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를 세우고 그 젊은 여자에게 탈 거냐 물어봤을 때부터, 나는 앞으로 일이 어떻게 돌아갈지 알고 있었다.
예전에 태워 줬던 다른 사람들이 그랬듯이 그 여자는 불안해했지만, 힘든 여행길에 너무도 지친 나머지 감사하며 차에 탔다.
그러고는 자기가 왜 길바닥에 있었는지 뻔한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물론 나는 속지 않았다. 집에 가는 길도, 친구를 만나러 가는 것도 아니었을 것이다. 아무도 그 여자가 어디 있는지 아는 사람도 없을 것이다.
나는 그 여자와 간단한 대화를 나누며 내가 좋아하는 그 장소로 차를 몰았다. 우리는 다가오는 추위라던가, '더 보이스'에 나오는 참가자들에 대해 얘기했다.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몇 년 동안이나 한 번도 해 보지 못한 일이었지만, 누굴 죽일 때의 그 쾌감이야말로 내가 유일하게 느껴 본, 진짜 살아 있는 감정이었다. 나는 흥분한 상태로 들떠 있었다. 그런데 그 여자가 거기 종지부를 찍었다.
내가 그 여자의 목숨을 끊으려고 그 가슴에 칼날을 박아넣는 순간, 그녀는 쿨럭이듯 한 마디 말을 내뱉었다. 내 모든 세상을 박살내 버린 한 마디였다.
이제 때가 왔다. 그 한 마디는 몇 주 동안이나 나를 괴롭혀 왔다. 나는 관자놀이에 총구를 댔다. 들려오는 건 그 히치하이커의 사랑스럽고 순진한 목소리뿐이었다.
"당신을 용서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