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꿈을 꾸었다, 이내 나는 눈을 감았다.
꿈에서 나는 나의 집에 있었다. 또한 나의 집은 아무것도 없었다. 침대·식탁·의자·냉장고·냄비·접시……. 아무것도 없었다.
심지어 나의 집에는 싱크대·벽지·유리창·문·형광등·장판……. 내가 이사 오기 전부터 있을 법 한, 그러한 것조차도 없었다.
꿈에서 나는 나의 집 한 가운데에 있었다. 또한 나의 집에는 아무것도 없었었다. 빛도 없었지만 어둡지도, 밝지도 않았다.
나를 제외하곤 아무것도 없는 이 집에서, 회색빛 시멘트벽과 바닥이 날 알게 모르게 심연으로 끌어가고 있었을 뿐이었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왜 돌렸는지 모른다. 나는 걸어 갔다. 그러나 왜 걸어 가는지 모른다. 나는 주욱 모르고 있다.
나는 안방 안을 들여다 보았다. 내가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내 집엔 내가 내 집의 안방의 나를 보고 있는 것 일 뿐이었다.
나는 나의 집의 안방에 내가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안방 안에 있던 나는 나를 초점없는 두눈으로 계속 바라보고 있다.
또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왜 돌렸는지 모른다. 또 걸어 갔다. 그러나 왜 걸어 갔는지 모른다. 또 그랬는지 모르고 있었다.
나는 화장실 안을 들여다 보았다. 내가 있었다. 나와 나 밖에 없는 내 집엔 내가 화장실의 나를 보고 있는 것 일 뿐이었다.
나는 나의 집의 화장실 안에 내가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화장실 안에 있던 나는 나를 날카로운 칼로 찢어놓고 있었다.
또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왜 돌렸는지 모른다. 또 걸어 갔다. 그러나 왜 걸어 갔는지 모른다. 또 그랬는지 모르고 있었다.
나는 내 방 안을 들여다 보았다. 내가 있었다. 나·나·나·나 밖에 없는 내 집엔 내가 내 방의 나를 보고 있는 것 일 뿐이었다.
나는 나의 집의 내 방 안에 내가 있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내 방 안에 있던 나는 갈기갈기 찢긴 나를 먹고 있을 뿐이었다.
나는 꿈에서 깼다, 이내 나는 눈을 떴다.
나의 집의 내가 누워있는 내 방엔
내 방에 누워 있는 나와
내 방에 누워 있는 나를 쳐다 보는 나와
내 방에 누워 있는 나를 찢고 있던 나와
내 방에 누워 있는 나를 찢고 있던 나에게 찢기던 나와
내 방에 누워 있는 나를 찢고 있던 나에게 찢기던 나를 먹어 치우는 내가 있었다.
나는 꿈을 꾸게 된다, 이내 나는 눈을 감게 된다.
작가의 말 [치킨 왔는데 먹으러 가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