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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DTB - 상대의 쌍월 (3기 예고편 망상)
게시물ID : animation_2000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bk201
추천 : 1
조회수 : 290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2/23 00:23:55
1 - 화자 : 키리하라 미사키
 
그날이 지난 지도 벌써 3개월, 도쿄는 CIA의 의도대로 미국 및 여러 선진국들의 영향권 아래 놓이게 되었다. PANDORA는  아직 그날의 잔재들을 마저
수습하지 못해 꽤나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 모양인 것 같았다. 아무래도 수습이 끝난 뒤 PANDORA도 정치적 중립을 해제한 도쿄와 같이 몇몇 선진국
들의 손아귀에 들어가거나 최소한 도쿄를 장악한 국가들의 영향력이 더욱 강해질 것이 분명했다. 현재의 상황을 방관할 수 밖에 없다는 것에
안타까운이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 삼호기관은 미타카 문서를 토대로 이나자미와 이자나기의 접촉 후 새롭게 나타 났을 것이라 추정되는
인물인 '문으로부터 나온 자' 를 찾아 미타카 문서의 다음 구절이 재현되는 것을 막기로 결정했다. 우리가 조직이라 불리는 오명을 뒤집어 쓰더라도
말이다.
 
"어떻게 이번에는 알아온 게 있나?"
 
날다람쥐의 모습을 하고 중년 남성의 목소리를 입 밖으로 내는 이 자는 마오라는 계약자로 한 때 조직에 속해 BK201과 동행 했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그에게 BK201과 관련된 질문을 몇차례 해봤으나 별 다른 정보를 얻지는 못했다. 오히려 마오의 과거 연인이였던 마담 오레이유에게서 나는
BK201에 대한 자세한 전말을 들을 수 있었다.
 
"아니, 어디를 가나 똑같아. CIA의 정보 통제가 너무 심한 걸"
 
마담은 손사래를 치며 앉았다. 듣기로는 과거 일반인 보다 귀가 3배는 밝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대단한 정보 수집력을 자랑했다지만 CIA의 정보
통제가 심해진 요즘은 그녀의 능력이 발휘할 기회가 좀처럼 오지를 않는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그녀는 '문으로부터 나온 자' 가 실제로 존재하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정보를 제공해 삼호기관이 지금까지 움직일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해 주기도 했다. 마담은 선글라스를 탁자 위에 내려놓으며 나를
그윽한 눈으로 응시했다.
 
"하지만 다른 걸 가지고 왔어"
 
마담은 품 속에서 사진을 몇장 꺼내 내게 건네주었다. 마담이 수집한 모든 정보들은 코바야시 과장님께 주는 것이 일반적인데 어째서 내게 주는 것일까.
나는 사진을 번갈아 보면서 그 이유를 쉽게 알 수 있었다. 사진 속에는 형언 할 수 없을 정도로 괴기스런 표정을 지은 군인들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이 괴기스런 표정들은 과거 외사 4과에서 근무했었을 때 주로 봐왔던 표정들이었다. 그리고 널브러진 군인들 사이에 떨어져 있는 부서진 가면, 사진
속의 부서진 가면은 자신의 주인과 같은 싸늘한 눈매로 나를 노려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BK201.."
 
사진을 잡고 있던 손이 떨려 사진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동시에 옆에서 감탄에 찬 소리가 들리길래 옆을 돌아보니 마오가 어느샌가 날아와 내 어깨에 앉아 있었다. 깜짝 놀라 몸을 주춤거리니 마오는 내 어깨에서 점프해 날다람쥐 특유의 활강으로 탁자에 안착했다.
 
"이젠 이 몸에도 제법 익숙해졌단 말이야"
 
마오가 쓸데없는 잠담을 늘어 놓는 사이 코바야시 과장님이 문을 열고 들어와 내가 떨어뜨린 사진을 줏은 다음 유심히 살펴 보았다. 과장님은 사진을
다 보고 난 뒤에도 아무런 표정의 흔들림 없이 평소대로의 진중한 태도를 유지하며 자리에 앉았다. 오늘의 주제는 마담이 가져온 사진 한장으로 쉽게
정해졌다. 나 또한 다른 사람들과 같이 내 자리를 찾아 착석했다.
 
