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사안을 접하고 나서 문예위 집행위원들과 이야기를 해 논평을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문예위와도 관련된 중대한 사안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자연 성우 교체) 사건이 앞으로 문화예술계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정치적 자유의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적지 않은 문예위 소속 당원들은 정당에 소속돼 있다는 사실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공개적인 활동을 거부하고 있다.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입당 권유도 마찬가지 이유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논평에 대한) 댓글은 물론이고 개인적인 메시지로도 같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흥미로운 것은 내게 '네가 몰라서 그러는데 사실 메갈리아는 이런 곳이다'라는 설명조의 메시지가 많았다는 사실이다. 나도 디씨(디씨인사이드)를 비롯해서 많은 온라인 커뮤니티들을 오랫동안 모니터링해온 사람인데 전혀 납득이 안 가는 내용이었다.
주로 메갈리아 웹사이트의 주소를 내게 보내주면서 '메갈리아가 이런 곳이다'라고 설명하는데 본인들도 직접 그 웹사이트를 들어가봤으면 그런 이야기를 못할 거라 생각한다.
'메갈리아'라는 이름의 웹사이트는 하루에 글이 너댓 개 정도 올라오는, 인터넷 커뮤니티로서는 사실상 생명을 다한 곳이다. 다음카페 '워마드'와 페이스북 페이지 '메르스갤러리저장소', '메갈리아4'로 세분화된 지 오래됐다.
김자연 성우가 구입한 티셔츠는 '메갈리아4'에서 사업비용 모금을 위해 공동구매를 진행한 것인데 여기는 메갈리아에서 분리되어 페미니즘 이슈를 전파하는 페이스북 페이지이지, 대상을 조롱하거나 희화화하는('미러링') 다른 메갈리아 계열 커뮤니티와는 분명 구분되는 성향을 갖고 있다.
따라서 김자연 성우가 메갈리아4의 사업에 참여하고 지지의 뜻을 갖고 있다고 해서 사회적 지탄을 받을 이유는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사실과 다른 주장이다. 그 공동구매 사업은 페이스북이 여성을 희화화하는 페이지들에 비해 메갈리아4에만 엄격한 잣대를 제시하는 것에 대한 법적 조치를 준비하기 위한 모금운동의 일환이었다. 메갈리아4의 법률지원을 담당하는 변호사는 이러한 주장에 대해 '허위사실적시명예훼손'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당원들이 '대상'에 따라 판단 기준이 바뀌는 것을 보았다.
강남역 살인사건 직후 10번 출구에서 벌어지던 집회에서 한 신입당원이 당과 아무런 협의 없이 '남혐... 그만했으면' 하는 내용의 피켓을 정의당 이름으로 만들어 1인 시위를 해 문제가 된 일이 있었다.
당시에는 그 당원의 행동에 대해 '단순한 개인의 의견도 중요하다'며 옹호하던 사람들이 한 여성성우가 티셔츠 공동구매에 참여한 일로 제재를 받는 걸 당연시하고 있다. 그 정도로 페미니즘을 반대한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는다.
사실 나보고 페미니스트라고 하면 주변에서 몹시 비웃을 것이다. 오히려 이 논란을 계기로 여성들이 정의당에 많이 입당하여 당 내부에서 여성들의 목소리를 많이 내줬으면 좋겠다. 아직까지 한국의 진보정당에는 반여성주의적 색채가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출처 | http://www.huffingtonpost.kr/2016/07/22/story_n_11126824.htm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