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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운전 → 몇 년 후의 나는,
게시물ID : car_7496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보고싶어S2
추천 : 7
조회수 : 1579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5/12/09 23:47:03
(길어요)
 
# 고마움

마쉬멜로우 같은 마티즈를 끌던 한참 초보 시절,
긴장되고 떨려서 의자를 핸들로 바짝 붙여
운전하던 그 시절.

봉사활동을 하러 가는 길.

차선은 2차선.
좌측엔 바로 중앙선, 그리고 달려오는 차들.

삐뚤 빼뚤
삐뚤 빼뚤 느리게 천천히 운전한다.

뒤에뒤에 차는 빵빵거리고,
혹은 차를 추월하여 나를 쳐다보고는 쎄게 지나친다.
(당시만 해도 차에 붙은 "초보운전"이 나의
보호막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차들은 조용히 나를 지나쳐간다.

어? 뭐지?

하는 순간, 뒤의 차가 나를 보호해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비상깜빡이를 켜고,
수신호로 먼저 가라며 뒤엣 차들을 에스코트해준다.

어느덧 봉사활동 장소에 도착 후,
비보호 좌회전을 해야한다.

...!! 내 생에 처음 해보는 비보호 좌회전..!!
긴장된다. 떨린다. 무섭다.
고 전전긍긍할 즈음,

뒤엣차가 다시 깜빡이를 켜고
차주분이 내리셔서 용감히 교통정리(?)를 해주셨고
(다행히 차가 뜨문뜨문 다니는 2차선)
나는 마치, 길 잃은 오리새끼가 사람의 보호 아래
무사히 길건너는 것처럼, 안전하게 비보호 좌회전을
했다. 


# 무시

1.

여전히 "초보운전"을 보호막처럼 붙이던 시절,
난 달린다.

아빠바바의 스파르타식 훈련으로 인해
운전실력이 전보다는 꽤 늘게 되었다.

마티즈를 끌면서...
차도를 다닌다...

차들이 무시를 한다.
오토바이도 무시를 한다.

쌩유리에 안이 훤히 비치는 미니 마티즈.
그리고 어려보이는 여자 운전자 한 명.

한 번은 이런일이 있었다.
도로를 달리는데 어느 한 중년아저씨가 털털거리는
오토바이를 8차선되는 도로에서 운전했다.
그 아저씨는(연세는 할아버지급) 내가 아닌
다른 차량의 빵! 하는 소리에 내쪽으로 오게 됐다.
(그리고 바로 신호가 적신호로 바뀌게 되었다)

여름이어서 창문을 활딱 열고 다니던 그 날..

그 아저씨는 "화"의 대상을 찾으려고 하는건지 뭔지
열린 내 창문을 두리번거리면서 사람이 있나 없나
확인 후, 

나에게 다짜고짜 욕을 한다.

"야이 ㅅㅂ ㄱ같은 ㄴ아"
"....??"
"똑바로 보고다녀 ㅅㅂ"
"(당황,무서움) 아..저씨, 말 함부로 하시면 안돼죠!"

..난 잘못이 없다.
그냥 내 갈 길 갔고,
그 아저씨의 상황도 다 보였다.
결코,
나의 잘못은 없었다.

그리고,
집에 와서는 펑펑 서럽게 울었다.
 
2.

저 앞의 차들이 사고가 났다.
차가 밀렸고,
나는 하필 횡단보도와 맞물린 곳에서 멈추게 되었다.

지나가던 할아버지가..
유리로 비친 나를 보고는
얼굴을 찡그리더니 차를 툭! 치고 간다..

아...
그렇구나..

내가 초보시절때의 고마운 그분만 계신게 아니었구나.. 

# 돈지랄

변했음.
내 첫 차인 마티즈에게는 미안하지만,
내 능력껏 할부로해서 차를 구입하게 되었음.

승용차.

당장에 센터에 감.

블랙박스? ㅡ 지름
썬팅? ㅡ 지름
여성스럽게 꾸며놓은 장식품? ㅡ 다 떼버림

남자가 끌고다니는것처럼 끌고다님.
그랬더니.

뭔가 바뀌게 됨.
마티즈때처럼 시비걸거나 무시하는 차량이 전무함.
(물론, 초보운전때라 그럴수도 있겠지만,)
 
블박을 달아놓으니 사람들이 조심하는게 보임.
더 잘~ 보이라고 불빛나는 2채널로 달음.

내 통장에 물밀듯이 돈이 빠져나갔지만,
절대 후회하진 않음.

 # 난 절대 안저럴거야

운전 인생에 있어서 고마운 분의 에스코트야말로
큰 영광이었어요. 
그분께 감사한 마음이 커서 그분을 닮고자 했죠.

저 또한,
초보운전, 여성운전자, 고령운전자, 경차 등
모두 다 존중하며 운전생활을 즐깁니다.

모두 다 나쁜 사람만 있는건 아니기에,
저는 제게 나쁘게 했던 그들을 닮지 않으려 합니다.  

# 하지만,

운전을 하다보면.. 경차 무시하는 경우 많이 봅니다..
한 편으로는 화가 나고, 한 편으로는 슬프기도 합니다.
언제쯤 이런 선입견이 나아질까요...

 
그냥..
평일인데 이것저것 신경쓰느냐 잠도 안오고..해서...
ㅎㅎ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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