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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용 징계는 과유불급이다
게시물ID : soccer_7457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노브레인
추천 : 7/5
조회수 : 1025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3/07/08 14: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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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소속팀 스완지 시티로 복귀하기 위해 출국하는 기성용 (사진=연합뉴스)

[두서있는축구=서형욱] 국가대표팀 미드필더 기성용(스완지시티)의 SNS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기성용이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당시 대표팀 감독을 향한 비난과 조롱의 글이 축구 컬럼니스트 김현회의 컬럼을 통해 공개되며 시작된 이번 논란은, 당사자인 기성용이 공개 사과문을 발표하며 마무리되는 듯 했다. 그러나, 대한축구협회가 기성용에 대한 징계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다시 논란이 재점화됐다. 대한축구협회는 기성용이 '대표팀의 품위를 손상하고 대표팀의 명예를 고의로 훼손한 자'에 해당할 경우 징계를 내릴 수도 있다는 견해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글이 길다는 이유로 앞 부분만 볼 분들을 위해 논지를 간략히 밝히자면, 이 글은 대한축구협회가 기성용 징계를 거론하는 것이 지나치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기성용의 SNS 글은 대표팀 내의 문제가 표출된 하나의 징후일 뿐이기 때문이며, 해당 글이 공개 선언이나 비난과는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이번 논란에는 몇 가지 쟁점이 있다. 첫째, 기성용의 이른바 '비밀 SNS' 계정 글을 공개한 행위에 대한 판단이다. 우선, 짚고 넘어갈 것은 '비밀 SNS'라는 표현이다. SNS는 기본적으로 기밀을 온전히 유지할 수 있는 공간이 아니다. 속성상 작성자가 보여주길 원치 않는 사람들에게도 얼마든지 열람이 허용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또한, 기성용이 문제가 되는 페이스북 계정을 비밀리에 운영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자신의 본명과 사진을 내걸고 만들어진 계정을, 친구 또는 지인에게만 보이는 글을 올리는 공간으로 사용한 것 뿐이다. 제한된 사용자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이를 '비밀 SNS'라 표현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수 십명이 볼 수 있는 공간, 그것도 자신의 신분을 명확히 밝히고 운영하는 계정이라면 그것에 '비밀'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을까? 

따라서, '비밀 SNS'라는 표현은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이들의 오해가 담긴 단어라는 생각이다. 게다가 해당 계정에 올라온 글들은, 접근이 허락된 이들의 의지에 따라 얼마든 전달 또는 유포가 가능한 것이었다. 이번에 김현회 컬럼니스트의 글에서 공개된 것처럼, 유출의 가능성이 상존하는 공간이었다. 그러므로 해당 페이스북에 게재된 글이 공개된 것에 대해 '개인의 사적인 메시지(혹은 일기)가 유포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은 어색해 보인다. 물론, 작성자가 지인들끼리만 공유하려는 목적으로 SNS에 올린 글을, 작성자의 허락 없이 매체에 공개하는 것이 옳은 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답을 내기가 어렵다. (SNS가 셀러브리티들이 팬들과 소통하기 위한 창구로 활용되어온 관례에 비춰볼 때, 셀러브리티 스스로 공개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고 글을 올렸다면 이는 순진하거나 어리석은 행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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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번 사안에서 김현회 컬럼니스트가 해당 글을 공개한 행위는 이것이 작성자 개인의 사적인 메시지가 아닌, 그간 공론장에 적잖은 파장을 남긴 사안의 실체를 어느 정도 입증하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점에서 비난의 대상이 되어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이는, 해당 글에 담긴 내용 자체가 선배나 대표팀에 대한 존중을 담고 있지 않기 때문은 아니다. '대표팀'이라는 다소 공적인 영역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온 인물(기성용)이 그간 트위터('리더는 묵직해야 한다' 파문)와 인터뷰(대표팀내 불화설을 제기한 언론에 대한 조롱['상상력이 풍부하시네요']이나 해당 의혹에 대한 강력한 부정)를 통해 보여준 언행의 불일치와 이중적인 태도, 나아가 실제로 대표팀 내에 큰 갈등이 있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두번째 쟁점은 SNS에 남긴 글이 징계 대상이 되는가에 대한 논란이다. 앞서 얘기한대로 기성용이 문제의 글을 남긴 공간은 '비밀'이나 '사적인' 영역이라고 보기 힘들다. 따라서 일단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은 언제든 유출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모두가 인식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안의 경우는 굉장히 미묘하다. 작성자인 기성용이 이를 공개 목적으로 작성했는지를 가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SNS에 대한 개개인의 인식이 다르고, 또 사회적으로 아직 합의가 이뤄질만한 분위기가 형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특히 이번 경우처럼 폐쇄 계정에 게재한 글의 속성을 어떻게 분류할 지를 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결과적으로 만인에 공개되어 논란이 되기는 했지만, 당초 그 글을 올린 것은 공개적인 선언이라기보다는 지인들과의 푸념에 가까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전자라면 대표팀의 품위를 손상하는 등의 이유로 대한축구협회 징계 사유에 포함될 수 있겠으나, 후자라면 개인의 감정 표현이 모두 징계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가라는 딜레마에 직면하게 된다. 이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힘든 상황에서, 기왕에 공개되었으니 작성자가 책임져야 한다는 논리로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 

