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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주의 배격'의 명분아래 혐오의 선봉에 서있는 것은 아닌지요?
게시물ID : sisa_74589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icepirate
추천 : 13/16
조회수 : 625회
댓글수 : 49개
등록시간 : 2016/07/22 11:14:29
넥슨 성우 문제로 온라인 여론이 시끄럽습니다.
 
게시판에서 오가는 논쟁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혐오주의 배격'을 내세우면서 오히려 가장 맹렬한 '혐오주의 선동'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입니다.
 
일베와 메갈은 상당부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특정 집단/지역/성별에 대한 일방적인 혐오에 기반한 주장들을 버젓이 쏟아내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다만, 지금 시게에서 보여지는 상황을 보세요.
가장 눈의 띄는 '혐오'는 일베의 지역혐오도 아니고 메갈의 남성혐오도 아니고 찌질이 마초들의 여성혐오도 아닙니다.
지금 게시판에 가장 두드러지는 건 '일베혐오'와 '메갈혐오'입니다.
 
문제는 그들(메갈)은 혐오를 조장하는 집단이므로 혐오의 대상이 되는 것이 당연하고, 단지 메갈이라는 이유만으로 실제적 불이익을 당하는 것도 정당하다는 식의 논리가 만연하다는겁니다.
 
대상이 누구냐에 따라 혐오주의가 인정될 수 있는 건가요?
 
소위 '메갈 성우'에 대한 온라인 여론은 메갈에 대한 혐오주의의 발현이고 그 여론에 등 떠밀린 넥슨의 계약 해지는 혐오주의가 실제적인 피해자를 만들어낸 사례입니다. 웹툰 작가들이나 정의당의 논평은 이러한 혐오주의에 의한 여론재판식 처벌이 정당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닌가요?
 
'혐오'는 이성이나 논리가 아닌 감정입니다. 그 중에서도 파급력이 대단히 강하고 쉽게 해소되지 않는 감정, 일종의 '분노의 감정'입니다.
이런 분노의 감정에 빠지다 보니 메갈에 대한 혐오주의를 비판하는 사람을 보면 그들도 모두 메갈로 보입니다. 일베로 보입니다.
실제 그들이 메갈이 옳다 메갈을 지지한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이라면 그럴리가 없죠.
그런데 메갈혐오에 빠진 사람들은 어거지로 그들이 메갈을 옹호하고 있다고 주장하기 시작합니다. 의도가 있다고 생각지는 않습니다.
혐오의 감정에 빠진 이상 이미 실제로 그렇다고 인식했다고봅니다.
 
사람들은 정의당에 전화를 해서 묻습니다. 메갈이 어떤 집단인지 알고 그러는거냐고... 원하는 대답은 사실상 이겁니다.
'우리가 잘 몰랐다. 알고보니 메갈은 나쁘더라.'... 사실상 '메갈 개ㅅㄲ 해봐'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런데 어디 원하는 대답을 들을 수 있겠습니까? 혐오감정에 매몰된 사람들이 우리와 함께 혐오대열에 합류할 것을 요구하는데..
작고 힘은 없을지언정 그래도 공당인 정의당이 어떻게 거기에 동조를 합니까??
 
메갈혐오는 사실 우리 사회에 뿌리깊은 종북혐오와 대단히 유사합니다.
한국전쟁을 겪고 전후의 냉전시대를 살아온 50대 이상의 세대들에게.. 북한은 얼마나 혐오스러운 존재이겠습니까?
그 뿌리깊은 북한에 대한 혐오와 공포가 결국 빨갱이/종북의 잣대를 만들어 냈고 실제로 '북한의 위협에 대응'한다는 논리로
얼마나 많은 부당한 차별과 폭력이 만연되어 왔습니까?
 
