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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있었지만, 함께하지는 않았던 진보
게시물ID : sisa_74790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띠로롱이
추천 : 25
조회수 : 899회
댓글수 : 45개
등록시간 : 2016/07/26 06:26:02
세상사 돌아가는 꼬라지가 하수상하여 넋두리 좀 하겠습니다

저같은 아재 입장에서는 공포스러웠던 이념대결의 시대가 끝나면, 호시절이 올 줄 알았더니, 막상 지금같은 막장의 시대가 오리라고는 상상을 못했습니다.
IS, 트럼프같은 국제적인 막장을 보질 않나, 안으로는 미래를 책임질 젊은이들이 일베-메갈 같은 곳에 빠지는 막장을 보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유토피아를 그리며 그토록 빨리 오기를 바랬던 21세기에서, '차라리 희망이라도 꿈꿨던 20세기가 나았나?'라는 생각이 들 지경이네요.

제 나이가 되니, 지금 잘나가는 친구들은 젊은이들을 위해 강연을 다니기도 합니다. 잘 나가지 못하는 저는 강연할 자격도 안되지만, 만약 그럴 기회가 생긴다면 딱 한마디만 해주고 싶습니다.

"내 세대는 여전히 이 세상의 주역이 되었다고 믿지는 않지만, 어찌됐든 기성세대로 간주되는 나이가 되어, 후배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제대로 된 세상을 만들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저도 입시지옥을 거치면서, '아마 내 자식대는 이런 미친 짓은 안할 거야'라고 상상했더니 왠걸? 입시지옥은 여전하고, 지금은 되려 학원비까지 더 떠안고 있네요.

얘기가 딴데로 샜는데 이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오유의 젊은층은 지금 정의당이 왜 이런 행태를 보이는지 의아하겠지만, 진보의 똘끼는 수구만큼 유구한 역사가 있고, 그 저변에는  한국의 고질적인 병폐인 '학벌의식'이 자리 잡고 있음을 말씀드리려는 겁니다.

과거 운동권은 뭉뚱거려서 운동권이었지만 그 안에는 NL-PD 라는 지네들끼리 사상적 대립이 항상 있어왔고, 그때도 일반학생들은 술자리용 안주거리로, 운동권세력의 아집과 학생회비 비리 얘기들을 주로 많이 했었죠.

그 당시에는 그러려니 했던 그 관계가,  21세기가 한참 지나, 통진당 사건으로 터질 줄은 몰랐습니다. 그때도 알고 있었습니다. 진보의 아집에는 '국민은 계몽의 대상'으로 본다는 것과, 일류대 진보의 이너써클에 들지 못하면, 은근한 차별이 심하다는 것을요.(보수랑 진보가 일치하죠) 예전에도 말 많았죠. "돌맹이는 시골출신 운동권이 던지고, 구호는 뒤에서 서울출신 운동권이 외친다~"고 말이죠. 일류대에 들어가 운동권이 됐던 제 친구는 대학시절, 고딩후배들 불러서 이 세상이 얼마나 부당하고 불평등한지 그렇게 열변을 토했더랬습니다.
문제는 그 얘기를 '룸쌀롱'에서 해서, 갓대학생이 된 후배들이 혼란스러워해서 문제였지만요.

어린 오유인들은 진보가 언젠가 힘을 키워 세상을 구해주리라고 믿었을 겁니다. 하지만 진보는 여러분과 같은 공간에 있어도 함께 하지는 않았습니다. 한국경제학의 핵심이었던 정운찬총장이 총리되면서 기존에 몰랐던 찌질한 과거가 다 나오자 이런 변을 합니다. "어머니로부터 '가마를 탈 때 가마꾼의 무게를 잊지말라!'라는 교육을 받았다"라고 말이죠

즉, 배려는 해주겠지만, 내가 가마꾼될 일은 없다!

이게 한국엘리트들의 마인드입니다. 이런 마인드는 진보세력도 동일한 생각입니다. 우리는 '출세'가 좋은 거라고만 교육받고 성장했지, 그 속에 내포된 '차별'은 모르고 자랐습니다. 그러니 '어렵게 고생해서 공부한 끝에 출세한 내가, 나만큼 출세하지 못한 너희들을 등급별로 나눠 관리하는 건 당연하다!' 라는 마인드가 형성됩니다. '개돼지' 발언은 교육부 한놈의 헛소리가 아니라,  나름 역사성이 있습니다.

