 거 같지만 내 귀에는 전혀 들려오지않았다.

난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는거야?

머리가 지끈거린다.

두통이 밀려온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하는거지?

정리가 되지않는다.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수가 없다.


그 때 나의 어깨를 툭툭 치는 감각을 느끼고는 뒤를 돌아보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하는 종민이 보였다.


"야, 괜찮냐? 너 어디 아픈거같은데. 인상도 쓰고."


종민은 내 얼굴을 쳐다보면서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물어왔다.


"……아, 그냥 좀 생각할게 있어서."


나는 입을 열어 간신히 그렇게 말하고는 발걸음을 떼어 학교로 향했다.

여전히 머릿속이 정리되지 않은 채로.


~


나는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뭐야? 이게?"


하늘은 너무나도 푸르렀지만 심란한 마음을 밝게 만들어줄수는 없었다.

점심시간. 나는 운동장에서 나와 푸른 하늘을 올려다보며 이 상황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수업시간에도 이걸로 생각하느라 주의받은 게 몇번인지.


"……하아…"


나는 한숨을 쉬면서 머리를 쥐어뜯었다.

지금까지 생각해서 나온 결론은 단 하나도 없었다.

다만 확실한 건 꿈과 똑같이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게 꿈인지, 아니면 현실인지 분간도 가지않는다.

꿈이라고 친다면 아주 다행이지만 현실이라고 친다면….

내가 꿈이라고 생각했던것이…?


그렇게 생각하자마자 몸에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내가 꿈이라고 생각했던게…?

꿈이 아니라면…?

그 아수라장도, 그 지옥도, 내가 죽은 것도 모든것이 현실이라고?

갑작스럽게 온 몸이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내가 꿈이라 생각했던 기억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지진.

아수라장.

지옥으로 변한 거리.

무수한 시체.


머리가 미칠듯이 욱신거린다.

몸이 미친듯이 떨리기 시작한다.

꿈이라 생각했던게 현실이라니.

말도 안된다. 말도.

현실이라니. 꿈이여야만 한다.


"꿈이여야만 한다고!"


나는 어느새인가 자리에서 일어서서 그렇게 외칠수밖에 없었다.

머리가 복잡하다. 미칠듯이 복잡하다.

꿈이라고 생각했던게 모두 현실이라면 어떻게 되는거야?


현기증이 확 일었다.

머리가 어지럽다.

갑작스럽게 밀려온 현기증에 나는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현실일리가 없다.

꿈이여야만 한다.

그래, 분명히 꿈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억지로 이 생각을 묻어버리려 했다.

생각하지않기위해, 이 모든 것을 꿈이라고 믿기위해서.


그런데 모두 왜 날 쳐다보고 있는거야?

젠장, 구경났냐?

인상을 찌푸리며 자리를 떠어 교실로 향하기 시작했다.

확실한건 하교길에서 알아낼수 있겠지.

그리고 나는 그게 개꿈이라는 것을 깨닫고 분명히 안도할거야.

분명히 그래야만 한다.


분명히 그래야만 한다고!


~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나는 그저 미친듯이 웃어댈수밖에 없었다.


어째서냐고?

내가 서있는 거리는 미약하게 흔들리고 있었으니까.


꿈이 아니다. 결국은 현실이다.

그래, 세번이나 반복되는 현실.

…현실? 웃기지마! 웃기지말라고!

그래, 몽중몽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지금 죽으면 꿈에서 깨어날지도 모른다.

하지만 현실이면? 그런건 싫다. 싫다고!

내가 그렇게 생각해도 이 미약한 진동은, 생생하게 느껴지는 감각이 현실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나는 점점 거세지는 진동을 느끼면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늘은 푸르고 너무나도 푸르러서 마치 이 세상을, 나를 기만하는 것만 같았다.

이 세상은 언제까지 평온할거라고.

그런 거짓을 고하는 하늘.

그래, 만약 이 세상에 신이 있다면 그 신은 나를 가지고 놀고 있을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니 속에서 뭔가가 올라오는거만 같다.


젠장, 웃기지마.

웃기지말라고!


와차장 ─ 하고 유리창이 깨져나가는 광경이 눈에 선명하게 들어온다.

나는 그 광경을 바라보며 울분을, 분노를 담아서 외치기 시작했다.

만약 이 세상의 신이 나를 한낱 놀잇감으로 여기고 있다면 하고 싶은 말을…!


"이 개같은 놈! 갖고 놀아봐라! 이 개자식아! 네 뜻대로는 어울려주지는 않을테다!"


그 말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무수히 떨어지는 유리조각 중 하나가 나에게 곧바로 떨어져온다.

젠장, 욕했다고 곧바로 죽이냐?

다가오는 죽음의 순간에서 그렇세 생각한 나는 떨어져오는 유리조각을 멍하니 바라볼수밖에 없었다.

푸욱 ─ 하고 기분나쁜 소리가 내 귀에 들려오며 시야가 한순간 암흑으로 물들었다.


그래, 분명히 나는 그때 죽었다.


~


조금은 어두워보이는 공간에 위치한 거대한 모니터.

그 모니터를 남자가 쇼파에 앉아서 그대로 다리를 꼰 채 지켜보고 있었다.

그 화면에서 보여지는 것은 소년과 성숙해보이는 여성이었다.

그 두명을 잠시동안 바라보던 남자는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여긴 왠 일이지?"


아니, 그 중얼거림은 누군가를 향해 쏘아진 말이었다.

그 말에 대답하는 고혹적인 목소리.

그 목소리의 주인은 분명히 여자였다.


"제안을 하려왔는데?"


그 대답에 잠시동안 말이 없었던 남자는 곧 재미있다는 듯이 씨익 미소지으며 말하기 시작했다.


"이야, 네가 제안을 해올줄은 몰랐는데, 한번 들어볼까? 최초이자 태고의 '마녀'. 그래, 무슨 제안이지?"











~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고 댓글을 달아주셔서 무척 감사합니다.

전 그저 예전에 완결낸 소설을 올리는 것밖에 하지 않는데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다는 분이 있어서...!

.....한번에 올리고 싶지만 그랬다가는 그압의 압박에 다 읽으시지 못하실테니...

하루마다 챕터 하나 씩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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