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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의 스릴을 느끼는 사내.
게시물ID : humorstory_41200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잉여를위하여
추천 : 0
조회수 : 29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02/20 17:44:00
  "이봐 당신…. 혹시 고통이 피부에서 뇌로 보내는 위험 신호라는거 알고 있나?"
  "…그게 갑자기 뜬금없이 무슨 소리지?"
 
  번화가. 수많은 사람들이 걸어 지나다니는 그 길에 낯이 익지도 않고 어디선가 본 기억도 없으며 인연이라곤 없어보이는 상판의 남자가 갑자기 나를 멈춰세우며 던진 말.
 
  "내가 아주 중요한 말을 하려고 해. 물론 내게 중요한 말이지만. 미안하지만 좀 들어주겠어?"
  "O와 X를 선택하지 못하게 양 팔을 붙들고 서있지 않으면 당신 말이 어색함을 잃겠군."
  "행동과 행위의 본질을 잘 꿰뚫고 있군. 역시 내가 사람 보는 재주는 있다니까!"
  "난 일단 내가 왜 당신에게 잡혀서 이 짓을 당하고 있는지 듣고 싶은데."
  "나중에! 일단 내 말을 들어줘!"
 
  아무래도 내게 선택의 기로는 없는 것 같았다. 딱 봐도 미친놈이지만 사람들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가끔씩 힐끔 힐끔 쳐다보기만 할 뿐, 아무런 도움을 건내지 않았다. 정의를 잃은 사회이기 때문일까 아니면 보통은 친한 사이가 아니면 이런 뜬금없는 짓을 하지 않을테니 지나가도 상관없다고 느낀 것일까.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사람들은 무심히 나와 이 미친놈을 지나치기만 할 뿐이었다.
 
  "일단 멀리 떨어져. 당신 하는 짓이 무척이나 기분나쁘니까."
  "흐흐 그래 그래. 그건 미안해. 아무튼 이제부터 내 할 말을 하지."
 
  남자는 붙들고있던 내 양 팔을 놓았다. 그리고 난 기회를 놓치지 않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놈을 밀치고선 도망쳤다.
 
  "앗! 뭐야!"
  "뭐긴 뭐야! 도망이지!"
  "치사하다! 마치 내 말을 들어줄 것 처럼 굴더니!"
  "들어준다고 말 한 적은 없거든요!"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잡히고 말았다. 미친놈 주제에 달리기 속도는 왜 이렇게 빠른지 원.
 
  "아 진짜 정말! 바쁜 사람 잡고서 이게 무슨 짓이야!"
  "내 말 좀 들어봐! 좀!"
  "바쁘다니까!"
  "뭐가 그렇게 바쁘길래 사람 말을 들어줄 여유도 없는건데!"
  "숨쉬기 운동. 댁이랑 이야기하느라 숨만 쉬며 뒹굴거릴 피같은 시간을 잃어가고 있단 말이야!"
  "진짜 치사하네! 좀 들어주면 어디 덧이라도 나나?"
  "덧 나니까 이러고 있잖아, 이 인간아!"
 
  결국 한참의 실랑이 끝에 나는 빈둥거릴 시간을 할애하면서까지 이 정신나간 놈의 말을 들어야만 했다. 가치없게 흘러가는 내 시간이 너무도 안타까워 눈물이 나오려는 것 같다.
 
  "나는 극한의 스릴을 즐기는 사람이야. 커트라인이 끝나려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기다렸다가 모든 일이 허사가 되려는 바로 그 순간에 일을 수행하여 자칫 잘못 했으면 모든 것을 잃어버릴 뻔 했다는 사실에 안도감과 스릴을 느끼는 사람이고 놀이공원에 가면 바이킹과 청룡 열차는 반드시 타는 사람이지. 위태로움을 견디며 얻어낸 성공은 극한의 스릴이기에 언제나 마지막과 마지막까지 기다리는 인내를 할 줄 아는 사람이기도 하며 때론 급하게 행동하기도 하는 사람이지. 널 붙잡기 위해 뛰었던 것처럼."
  "그래서?"
  "내 말 아직 다 안끝났어. 때론 위험을 불사하고 목숨이 위험한 스포츠를 즐기던 난 간단한 사실 하나를 깨달았지. 위협은 곧 스릴, 그리고 그 스릴을 통해 나는 쾌락을 얻었다는 사실을 말이야! 그 사실을 깨달았던 나는 무척이나 원초적이면서도 간단하게 스릴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고야 말았어."
  "결론만 말해. 나 시간 없어."
  "날 인정사정 없이 때려줘."
  "이런 미친놈을 봤나!"
 