이는 진보도 마찬가지입니다. 예를 들자면, 광화문에서 시위는 같이 하지만, 자기들은 시위를 기획하는 위치이지, 몸빵하는 '계급'은 아니라는 거죠. 같은 식탁에서 밥을 먹었지만, 같이 끼지는 못했던 사람이 노무현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진실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조작이든 뭐든 비리의 냄새가 났던 노무현은 진보 전체를 망친 것이요, 고로 쳐죽일 놈이라는 등식이 성립하게 됩니다. (그 짓을 진보언론 진보세력 진보정치인들이 연합해서 저주를 했죠. 그래서 수구만큼 진보에 치를 떱니다. 특히 서거하자마자 돌변해서 추모하는 걸 보고는 수구보다 더 한 놈들로 규정했습니다)

'우리가 말이야 ~ 가오가 있지, 우리가 어떻게 밑엣것들 일을 다 하나!'라는 자세가 기본 마인드입니다. 그걸 무시하고 진짜 몸을 낮추는 정치인이 있다면, 지들의 격을 떨어뜨리는 행동이 됩니다. (여기에 걸려든 정치인이 문재인.)

한국의 진보는 일류대 엘리트 주도로 인해, 결국 보수층과 연줄이 통하고 또 그 보수층으로부터 '그래! 그 나와바리도 나름 시장성이 있지'라고 인정을 받고 있는 세력입니다. 보수가 진보 겁낼 거라고 생각마세요. 한국진보는 관리가능한 수준이에요. 크게는 같은 이너써클에는 들어가는 거죠. 그래서 '인터넷따위에서 글 쓰는' 여러분과는 다른 존재입니다.

그걸 착각하니 여러분들은 '배신감'을 느끼는 겁니다. 걔네들은 여러분들 배신한 적 없어요. 원래부터 그랬던 거니까요.

민주당도 그렇고 정의당도 그렇고, 지금 정치권에서는 네티즌이 느끼는 상식적인 정당이 없죠? 그럴 수 밖에요. 이미 자기들 생존에 필요한 생태계가 형성이 되어 있습니다. 진보입장에서 선명성을 보이기위해서는 김대중/노무현보다는, 오히려 이명박그네가 훨씬 좋은 시기입니다. 10억을 하룻밤에 낚는 일이 노무현집권기라면 힘들죠. 남북한이 적대적공생관계이듯이 진보-보수도 사실은 같이 살아가고 있는 겁니다. 다만 위치는 여러분들과 같이 앉아서 걱정해주는 척 하면서 말이죠.

이런 실망이 쌓여, 막장으로 나가면
'진보나 수구나 똑같아 -> 깨끗한 척 하던 진보가 더 위선적이군!'
이러면서 젊은이들이 일베로 나자빠져 버리는 일까지 생기는 거죠.
일베의 불쏘시개 역할을 진보가 해주는 아이러니가 생기죠

엘리트의식없이 수평적이고 상식적인 사회구조와 정당구조를 만들지 못하면 이런 일은 계속 순환될 거라는 겁니다. 수구정권에서 민주정권으로 바뀌어서 민주주의가 점점 발전하는 건, 상상에 불과하고, 독재~민주~독재~민주 이런 집권 방식이 계속 되풀이 될 거라는 겁니다. 거기에서 진보는 기생해서 편안하게 살아가는 거죠. 호구들의 10억이 계속 있으니깐요!

젊은이들에게 바라는 건, 정치권에 기대고, 언론에 기대고, 하는 태도가 자주 보여서 아쉽네요.

사람위에 사람없다는 말 진리이지만 지키기는 어려워요. 누구한테 기대지 말고, 평범한 젊은 여러분들이 힘을 길러서 용서가 아니라 응징하는 세대가 됐으면 합니다.
나보다' 학벌이 좋네 안좋네' 따지지 마시고요. (제 주위에 있는 어느 유학파 여성인권운동가도 술먹다가 보니 '대학도 거기밖에 안나온 게 까불고 있어'라고 해서 깜놀한 적 있습니다. 본인은 그런 차별의식이 있다는 걸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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