우리사회에 종북주의자가 몇이나 될까요? 그들이 실제 한국사회를 전복하고 북한과 같은 독재정권을 수립해서 우리를 개돼지처럼 굴릴 가능성이 있을까요? 사실상 없습니다. 종북의 위험은 더이상 실제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북 논란'은 대한민국의 중대사를 좌지우지하는 대단히 강력한 기능을 하고 있습니다.
 
 
 
메갈혐오, 일베혐오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메갈이 대한민국 사회를 테라포밍해서 남성을 혐오하고 여성만이 대접받는 아마조네스같으 사회를 만들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일베가 세상을 지배할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생각만 해도 끔찍합고 두렵긴 하죠. 그런데.. 그럴 가능성은 0에 가깝습니다.
 
다만 이런 메갈혐오, 일베혐오는 실제하는 위험과 상관없이 대중의 판단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이제 우리는 수십년 간 '종북척결'의 기치아래 모든 논쟁과 이슈를 뒤로한채 묻지마 1번을 찍는 새누리 콘크리트들을 이해할 수 있게됩니다. 우리도 곧 그리 될 테니까요.
 
지역감정과 함께 대단히 강력한 감정적 요인이 될 수 있는 이성혐오 코드는 이 분위기라면 분명 내년 대선 무렵에도 주요한 이슈로 대두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러한 이슈에 대해 야권의 유력 대선후보가 어떤 입장을 취하든 결과는 참담할 겁니다. 정의당과 유사한 스탠스를 취하면 지금처럼 지지층이 대거 이탈/분열하겠죠? 그렇다고 원하는대로 '메갈 개ㅅㄲ', 일베 '개ㅅㄲ' 이런 입장을 낼까요? 공당의 유력 대선주자가요? 절대 아닙니다. 이건 기본적으로 혐오코드에 동조하는 거니까요. 그렇다고 '전략적 모호성'으로 대응한다면? 대중의 열기가 식고 지지층의 집결이 약화될 겁니다. 어떤 식으로든 혐오코드에 의한 이슈가 대두되면 결과는 분열과 패배입니다. 보세요, 이미 다음 대선에서 정의당 등 진보진영과의 연대는 영~ 물건너 간것 같죠?
 
대선은 한 가지 사례에 불과하고 본질적으로는 우리가 혐오코드에 대단히 취약하다는게 문제입니다.
원체 이 사회가 원칙대로 되는게 없다보니 사람들은 분노할 일이 너무나 많고, 분노해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가 많다보니 그 분노를 동력으로 어떻게는 해결하고 응징하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은 현실이긴합니만... 한두번은 그런방식이 긍정적일 수도 통쾌할 수도 있어도 그게 구조적으로 바람직한 시스템은 결코 아닙니다.
기왕에 이슈가 되었으니 이번 메갈 논쟁을 통해 이런 감정적 소모, 혐오코드에 매몰되는 상황에 대해 내성을 키우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일베와 메갈은... 그냥 무시하면 됩니다. 절대로 그들이 권력자가 되는 일은 없습니다. 다만 그들에 대한 혐오를 이용해서 비합리적 방식으로 권력을 가져가는 사람들은 따로 있을 겁니다. 그때에도 일베와 메갈은 그냥 그런 찌질이들로 남아있을 것이고 우린 계속해서 개돼지 취급을 받게 될 겁니다.
 
김정은이나 종북세력 보다 무서운게 '종북척결'로 이름만 바꾼 '레드컴플렉스' 이 듯, 지금 가장 무서운건 일베나 메갈이 아니라 '일베/메갈컴플렉스' 아닐까요?
 
얼마전 해당 논란에 대해 트윗글을 올려 논란이 되었고 본인의 언급에 대해 일부 사과를 하기도 한 전우용씨의 트윗 일부를 참고로 남깁니다.
누가 진짜 '혐오주의자'인지, '혐오주의자'에 대한 사회적 징계에 대한 신중하고 엄격한 접근의 필요성에 대한 언급에 공감이 됩니다.
 
 
캡처.PNG
 

출처 https://twitter.com/histopi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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