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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주의] The Stanley Parable을 보고 느낀 점
게시물ID : gametalk_1643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poster
추천 : 3
조회수 : 966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4/02/20 00:18:44
※ 주의 : Steam에서 판매하는 게임 [The Stanley Parable], 및 영화 [매트릭스] 에 대한 스포일러가 될 수 있습니다.
 
 
 
어제 대도서관님이 진행하는 The Stanley Parable 을 보고, 이 게임에 관심이 생겨 엔딩들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예전에도 관심을 둔 적이 있었지만, 데모 버전을 해 보고 나서 이상하게 약간 토할 것 같은(...) 느낌이 나서 포기하게 되었는데요.
 
그 대신 다른 분들이 업로드하신 플레이 및 엔딩 영상들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그 중 진짜 엔딩이라고 불리는 엔딩에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 엔딩에서는, 이때까지 플레이어가 1인칭 시점으로 조종해 왔던 캐릭터 '스탠리' 와, 이 게임을 하는 우리들(플레이어) 가 분리됩니다.
 
갑자기 3인칭 시점으로 바뀌어 버립니다.
 
마치 누군가 위에서 CCTV로 지켜보고 있는 것처럼, 플레이어는 위쪽 먼 곳에서 스탠리를 지켜봅니다.
 
우리가 조종하지 않는 스탠리는 가만히 멈춰서 아무 것도 하지 않구요.
 
스탠리에게 이것저것 지시해 온 정체불명의 목소리도, 제발 무언가 아무 선택이라도 해달라고 울부짖으며 게임이 끝납니다.
 
 
 
 
(여기서부터는 인터넷에서 본 해석 및 자의적인 해석이 될 수 있습니다.)
 
저의 요즘 생활은, 게임이 현실을 잠식해오고 있었습니다.
 
현실에서의 삶보다 '승리' 라는 쾌락을 주는 게임이 훨씬 재미났고, 현실에는 목표가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늘 새벽에 게임을 하게 되고, 오후에 일어나 게임을 하고, 게임을 할 기회만 찾게 되었습니다.
 
진짜 현실보다는, 게임 속에 만들어진 현실에서 더 즐겁게 살았던 셈이지요. 게임 말고는 재미난 게 없었습니다.
 
 
 
 
 
그런데 스탠리 패러블은 제가 존재하는 세계를 되돌아보게 했습니다.
 
우리가 조종하는 게임 속 주인공 스탠리의 삶을 두고, 이 스탠리라는 캐릭터는 과연 자기의 삶이 진짜가 아니라는 것을 알까요?
 
플레이어에게 조종당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을 아마 평생 모를 것입니다.
 
그런데 저 또한, 이렇게 게임만을 위해서 살고 있는데, 지금의 저는 어떤 세계에서 살고 있는 것일까요.
 
현실일까요? 아니면 모니터 속 가상의 세계일까요?
 
너무 많은 시간을 모니터 앞에서 보내다 보니, 두 세계의 중요도가 역전되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 게임은 각 엔딩을 볼 때마다 'THE END IS NEVER THE END' 라는 로딩 화면이 뜨고, 다시 게임 처음으로 돌아갑니다.
 
어떤 엔딩을 보더라도, 다시 맨 처음 스탠리의 사무실에서 시작을 하게 됩니다. 계속 반복이에요. 끝이 없어요.
 
이 가상 현실에서 벗어나는 길은 오직 하나, 게임을 꺼 버리는 것입니다.
 
 
 
 
저 또한 모니터 속 다른 세계에서 즐기는 것 까지는 좋았지만,
 
그 세계 속에서 살다 보니 현실 속의 나를 돌보는 수준이 아주 낮아졌습니다.
 
이제는 내가 발 딛고 선 이 현실을 똑똑히 보고, 저쪽 세계는 즐기는 정도에서 만족하려고 합니다.
 
많이 뒤틀린 삶을 바로잡아야 할 것 같네요.
 
 
 
'The Stanley Parable', 번역하면 '스탠리 우화' 죠.
 
이솝 우화와 같이 이 게임은 교훈을 주는 하나의 이야기입니다.
 
좋은 작품 덕에, 현실을 돌아보고 다시 굳건히 설 의지를 얻은 것 같습니다.
 
영화 매트릭스의 '빨간약'을 먹은 네오가 된 기분입니다.
 
 
 
 
 
독백이기도 하고 하소연이기도 한 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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