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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시절.. 우리 부대원이라면 누구라도 겪었던 실화..2
게시물ID : panic_407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나즈막히
추천 : 15
조회수 : 493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09/07/19 13:30:36
드디어 상병이다..
내가.. 사수의 자리에 오르게 됐다.
이제 후임도 꽤나 들어와서 만년 막내에서 벗어나게 됐다.

나는 1월군번이다. 내가 상병이 됐다는건,, 다시 1월이 돌아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짬밥을 얼마나 먹었던, 또 얼마나 능숙하게 주특기 훈련을 소화해 내던..
경계 근무는 군인에게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업무" 중 하나이다.

우리는 아침마다 복무신조를 외운다.
우리는 잠들기전 복무신조를 외운다.
우리는 내 가족과 친구, 그리고 미래의 배우자를 지키는 군인이다.
((하지만 안생겨요, 난 이미 군입대가 다 뭐야, 고딩때부터 오유인이었으니까...ㅠㅠ..))
((이부분이 제일 무서운 부분.. ㅠㅠ.. 흑.. ㅋㅋㅋ))

흠흠..

본론으로 들어가자..

이젠 내가 사수가 됐다. 사실 아직도 후임이 부족해 부사수로 경계 근무를 나가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한번씩 사수로 경계근무를 나가게 되면, 고참들이 했던걸 그대로 따라한다.
일종의 보상심리..?

그날도 그랬다,

새벽두시..

열심히 걸어서 탄약고 경계 초소를 향했고, 성공적(응?)으로 근무교대를 하고
교대장과 전 근무자가 내려가는걸 확인한 나는 고참들이 그래왔던것처럼
머리에 쓰고 있던 천근만근의 하이바를 벗었다..

영하 21도.. 탄약고에 올라오면서 (우리 부대 경계 초소는 막사에서 꽤나 멀고 꽤나 높다.)
흘렸던 땀들이 건조하고 추운 겨울날씨에 순간 사라지는가 싶더니 금세 온몸이
쏴~ 하게 추워지기 시작했다.

나 : '아.. 씨X.. 괜히 하이바 벗었나..'
나 : (부사수에게) 야야, 엉아 쪼끔만 잘께 한 30분 있다가 깨워죠,

부사수 : 우어우어 이상병님 올라오면 맨 주무시기만 하십니까, 한겨울에 무서운 이야기라도
해주십시오, 이 추운데 혼자 서있으면 곤욕입니다.ㅠ _ ㅠ

평소 친하게 지내던 후임이었기에 뒤통수를 살짝 후리면서,

나 : 쉐퀴~ 빠져가꼬, 나도 다~~ 너처럼 했어, 너도 사수 되믄 나처럼 할것이다.
난 절대 안해야지~ 하고 있지? 나도 그랬어 임마. ㅋ ..... 무서운 이야기 해줄까?

부사수 : 좋지 말입니다.

이렇게 시작된 이야기..
그냥 입대전에 들었던 이야기들을 살짝 바꿔가면서 이야기 해주고, 또 후임이 이야기 하고,,

부사수 : 헉!! 진짭니까? 여기 이 초소에서 귀신이 나옵니까? 워~ 근데 근무를 선단 말입니까?
나 : 그래 나온다니까, 내가 직접 겪었어, 사람은 없는데 교대장 전매특허 엘이디 불빛이 보여서
내려가면.. 아무도 없어! =_=,, 아.. 그러고 보니.. 꼭 이시간이다.. 새벽 두시.. 아씨..
나 이시간 근무 싫어하는데..

그렇게 한참 동안 정적이 흘렀다.

나 : 야.. 몇초 남았냐?
부사수 : 어떤거.. 말입니까?
나 : 근무 교대 시간.. 몇초 남았냐고,,
부사수 : 에.. 대략 40분남았으니까.. 2400초 정도 남은거 같습니다.
나 : 허.. 한 서너시간 이야기 한거 같은디 겨우 그거...? 징허다 징해.. 온도는?

후임녀석이 탄약고에 걸려있는 온도계를 보고..

부사수 : 헉!!! 영하22도 입니다... 미친 온도계.. ..이거 고장난거 아닙니까?
나 : 아쉽게도 그거 미치도록 정확하다.

서있는 후임 녀석을 힐끔 쳐다보니, 이놈 춥긴 추운가 보다.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덜덜덜 떨면서 그냥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왠지 모르게 뒤쪽에 뭔가가 있는거 같다..
돌아보긴 무섭고,, 그렇다고 후임 앞에서 무서워하는거 보이긴 싫고..  이것이 고참의 쓸대없는
자존심인가...

