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이 집에는 한 가지 규칙이 있다.
식탁의 상석에는 아버지
왼쪽 첫 번째 자리는 어머니.
오른쪽 첫 번째 자리는 언니.
그리고 왼쪽 두 번째 자리는 나의 자리.
내가 태어난 15년 동안 변함없는 각자의 자리.
나의 부모님은 무척이나 고지식하고 완고한 사람들이다.
정말이지 고지식하고.. 완고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불쌍한 나의 언니..
그저 나보다 먼저 태어났을 뿐이다.
부모님의 사랑과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예쁘기까지 한 나의 언니
질투도 했었다. 하지만 그 질투는 얼마 가지 않았지.
언니가 받는건 사랑과 기대가 아니라 목에 채워진 칼과
팔다리에 채워진 날카로운 가시돋힌 족쇄라는걸 알았으니까.
불쌍한 나의 언니..
언니는 공부를 잘 하지 못한다..
매일같이 이어지는 언어폭력, 다른 집 아이와의 비교들.
홀로 숨죽여 훌쩍일때마다 위로의 말을 건낼때마다
괜찮다며 웃어주는 나의 불쌍한 언니.
어느날 언니가 폭발했다.
자기는 더이상 못하겠다며, 다 때려치겠다며 분노하는 나의 언니.
부모님은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그리고 어느날 유학을 가버린 언니.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어느날의 아침 부모님은 나에게 말했다.
오른쪽 첫 번째 자리를 가리키며.
오늘 부터 이 자리는 너의 자리야.
..
나의 불쌍했던 언니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나의 언니
앞으로 불쌍해질 나
다시 만난 나의 언니
불쌍한 나의 언니
돌아가지 못하는 언니와 나
그리고...
불쌍해질 나의 어린 동생
불쌍한 나의 동생 우리와 만나게 될까?
만나지 못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