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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븅신사바] 공포소설 - 어느 조용한 bar에서..
게시물ID : panic_746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심심한1인
추천 : 10
조회수 : 1746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4/11/19 21:3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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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이 지상 2층이었는지 혹은 지하 1층이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아요.
다만 기억나는 유일한건 오렌지색 보다는 하얗고. 말간 하얀색보다는 조금더 진한
그런 연한 파스텔톤의 베이지색으로 이루어진 나선형의 계단을 걸어갔다는 사실 뿐.
올라가는지도 내려가는지도 모르는 그런 계단을 나는 한참이나 갔었어요.
 
그렇게 그녀의 손에 이끌려 그녀와 함께 갔던 바는 클래식바라고 하기엔 조금은 시끌벅적하고
웨스턴 바 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어둡고 적막한 그런 담배연기가 자욱한 그런 모던 바(bar)였어요.
홀에는 다만 검은색의 그랜드피아노 한대가 겨우 들어가 있었던. 그런 조그만한 바였지요.
 
자리라곤 텐더 앞 선반외에는 없었기에 얼마되지 않는 손님은 텐더 앞 선반에 앉아 매력적인 텐더 두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그 외에 몇몇은 피아노가 있는 카펫위에 앉아 술을 마시고 있었습니다.
바의 바닥에 주저앉아 술을 마시는 장면은 어떻게 보면 어색할 수도 있었지만 그곳은 원래 그런곳인 듯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있었습니다.
 
제가 그녀와 그곳에 들어갔을 때 그녀는 그저 옆에 있던 검은 정장 차림의 남자분 옆자리에 앉았고,
저는 그 뒤에 서있었어요.
 
그리고 그녀는 마치 그곳의 텐더인 것처럼 능숙하게 그 손님과 이야기를 나누었지요.
 
그때까지도 전 같이간 그녀의 얼굴도, 그리고 옆자리에 앉아있던 남자분의 얼굴도 볼 수 없었습니다.
그저 뒷모습밖에 볼 수 없었던 탓이겠지요. 아니 기억해 보면 거기 있던 두 분의 텐더외에는 그 누구의 얼굴도 보지 못한 것 같아요.
사실 텐더들의 얼굴을 본것도 우연이었어요.
그저 흔한 이야기들.. 손님들이 묻는 어떻게 여기까지 흘러들어왔는지 등의 일상적인 담소 중에
텐더들이 잠시 저를 쳐다보았기에 볼 수 있었던 거에요
 
다만 그녀가 "이야 잘생겼다~ 미남이시네요" 등의 멘트를 하였던 것으로 보아 그 정장의 남성분은 상당히 잘생겼었나봐요.
사실 그녀는 칭찬에 인색한 편이거든요.
저는 다만 그 뒤에서 그것을 보고 있었을 뿐입니다.
 
맞아요 k는 제아내였어요.
다만 얼굴을 한번도 보지 못했지만 제 아내였지요.
30분이나 지났을까. 그 남성분과 너무 자연스레 붙어있는 그 모습에 화가났습니다.
그래서 그녀에게 말했습니다.
 
여기가 어디냐고..
 
순간. 바에는 정적이 돌았습니다.
약간은 시끌벅적했던 분위기는 얼어붙은 듯 하였고,
사람들의 시선이 순간 저에게 쏠렸습니다.
 
여자 텐더분이 제게 비웃음을 띄는 듯한 그런 너무나도 자연스러움을 띄며 제게 말했습니다.
"여기가 어딘지 기억나지 않으시나요?"
마치 그것도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여기까지 왔냐는 듯한 그런 뉘앙스의 말이었습니다.
 
"잘 생각해보세요. 기억하지 못할리가 없어요, k도 오늘부터 여기서 근무하기로 한걸요? 바로 여기 사장님이시잖아요"
무언가 비웃는 듯한 느낌
 
그제야 겨우 저는 알아차렸습니다.
뭔가 이상하단 사실을요.
 
사실 저는 결혼을 한 적이 있었지요.
하지만 그건 아주 오래전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여기 있을리가 없습니다.
그녀는 이미 죽었으니까요.
 
그건 사고였어요. 경찰도 그렇게 결론내렸지요.
단순히 사고였습니다.
 
그날 비가 오는 바람에 창문이 닫혀있던 것도,
우연히 가스관에서 가스가 새어나온것도.
전부 우연이였어요.
 
그런 그녀가 이곳에 있다니..
이젠 더이상 볼 수 없을 줄 알았는데 가슴한켠에서 무언가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것 같았습니다.
 
전 찬찬히 그 어두운 바를 다시한번 둘러보기 시작했습니다.
여전히 손님들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두명, 아니 이제는 k까지 세 명이 된 텐더들의 얼굴만이 보였을 뿐이죠.
 
텐더들은 내가 알던 사람들이었어요.
내가 아직 고등학생이었던 시절, 내가 좋아했던 교생 선생님..
고백했다 차이긴 했지만, 제게 있어 잊을 수 없는 첫사랑이었습니다.
 
그리고 또한명의 텐더는..
저희 옆집에 살던 여자아이였습니다.
이제 갓 성인이 된 듯한 얼굴이었어요.
 
제가 우연히 그녀의 목욕하는 장면을 본 이후로
가끔 저희집에 돌을 던지길래 화를 내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그 집에 좋지 못한 일이 생겨 그 집 부부가 이사를 갔다고 들었습니다.
 
이미 2년도 넘게 지난 일이라 얼굴이 잘 기억나진 않지만
확실히 이제는 알 수 있습니다.
분명 그 아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렇게 저는 잠에서 깼어요.
아직 여운이 남아있는 꿈..
이제 떠오릅니다. 제가 매번 이 꿈을 꾼다는 것을요..
 
'그 날' 이후로 매일 하루도 빠지지 않고 꾸는 꿈..
그 때 교생선생님이 사고를 당하지만 않으셨다면 저도 이런꿈을 꾸지 않았을텐데..
 
그나저나 이제 k가 죽은지도 벌써 1년이 다되어가네요.
이제 다시 준비를 해야겠어요.
 
오늘아침에 문득 힘쓰는 일에 쓸 남자 텐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아마.. 그 사람이라면 괜찮을거에요.
 
k가 저 몰래 만나던 그 사람..
꿈속에서 k가 미남이라고 했던 그 사람이요.
 
그 둘이 같이있게 되는게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쩌겠어요..
 
힘 쓰는 사람이 필요하다는데..
오늘은 그 사람과 같이 그 bar로 보내드려야겠네요.
 
안타까워요.. 젊고 잘생긴 사람인데..
우연히 사고를 당할 예정이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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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문득그냥 꿈 생각이나서요.. 사실 몇년전에 꾼 꿈이고 내용은 슬픈사랑이야기였는데 각색해봤습니다.
[우리는 세월호를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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