"키리하라, 자네는 이 일을 어떻게 생각하지?"
 
예상대로 코바야시 과장님은 내게 첫번째로 질문 했다. 사진을 보면서 어느 정도 생각을 정리해 두었었기에 난 차분하게 과장님의 질문에 대답할 수
있었다.
 
"살해된 군인들의 군복 양식을 보아 미국 및 미국과 동맹관계에 놓여 있는 국가들의 군복과 동일입니다. 하지만 이 사진만을 가지고 BK201의 앞으로의
행적을 확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아직은 조금 더 정확한 정보가 주어질 때 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네 말이 옳네. 현재로서는 BK201이 우리의 아군인지, 적인지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네"
 
"뭐, 헤이라면 어느 쪽의 손도 들어주지 않겠지만 말이야"
 
마오가 한 말에는 딱히 생각한 흔적이 없어 보였지만 아무래도 마오의 말처럼 BK201은 현재 도쿄를 집어삼킨 무리들에게 칼날을 겨누면서도 다른
이들에게 조직이라 불리는 우리들과는 절대로 손을 잡지 않을 것이다. 요컨대, BK201의 활동이 확인된 것은 우리에게 있어 좋은 소식보다는 나쁜 소식에 가까웠다.
 
이번 회의의 결론은 BK201에 관한 다른 정보가 들어오지 않는 한 그와의 접촉을 최대한 피하고 관찰하기로 한다는 것이었다. 이번 회의는 어쩌면
처음부터 결론이 정해져 있었는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잠깐 들었다. 이내 그런 생각을 거두고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 입가에 갖다 대었다. 커피를
마시기 위해 목을 위로 조금 기울이니 창밖의 잿빛의 거짓 하늘 밑에 놓인 잿빛 장벽이 눈에 들어왔다. 게이트,  모든 일의 원흉인 저 수수께끼의 공간은
인류에게 앞으로 어떠한 시련을 안겨줄 것인가. 그리고 BK201은 어째서 이 거짓 하늘에 수놓인 자신의 별을 다시 빛내고 있는 것인가.
 
 
2 - 화자 : 헤이
 
이자나미.. 인이 숨을 거둔 지 대략 몇개월이 지난 것 같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 지 확인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이제 내겐 살아 갈 힘이 남아 있지 않았다. 예전에 마오가 했던 말마따나 술이 가솔린이 되었다면 얼마든지
들이켜 주겠지만 지금은 그 어떠한 것도 입에 들일 맘이 없었다. 처음에는 모든 일을 정리하고 인에게 마지막이나마 해줄 수 있는 안식을 주기 위해
인의 고향에 사체를 안치시킬려 했지만 도쿄를 비롯한 전 일본의 항공,  선박 기능이 정지해 고립되고 말았다. 온갖 수단을 동원해 봤지만 일본을
빠져나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무능력하게 발만 구르고 있던 사이 시간은 이미 인의 사체가 변질되고도 남았을 정도로 흘러가 버렸다. 관의
문을 열지 않아 변질된 수준은 알 수 없었으나 내겐 관의 문을 열 자격조차 없었다. 나는 그렇게 마지막까지 지키고 싶었던 것을 지켜내지 못했다.
 
"..."
 
죽음과 삶의 경계를 오가는 것과 같은 느낌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을 때, 인의 관이 안치되어 있는 방을 들어간 나는 아직 살아 있을 이유가
남아 있다는 것을 느꼈다. 어째서 인의 관 뚜껑이 열려 있는 지는 설명할 수 없었으나 그 이유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죽은 지 몇달이 지난 상태였음
에도 불구하고 인의 사체는 아직까지 연분홍색 핏기가 빠지지 않았고 손에서 느껴지는 온기는 살아 생전 느끼던 온기와 차이가 없었다. 마치 당장에라도
잠에서 깨어나 예전과 같이 담담하게 날 불러줄 것만 같았다.
 
기존에 존재하는 과학 이론들은 절대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향해야 할 곳은 단 한 곳 밖에 없다. 그리고 그 곳에서 답을
찾아야만 한다. 설사 그 답이 이자나미를 이 땅에 재림시키는 것이라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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