  난 다시 한번 놈을 밀쳐내고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과거에도 그러하였듯, 나는 간단히 붙잡혔다.
 
  "내가 처음에 한 말 기억해? 고통은 피부에서 뇌로 전달하는 위험신호라고 한 말! 고통은 위험신호! 위험신호란 곧 스릴이란 말이야! 난 지금 당장 네놈에게 얻어맞아야만 해!"
  "야 이 미친놈아! 그렇게 얻어맞고 싶으면 그냥 돈 받고 맞아드립니다 알바라도 하면 되는 거잖아!"
  "아니, 그런 여물지 못한 주먹따위에 맞는 건 사양이야! 그리고 난 날 위해 일을 하면서 돈을 받는 비도덕한 사람도 아니라고!"
  "정신병원 좋은 곳으로 하나 소개시켜줄까?"
  "난 정신병자가 아니야! 난 나 자신에 대한 고찰, 자아에 대한 고찰 끝에 도착을 한 나만의 행복을 위한 방법을 찾아낸 거라고!"
 
  녀석은 진지했다. 미친놈들은 원래 다들 이렇게 진지한걸까? 결국 내게 남은 선택의 기로는 단 하나뿐이었다. 이 미친놈을 때리는 것.
 
  "오냐 이 자식아! 네가 그렇게 받고 싶었다는 고통 한번 받아봐라!"
 
  나는 놈의 낭심을 향해 나의 발을 날렸다. 강렬한 타격음과 함께 녀석은 자신의 목숨보다 소중한 그것을 부여잡고 오열과 함께 길바닥에 쓰러졌다.
 
  "으휴 답도 없는 놈."
  "아직…이야…!!"
  "!!"
 
  녀석은 고통을 견뎌내고서 일어섰다. 남자라면 견뎌낼 리 없는 죽음의 고통(?) 앞에서도 녀석은 두 다리로 위태롭게 버텨가며 자신을 일으켜 세운 것이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걸까? 왜 이렇게까지 자신을 혹사하는거지?
 
  "더 맞고 싶어서 일어난거냐?"
  "바로 맞췄다."
  "아니 도대체 왜 나한테 이 난리를 피우는 건데? 다른 사람도 있잖아!"
  "아니! 다른 사람으로는 안 돼! 방금 전 그 일격으로 깨달았어! 나를 향한 그 진심어린 혐오감, 그리고 절제되었으면서도 위력을 잃지 않은 깔끔함! 네가 아니면 안 돼! 오로지 너만이, 너만이 나의 열쇠인거야! 오로지 너만이 내 자물쇠를 열어줄 마지막 한사람인거다! 마지막 일격을 부탁한다! 고자가 될 각오는 되어있어!"
  "오냐 이 미친놈아! 그렇게 맞고 싶다니 아주 지옥을 보여주마!"
  이제는 감격스럽기까지 한 미친놈의 낭심을 향해 내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힘을 가했다. 또다시 한번 강렬한 타격음이 번화가에 울려 퍼졌고, 녀석은 그제서야 쓰러졌다.
 
-
 
  "그래서. 그게 저 양반을 기절시킨 이유라고?"
  "네…."
  "에라이 미친놈아! 그걸 나보고 믿으라고?"
  "아야! 진짜라니까요!"
  "너라면 네 말을 믿겠냐? 믿겠어? 어떤 미친놈이 생판 남에게 자기를 때려달라는 부탁을 해?"
  "제 뒤에 쳐 드러누워있는 미친놈이 바로 그놈이라니까요!"
  "그러니까 그걸…!"
  "~~~~~~~~!"
 
  그렇게 내 피같은 숨쉬기 운동의 시간은 허망하게 사라졌다. 어째서인지 기절한 채로 경찰서 소파에 드러누워있는 저 미친놈의 얼굴에 한순간이지만 미소가 피어오른 듯 하였지만 아마도 착각이겠지…?
 
  "네 말이 백번 옳다고 쳐! 그런데 사람이 때리란다고 해서 진짜 때리냐?"
  "이 자식이 나한테 막 지x을 떨었다니까!"
  "이 자식이 어디 어른한테 반말이야?"
 
  따악!!
 
  크악! 제기랄, 도대체 이 빌어먹게 아픈게 뭐가 좋다고 저 미친놈은 못 맞아서 안달이 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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