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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산원에서 낳은 둘째 경험담
게시물ID : baby_748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못된강아지
추천 : 10
조회수 : 833회
댓글수 : 21개
등록시간 : 2015/05/11 22:43:25
4살배기와 100일 된 딸 둘을 둔 아빠 입니다.

스르륵에서 넘어 와서는 다짜고짜 딸 사진만 올려놓고 여러 오유님들의 조언 내지는 설명을 듣고 나니 

다른 분들을 위한 정보를 남겨보고 싶다는 욕심이 들더군요.

아직 태중에 아가를 가진 부모님들께 제가 경험한 조산원 이야기를 남겨보는 것도 좋겠다 싶어 두번째 글을 올려 봅니다,


첫째딸은 산부인과에서 낳았습니다. 

처음 내 자식을 만나는 감격스러운 순간이였고 만감이 교차하여 많은 의미를 찾고자 했으나

그저 의료행위의 절차를 밟는 것 같은 느낌이 컸습니다.

제 아내는 출산의 두려움과 함께 서늘하고 차가운 병원의 이미지가 소름 돋았다 회고 합니다.


둘째를 갖게 되었을 때 같은 병원을 찾았지만 2년간 더욱 더 철저히 상업적인 된.... 

병원이 아닌 기업의 냄새를 진하게 느끼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필요한 의사의 조언일 수 있으나 여러가지 확률을 언급하며 값비싼 검사를 종용하는 모습과 짧은 시간의 진료, 

그리고 순식간에 말라가는 엄마맘카드 잔액을 보며 

아이를 낳는 부모의 마음을 철저히 상술화 하는 것 같은 인상을 깊게 받았습니다.


아내와 저는 건강하게 아이를 받아준 첫 산부인과라는 믿음 보다 진한 상술을 느끼며 고민없이 병원을 옮겼고

두서너 군데를 옮겨본 뒤에 처음 그 병원만의 문제가 아닌 이미 구조화된 시스템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병원의 시스템이 나쁘다고 단정짓는 것은 아닙니다.


그간 해외의 출산 사례등이 여러번 공중파 다큐를 통해 선보인 적도 있고 출산을 의료 행위로 보지 않는 서구 문화를 보면서

부러운 마음을 갖게 된 것도 있었습니다.

그러던중 아내의 친구가 조산원에서 아이를 낳았고 정말 감동적인 출산을 경험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아내 친구가 소개한 집에서 꽤 떨어진 안산의 한 조산원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예상과 달리 예약을 하고 나오면서도 불안한 마음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병원과 같은 깔끔한 시설도 아니고 간호사나 의사가 여럿 있는 것도 아니며

모텔방 같은 분위기에 저는 도저히 마음이 끌리지 않았습니다.

아내는 그래도 병원보다 이곳을 택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출산이라는 과정에서 남편이 해줄 수 있는 게 그다지 없습니다. 당연히 아내의 의견을 따를 수 밖에 없었지요.



그리고 1월말 늦은밤 아내의 진통이 시작되었습니다. 

첫 째를 돌볼 정신이 없을까 싶어 어머니께 부탁하여 함께 동행했습니다.

안개가 참 많이 낀 날이라 마음은 급했지만 어쩔수 없이 서행운전을 해야해 조금 늦게 도착했습니다.

도착 즉시 조산사는 자궁을 검사했고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다 같이 기다려 보자고 하더군요.


어머니와 저 그리고 3살된 첫째딸이 산모 옆에서 두런두런 이야기도 하고 걱정도 하고 산통이 오면 같이 힘을 주며

기다렸습니다. 아이를 빨리 나오게 하려고 억지로 유도제를 놓지도 않았고 (이건 절대는 아니고 케이스바이 케이스)
  
무통 주사 또한 전혀 권하지 않았습니다. 


옛날 영화에서 아기낳는 장면에서나 보던 천정에 달린 천으로된 끈을 신기한 듯 바라 봤지만

정말 유용한 것이란 걸 알게 되었습니다.

조산사가 힘을 주라고 할때마다 아내는 제 머리카락 대신 그 끈을 열심이 잡아 댕겼습니다.


저는 아내의 머리맡에서 양반다리를 하고 아내의 머리를 감싸앉은 자세로 있었는데 

아내의 고통스러워 하는 표정을 바로 코앞에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도 함께 힘을 주고, 함께 땀을 흘리고, 함께 울었습니다.


드디어 아이가 태어날때 아내는 여자가 아닌 엄마가 되어 아이의 상태를 묻고

아이는 거짓말 처럼 색색 거리며 잠을 자듯 태어났습니다.

조산사는 출산 과정에서 아이를 억지로 끄집어 내거나 회음부 절개 없이 낳을 수 있게 도와주었습니다.

첫째때는 출산을 빨리 진행하기 위해 아무 동의 없이 회음부를 절개 했었습니다. 
 

태어난 아가를 울리기 위해 뒤집어 엉덩이를 때리지도 않고 아가가 엄마 가슴위에서 진정하도록 배려해줬습니다.

아내의 머리를 안고 있던 저는 조산사의 지시대로 아내를 내려놓고

직접 탯줄을 잘랐습니다.  탯줄이 잘리는 순간에도 아기는 울지 않고 엄마품에 안겨 있었습니다.
 
마치 잠깐 잠에서 깬듯 순하게 엄마품에 안긴 아이를 보고있자니 왜이리 감동적인지...  
 
그렇게 조산원에서 낳은 둘째는 엄마품에 안긴채 하루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예약해둔 산후조리원으로 이동했습니다.
 
산후조리원은 동네에 위치해 있어 안산에서 살고 있는 금천구까지 몰고 갔던 차로 산모와 아이를 데리고 왔고

산모도 회음부 절개가 없어서였는지 큰 통증없이 산후조리원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산후조리원 원장님은 아가를 보더니 양수를 씻지않고 바로 온 아가는 처음이라고 하더군요. 
 
새벽에 아이를 낳고왔다고는 믿을 수 없을 만큼 편안한 산모 상태를 보고 또 놀라했습니다.



중요한것은

이 모든 과정을 3살된 첫째 딸이 함께 보고 느끼고 또 옆에서 엄마를 응원했다는 것입니다.

첫째 딸은 이 과정을 보며 충격을 받지도 않았고... 100일이 지난 지금

동생은 엄마 똥꾸멍에서 나왔어. 너무 신기했어. 동생이 손가락 발가락 너무 작고 예뻣어 라고 합니다.

그날 엄마와 아빠의 땀과 눈물을 함께 나누었고 

아내도

여보 그날 첫째 태연이가 "엄마 힘내세요! 힘내요!" 라고 계속 외쳐줘서 너무 힘이 되었어

라고 회고 합니다.


가족을 얻는 과정.. 새생명을 얻는 과정을 감동스럽게 할 수 있어서 저에게는 잊지못할 추억이 되었습니다.

제가 경험한 조산원의 추억... 혹시 궁금해 하는 분들 계시다면 제 경험담이

도움이 되길 바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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