후임녀석한테 돌아보라고 시키기도 괜히 뭐하고,, 그냥 근무지에 있는 작은 거울로 뒤를 비춰보기로
했다. 빠른 상황판단을 위해 근무지에는 사수와 부사수 자리에 작은 거울이 각각 하나씩 있었기에,,

거울을 살짝 들어 뒤쪽을 비춰보는 순간, 뭔가가 휙 지나갔다..

나 : '헉.. 아씨.. 심장 떨어지는줄 알았네..'

또 뭔가가 휙 지나가는게 거울에 비췄다...
참을 수 없는 공포..
사람이 너무 공포에 질리면 되려 용감해 진다고 했던가?

나 : 탱구야(후임 가명), 잠깐만 있어봐 나 뒤쪽좀 보고 올께,
부사수 : ...

이새끼 왜 대답을 안해.. 에씨. 모르겠다..

터벅 터벅.. 쿵.. 쿵.. 쿵.. 초소에 삐그덕 거리는 계단을 내려가서 주위를 살피는데

뭔가가 뒤에서 목을 조른다,, 컥..컥..
허리띠 같은 질긴끈으로 목을 조르고 있다.. 숨이 막힌다..

정신 차려야돼 정신 차려야돼,, 간첩이면.. 잡으면 전역이다.. 정신 차려야돼,,

목을 조르고 있는 끈과, 뒤에서 나를 조르는 녀석의 어깨쭉지를 잡아서 있는 힘껏 앞으로 패대기 쳤다.
내앞에 떨어진건,, 말그대로 만신창이에 몇주는 씼지 않았을거 같은 20대 후반..,
혹은 30대를 살짝 넘긴것 같은 외모..
지금 중요한건 그게 아니다. 날 죽일려고 했다. 뒤에서 목을 졸랐다.

저놈의 잡것을 잡아서, 상관에게 바치면 에헤라 디야,((뱀이다 버전))

놈이 벌떡 일어섰다. 내게 달려온다. 놈은 맨손,, 그리고 매우 허름한 군복..
게다가 매우 마른 체격..
내 양손에는 소총,, 하이바는 안썼지만 꽤나 두툽하게 차려입은 말끔한 군복..
게다가 매일매일 한발에 40kg이 육박하는 탄을 몇백발씩 나르면서 달련한 나는 포병이다.
내가..
유리하다!!
달려오는 녀석을 피해 발을 걸자 그녀석은 맥없이 넘어졌다.
넘어져 있는 녀석 머리위로 총을 겨누고..

나 : 움직이지마.. 실탄이다.. 두손 머리 뒤로 올려..

놈은 포기 했는지 순순히 내말대로 따라 움직였다.
손위에 소총의 총구를 댄체로 녀석의 다리를 十자 모양으로 꺾어서 엉덩이쪽으로 밀어올렸다.

나 : 야, 탱구, 너 뭐해 미친새끼야, 고참이 아래서 뒤지게 고생하고... 응?

초소를 보니 탱구녀석은 구석에서 쪼그려서 두려운듯이 덜덜 떨면서 내쪽을 초점이 풀린 눈으로
그저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리고 밑에서 5분 대기조차량의 라이트가 보였다..
나 : '아싸.. 뭔진 모르지만 잡았으니까 적어도 포상휴가!? 아자아자아~'
어찌 쾌제를 부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5분대기조 분대장 : 야!! 이상병! 너 거기서 뭐하고 자빠져있어!! 탱구는 어딧어!! 긴급이라면서!!

나 : 네? 탱구 초소에서 저렇게 쪼그려 앉아 있지 않습니까,, 그리고 전...
내가 잡았던 놈을 봤....


없다..

없다..

없다..

의식이 흐려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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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윽.. 머리가 깨질듯이 아프다..
옆에 탱구가 보인다.
나 : 으.. 야.. 뭐야.. 몇시야.. 아...
탱구 : 이상병님.. 흑..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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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후 다섯시.. 내가 놈을 잡고 꼬박 열세시간이 흘렀다,

탱구 : 이상병님 하루종일 흑흑.. 기절해 있었습니다. 새벽에 초소 밖으로 내려가셔서 ...
내장 튀어나온 놈하고 싸우시다가.. 5분대기조 도착하고 .. 그대로 쓰러지셨습니다...흑..
저.. 저.. 이상병님이 내려간다고 하시기 전에 거울로 봤습니다.. 그놈.. 시체같은 그놈..
이상병님 보고 히죽히죽 웃고 있었습니다. 거울로 분명히 봤습니다..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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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구 : ... 이상병님 쓰러지고...부대 복귀하면서 오대기 차에 탔을때.. 그때도 봤습니다...
저를 보고 웃고있었습니다.. 흐..흐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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