세번째 쟁점은 이 모든 사태의 책임이 기성용에게만 있느냐는 것이다. 기성용이 SNS에 남긴 글이 워낙 적나라한데다 그간 그가 트위터나 인터뷰에서 보여줬던 언행이 가식적이었다는 사실에 충격받은 대중의 여론이 매우 악화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문제의 원인이 대표팀 내 불화, 나아가 리더십의 위기와 맞물린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곤란하다. ('파벌'이라는 말과는 어딘지 어울리지 않는) 해외파와 국내파 선수들간의 어색한 관계, 오랜 시간 '나이'로 유지되어온 위계 질서의 파괴, 잦은 소집이 불가능해지면서 불거진 팀웍의 와해 등이 기성용 개인의 실수 덕분에(?) 드러난 것이기 때문이다. 대표팀의 권위가 무너진 것이 기성용 개인의 SNS 글 때문이라 보는 것은 매우 단순한 진단이다. 대표팀의 위상을 실추시킨 것은 오히려 대한축구협회와 같은 축구계 상위 기관이나 축구인들 스스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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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례로, 대한축구협회가 최강희 감독을 대표팀 수장으로 앉히는 과정을 돌아보자. 알려진대로, 애초부터 최강희 감독은 대표팀을 맡기 싫어했다. 하지만 협회는 최강희 감독을 온전히 설득시키는 데에 실패한 채 불안한 감독 선임을 단행했다. 최강희 감독은 부임하는 순간부터 '최종 예선을 마치고 소속팀(전북)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태도를 견지했다. 한 나라 축구의 최상위 집단을 리드해야 하는 대표팀 감독 자리에 '원치 않는' 인사를 앉힌 것, 그리고 해당 인물이 줄곧 대표팀에 대한 자부심 혹은 책임감을 보여주지 않은 것은 그 자체로 대표팀의 권위를 손상하는 행위였다. 감독에 대한 선수들의 존중이 부족했다거나 SNS를 통해 드러난 기성용(혹은 해외파)의 불만이, 월드컵 본선을 책임질 수 없는, 사실상 대행에 가까운, 즉 대표팀 감독직에 소명 의식이 결여된 감독을 앉힌 대한축구협회의 행위보다 대표팀의 품위를 더 해치는 것이었을 지에 대해서는 분명 숙고가 필요하다. 대표팀의 권위는 스스로 지켜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채 나머지 단추를 죄다 밀려 끼운 이들만 징계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일까. 

기성용의 행위가 대중에 안겨준 충격은 매우 컸지만, (해당 글이 대중을 향한 선언이 아닌) 단순히 지인들과의 뒷담화 수준이었던 글을 공식적인 징계 대상에 올리는 것은 과유불급이라는 생각이다. 아무리 폐쇄된 공간이라 하더라도 SNS의 속성을 간과한 채 해당 글을 남긴 것은 분명 어리석은 행위였다. 하지만, 기성용은 그로 인해 그간 자신이 SNS를 통해 드러낸 이중성이 노출되고 또 엄청난 비판 여론에 직면하는 등 이미 큰 타격을 입은 상태다. 페이스북 담벼락에 남긴 글은 젊은 선수의 치기와 투정이었다. 누구나 그럴 수 있다. 지금도 축구계 여러 인사들은 페이스북에 '친구공개' 설정된 글을 통해 온갖 푸념과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다. 물론 그건 축구계를 너머 꽤 많은 이들의 공통적인 소일거리일 것이다. 이번 사태의 파장이 매우 크기는 했지만, 대중을 향한 선언이 아닌, 지인들로부터 공감을 얻고자 하는 마음에 남긴 SNS 글을 징계한다면 그것은 그 자체로 또 한 번의 큰 파문을 야기할 것이다. 죄질이 나쁘다고 보는 대중의 여론은 여전히 좋지 않지만, 해당 선수의 진심어린 사과나 자숙을 요구하는 것 이상의 공식적인 징계 조치를 가하는 것은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협회는 기성용을 어떻게 징계할 지를 고민하기 보다는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하고 또 대표팀 권위를 스스로 지키고 곧추세우는 데에 더 많은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내부의 싸움을 흥미롭게 바라보며 싸움 붙이려는 시도에 휘둘리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http://sports.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soccer&ctg=news&mod=read&office_id=260&article_id=000000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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