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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by의 자전거 세계여행_몽골2
게시물ID : bicycle2_1767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Moby
추천 : 31
조회수 : 1116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4/02/19 08:51:43

ㅁ 몽골 2일째(6월 25일),  고비사막의 따끔한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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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주변을 둘러 보니 내가 몽골에 와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났다.  햇빛의 방향이 바뀌어서 그런지 어제 저녁에 봤던 풍경과 또 다르다.
그런데 짐을 챙기다 보니 그 가시에 찔렸는지 타이어가 또 빵구가 나서 바람이 빠져 있었다.  전날 비가 와서 젖어 있는 텐트를 말리며 빵구를 때웠다. 
아침부터 시간도 지체되고 힘빠지는 일이다.
아침 응가도 한판 때렸는데 바지 올릴 때 갑자기 부웅~ 하고 쇠똥구리 한마리가 날라와 앉더니 되직한 내 떵 한덩어리를 뜯어내 뭉쳐서 굴리며 
가는 모습이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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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정리하고 본격적으로 출발하려고 하는데 승용차가 한대 오더니 아줌마 한분이 내려서 나한테 인사하는식으로 말을 한다.
나는 또 '나 솔롱고스(한국사람), 울란바트로로 고고중임' 하니 아줌마가 차로 가서 가서온 비닐 봉지를 벌려서 내게 내민다.
뭔가 하고 보니 사탕이었다.  사탕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는 편이었지만 아줌마 성의가 있어 한 5개쯤 집고 '바이슬라'(고마워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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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는 차를 몰고 금방 떠나고 나도 본격적으로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주변에 뭐 신기 한거 없나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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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꽃도 보이고 날지 못하는 저런 메뚜기도 많이 있었다.  엄지 손가락 만한 큰것도 많았는데 튀어 다니는게 아니고 천천히 걸어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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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달리는데 날씨가 많이 뜨거워서 점점 힘들어 졌다.  습도는 낮은데 햇빛은 따가웠다.  그래도 가다가 염소, 양떼랑 만나서 사진은 한장 찍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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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부터 크고 작은 언덕들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점점 자전거를 끌고 올라가야 하는 언덕들이 많아 졌다.  짐도 먹거리에 물에 이빠이라서
최고로 무거울 때라 낑낑대며 언덕을 올라야 했다.  그렇게 크고 작은 언덕을 넘는 수가 10개, 20개, 30개로 늘어가고 몸은 점점 지쳐 갔다.

힘을 내기 위해서라도 점심을 먹어야하는데 그늘도 없고 조금이라도 빨리 여기를 벗어나야 한다는 조바심이 생겨서
그냥 생라면 한개 부셔서 스프 뿌려 먹고 천하장사 비슷한 중국산 소세지 2개먹었다.  더워서 그런가 입맛도 별로 없었다.
아침까지 종종 보이던 차들이 이제는 거의 보이지를 않아 뭐가 잘못된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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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가다가 제법 큰 한 언덕을 자전거를 끌고 힘들게 올라서니 저 앞에 가축들이 모여 있고 사람도 몇명 보였다.
뭐하는 건가 보니 우리나라로 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웃통을 벗은 젊은애가 긴 막대기 끝에 달린 큰 가죽주머니로
땅속 우물에서 물을 퍼 올려 가축들에게 주고 있었다.  염소들은 서로 먼저 먹겠다고 달려들어 지들끼리 밀치고 있었다. 
이런 곳에 우물이 있다니 신기 했는데 저곳이 다른 곳보다 지대가 훨신 낮아서 그런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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줌으로 땡긴 사진.  
젊은 애는 물을 퍼 올리면서도 내가 신기한지 계속 쳐다봤다.   가축들이나 먹는 물인가 보다 하고 나는 그냥 지나쳤는데 
앞쪽에서 같은 일행인듯한 아가씨가 말을타고 나를 지나쳐 우물가로 가 내리더니 몸을 숙여 퍼 올린 물을 바로 입을 대고 마셨다.
그걸 보고 있다 나도 물 좀 얻을려고 다 마셔서 빈 페트병을 가지고 가서 내미니 물을 새로 푹 퍼서 내쪽으로 내밀어 준다.
페트병에 물을 담는데 염소들이 지들도 먹겠다고 주중이를 들이 민다.  나는 저리 가라고 손으로 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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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염소 털이 좀 들어가서 그렇지 엄청 시원하고 맛이 좋았다.  그렇게 물 1.5리터 정도 얻어서 다시 출발했는데
어느정도 가니 이번에는 자전거 바퀴가 푹푹 빠지는 밀가루 같은 부드러운 흙이 많은 지역으로 들어섰다.

우선 바퀴가 부드러운 흙에 빠지면 자전거가 앞으로 나아가질 않아 내려서 끌고 가야 했고 언덕에서 내려가다 앞 바퀴부터 흙에 빠지면 
고꾸라 지면서 핸들을 뛰어넘어야 했다.  그렇게 자전거를 내 팽겨 치듯이 몇번 넘어졌다.  
갑자기 확확 돌아가는 핸들을 잡으려다 보니 오른쪽 손목 안쪽 근육이 따끔따금 거리는 듯한 통증이 왔다.

