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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ddit] 73. 고립
게시물ID : panic_7462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공명의함정
추천 : 19
조회수 : 3819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4/11/19 00:17:14
자극이 고갈되었을 때 우리 뇌가 부리는 재주는 참으로 신기하다. 몹시 삼엄한 경비구역에 수감된 범죄자랑, 자발적으로 극도로 고립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이 환각을 보게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우리 뇌는 감각적인 자극으로부터 부하를 받는데 익숙해져 있어서.
그것이 고갈되면, 뇌는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모든 자극이 아무리 작던지간에 해석하려든다.  그렇게 몇몇 사람들은 뱀, 얼룩말, 작은 차들, 그리고 방이 통째로 이륙하는 환각들을 경험했다고 한다.

나는 그 실험에 자원하기 전에 우선 과제들을 마무리했다. 나는 이제 일 주일간 모든 감각을 차단할 것이다. 빛도, 소리도 없는공간에
갇힐 것이고 심지어 벽과 바닥도 부드러운 천으로 만들어져서 머리를 벽에 들이받더라도 아무것도 못 느낄 것이다.

수 시간이 지난 후, 나는 다소 과격해짐을 느꼈다. 그리고 방안을 빙빙 맴돌았다. 하루가 지나자, 침묵이 나를 죄여오는 것이 느껴졌다. 아무런 소리도 안들리는 방에서 나는 큰 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심장은 벌렁벌렁 뛰었고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 시간 감각도 잊어버렸다. 그런데 갑자기 뭔가가 내 발 위로 기어올라가는걸 느꼈다. 거미!! 거미들이 내 몸을 뒤덮었다!! 타란튤라? 이거 환각인가??
나는 미친듯이 손을 휘저어 그것들을 떨어뜨리려 했다. 그런데 손은 허공을 가로지를 뿐이었다. 그래! 환각이군! 좋아. 좋아 두뇌야. 침착해. 더이상 우릴 방해하는 것들에 신경쓰지마. 이건 단지 내가 만들어낸 것들일 뿐이야.
하지만 갑자기 목이 따끔했고, 그 위치에 물린 자국을 발견한 순간 나는 이 실험이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방안은 비명으로 가득찼으나 귀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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