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에서 수학 강사로 일하는 27살 남자 입니다. 신설학원이라 학원생 수가 많치 않습니다. 그러기에 학생 하나 하나를 잘 알게 되고 쉽게 친해집니다.
본론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중3 반에 정말 드물게 성숙한 여자애가 하나 있습니다. 길 가다 보면 그냥 이쁜 대학생 여자 애로 보입니다. 이 애가 기말고사 끝난 후부터 저에게 계속 장문의 편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 . . 자기랑 사귀자는 겁니다. . . .............. . 네 처음엔 완전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도대체 이 녀석이 그 동안 날 어떻게 봐 왔길래 이런 편지를 쓸 생각을 다 하나 어이가 없어 그냥 웃었습니다. 나 스스로가 아이들 앞에서 선생답지 못하고 학생 또래로 비춰질 만한 행동이나 사고력을 보여줬었나 반성도 해봤습니다. 편지를 받은 이후로 일부러 더욱 엄하게 수업을 진행하고 엄격한 강사의 모습만 보여줬습니다. 하지만 매일 음료수와 편지가 제 자리 서랍에 들어 있습니다. 엄하게 할 수록 편지의 길이가 길어집니다. 아직 어린애라고 생각 했지만 편지를 읽을 수록 어린애가 아니란 것을 알게 됐습니다. 도대체 중3 애가 쓴 편지라고는 믿기지 않을 문장력과 사고력에... 어디서 글을 배껴 장난치는 것이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 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한 자기 생각.. 학생이란 신분으로 성인과 교제를 하는 것에 대한 자기 생각.. 5년 뒤 나랑 결혼을 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 등등이 적혀 있는데 장난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은 수업중에 절 뚫어져라 바라보더니 갑자기 소리없이 눈물을 뚝뚝 떨굽니다. 심장이 얼어 붙는 기분이었습니다. 애써 무시하고 문제를 계속 풀었습니다. 책을 봤더니 책이 새하얗게 보입니다. 칠판에 문제를 적고 해법을 설명 해야 하는데 어떻게 풀어야 할지 하나도 모르겠습니다. 수업 종료 시간까지 남은 시간 20분이 이렇게 길게 느껴지긴 처음입니다. 뭐라고 횡설수설하며 수업을 마쳤는지 기억이 안납니다. 도망치듯 학원에 빠져나와 집에 와서 멍하니 앉아 있기만 했습니다.
커다란 눈 망울에서 뚝뚝 떨어지는 눈물만 생각납니다. 그 애 얼굴만 자꾸 떠오릅니다. .. . . 제가 미쳤나 봅니다. 저도 이 애를 좋아하는 거 같습니다. 이 애가 더 이상 어린애로 안느껴지네요. .. . 내일 학원에 어떻게 나가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