여자 혼자도 자전거 타고  여행 잘 다닌다고 해서 용기를 얻고 왔건만 이렇게 힘드니 다 구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이런데는 아예 오지를 않은건가..?

오후 내내 덥고 지쳐서 차라리 비라도 오면 시원하게 맞을텐데 생각하고 있었는데 한 20분 정도 잠깐 비가 내려줘서 그나마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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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그칠때쯤 멀리 정비해 놓은 길이 보였다.  '오예~ 이제 고생길 끝난건가?' 하는 마음에 신나게 가 보니 도로 포장 공사를 하기위해
흙을 다른 곳보다 약간 높게 쌓아 평평하게 다져놓은 길이었다.  길에 올라 서서 앞으로 곧게 뻗은 길을 보니 이제 좀 편히 가겠다는 생각과
어쩌면 포장된 도로가 금방 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다시 힘이 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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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길이 가면 갈수록 뭔가 잘못 되었다.  노면이 빨래판 처럼 되어있다.  아마도 차들이 많이 다니면서 일정한 물결모양이 만들어진 것
같은데 이길을 자전거로 달리고 있으면 무슨 진동심한 큰 기계안에 들어가 있는 것처럼 온몸이 떨려서 뇌까지 덜덜 흔들리는 것 같았다.  
차들도 이 길로는 안가고 옆에 있는 다른 흙길로만 다닌다.  왠만하면 큰길따라 가려고 했는데 몇시간 버티다가 결국 옆길로 다시 내려가니
왜 차들이 저 빨래판 같은 길로 안 다니는지 알수 있었다.  자전거도 더 잘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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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어느정도 기울자 이번에는 무슨 시련의 날인지 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 자전거를 타고 갈수 없을 정도 강한 흙바람이 불었다.  
자전거를 끌고서도 앞으로 나아가기가 힘들어 조금 가다 서고 가다 서고를 반복해야 했다.   나는 똑바로 간다고 가는 줄 알았는데
지나 온 길의 자전거 타이어 자국을 보니 왔다리 갔다리 되어 있다.  
그렇게 바람과 씨름하며 가고 있는데 어떤 덩치큰 아저씨가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다가 서서 뒤돌아 보더니 자기 오토바이 뒷자리를
손바닥으로 탕탕치며 타라는 손짓을 한다.  누가 봐도 자전거를 가지고 탈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마음은 고맙지만 괜찮다고 손짓했다.  

바람이 부니 텐트를 치고 잘 일이 걱정이 되었다.  이 바람에는 텐트 친다고 가방에서 꺼내자 마자 다 날라 갈것 같았다.  
그래서 가다가 게르가 나오면 찾아가 보기로 했다.  한참을 가다보니 자전거를 탈수 있을 정도로 바람이 좀 잦아들었고
앞쪽에 게르가 보여 고민 고민하다가 용기를 내여 다가가 보았다.  

게르 가까이 가니 검은색 큰 개 세마리가  갑자기 죽어라 짖어대며 다가와 금방이라도 덤벼들 것 처럼 했다.
이 상황은 내가 미처 생각을 못했기 때문에 완전 쫄아 서 있는데 개 짖는 소릴를 듣고 게르 안에서 중학생 정도 돼 보이는
여자애하고 초등학생 정도 되는 남자애가 나왔다.  나는 게르에서 하루 재워달라고 거의 반 판토마임 식으로 설명했다.
근데 여자애는 된다 안된다 확실히 알려 주지는 않고 자꾸 저쪽 저쪽하는 손짓만 한다.  왜 그러는가 했더니 금방 오토바이타고
아저씨와 아줌마가 온 것을 보고 엄마, 아빠한테 물어 봐야 한다는 뜻이라는 것을 알았다.  
아저씨한테 다시 설명을 하니 아주 곤란한 표정으로 고개를 설래 설래 흔든다. 

나는 몽골 유목민들이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친절하게 대해 준다는 얘기를 들어서 거절 당할 것이라는 생각은 못했는데 
몽골와서 처음 찾아간 게르에서 막상 거절당하고 보니 지금 당장 잘데도 없는 내 처지가 창피하고 무안하고 많이 슬펐다.

이제는 어쩔 수 없이 가는데 까지 가다가 침낭만 덮고라도 자야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자전거를 타고 달렸다.
그런데 무조건 죽으라는 법은 없는지 시간이 더 지나서 해가 지평선으로 넘어가자 바람이 완전히 잦아 들었다.  
거의 어두워 지기 시작하는 9시까지 자전거를 달리다가 적당한 도로 옆 구석진 곳에 텐트를 치고 남아 있는 빵을 먹고 잠자리에 들었다.

이동거리 59km.  이 날은 하루 종일 움직였는데 얼마 이동하지도 못하고, 멋 모르고 고비 사막에 들어온 댓가로 고생 제대로 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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