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동파
게시물ID : panic_7499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츄우기
추천 : 5
조회수 : 146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4/12/02 00:09:38
우리 빌라는 영 좋지못한 구조로 지어졌는지 조그만 베란다관이 겨울만 되면 얼어버린다. 영하 10도 넘기는 날이 잦아지면 하수관이 얼어 베란다에서 물이 내려가질 못한다. 문제는 우리집이 맨 밑에 있어서.. 한겨울이 되면 엄마의 신경이 아주 예민해지고 누구든 집에 꼭 한명은 있어야 했다. 윗집에서 세탁기 돌린 더러우면서도 피죤향 나는 물이 거실까지 넘쳐왔던적이 한 두번이 아니여서 우리가족은 추운 겨울이 달갑지 않았다.

올 겨울을 코 앞에 냅두고 백수가 된 나는 다행인지 불행인지 취업을 못하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베란다 보초는 내가 서게 되었다. 내 방 바로 옆에 베란다가 있어서 책을 보다가 한번씩 창문으로 내려다 보는 것 외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몇일 뒤, 나는 베란다에서 꾸룩 거리는 소리를 듣고 창문을 열었다. 하수구에서 조금씩 밀려올라오는 물을 보자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넘쳐 흐르기 전에 301호, 401호, 501호 세 집을 뛰어 올라가 물 쓰지말라 해야했다. 추운데 아무것도 걸치지 못 하고 떡진 머리로 현관문을 박차고 슬리퍼를 질질 끌며 계단을 올랐다.

나름 머리좀 써보겠다고 5층부터 올라가 문을 두드렸다. 201호에요 외쳐도 나오지 않는 것을 보니 집에 없는 것 같았다. 계속 붙어있을 시간이 없어 후다닥 401호로 내려갔다.

- 계세요!!!

몇번 두드리자 문이 살짝 열리고 401호 아저씨가 고개를 내밀었다. 요 몇일 외국인 부인과 부부싸움을 하더니 심기가 불편한지 표정이 좋아보이지 않았다.

-저 201호인데 지금 하수구 막혀서 물 안내려가니까 베란다 물 쓰지 말아주시고 쓰는거 다 멈춰주세요. 물 역류해요.

아저씨는 고개만 살짝 끄덕이고 이내 문을 닫아버렸다. 살짝 술 냄새도 나는거 같던데.. 나는 별 생각없이 다시 3층으로 내려가 애기엄마에게 신신당부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다행스럽게도 베란다만 절반 정도 물이 고여있었다.김장할때 쓰던 큰 다라를 꺼내고 작은 바구니로 물을 열심히 퍼담았다. 화장실에다 버리고 다시 퍼나르고를 몇번 하자 금새 바닥이 보였다. 배수구에건 조금씩 물이 차오르고 있으나 큰 양은 아니여서 다 끝난 것 같았다. 배수구를 들여다보니 저 밑에 뭔가가 걸려있는 것 같은데 누가 동전같은걸 넣고 세탁기를 돌렸나 싶었다. 조금씩 올라오는걸 봐선 이물질로 막힐 일이 없을것 같고, 남은 물은 쓰레받기로 푹푹 퍼담는게 빠를 것 같아 작은방에서 찾고 있었다.

-딩동

누군가 우리 집 벨을 눌렀다. 보나마나 예수믿으세요 같은 불청객일것 같아 무시하고 계속 찾았다.

-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딩동

굽힌 허리를 일으키자마자 상욕이 절로 나온다. 아니 웬 미친놈이 저지랄이야? 나는 성큼성큼 현관문으로 갔고 인터폰에서 401호 아저씨의 얼굴을 확인했다. 집에 나 혼자 있는게 좀 꺼림칙해서 고리를 건 채로 문을 열었다.

-무슨 ㅇ...

성난 아저씨의 얼굴을 보는 순간 고리에 걸린 문이 열리다 말고 요란한 소리를 냈다. 그 소리에 귀가 아팠고 배가 아팠다. 배가 왜? 고개를 내려보니 날렵해보이는 얇은 긴 칼이 배에 꽂혀 있었다. 분홍색 잠옷이 뻘겋게 물들어갔다.


쾅ㅋㅎ아코앙!! 아저씨는 문을 계속 열기위해 밀었다 잡아당겼다를 반복했다. 다행인 것은, 우리집 문은 닫히면 자동으로 도어락이 잠기는데 계속 열려고 하던 아저씨가 수로 문을 닫아버렸다. 문이 잠기는 또르륵 소리가 나자 성난 짐승이 문을 부시려는 듯 쾅쾅 울렸다. 튼튼하다 생각했던 쇠문이 지금 이 순간은 호일같아 보였다. 언제 죽을 지 몰라. 공포에 질려 발을 떼면 끔찍한 고통이 다가왔다.

-119..11...9...

기어가는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고통은 끔찍했다. 그 와중에도 내장지방이 많아서 장기는 손상 안되었으면 좋겠다, 같은 실없는 생각이 스쳤다. 아저씨는 다시 자기 집으로 갔는지 잠잠해졌다. 열 발자국도 안 되는 내 방이 너무나 멀었다. 내 핏방울이 반 정도 박혀있는 칼의 손잡이를 타고 흘러내렸다. 이걸 뽑을 엄두도, 손을 댈 엄두도 안났다. 겨우 네 발자국 걸었는데 온 몸에서 땀이 났다. 꽉 깨물고 있는 아랫 입술은 이미 터졌는지 따끔거렸다. 아마 피맛도 났을텐데 내 배에서 나는 쇠냄새가 후각을 마비시켰는지 아무런 맛도 안 났다.

두 발자국. 다리는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휘청이는 발걸음으로 간신히 방문을 열었다. 바닥에 충전기를 꽂은 채 누워있는 핸드폰을 잡기위해 무릎을 꿇었다. 힘이 풀린 다리가 풀썩 쓰러지면서 배에 큰 충격이 전해졌다. 머리가 새하얘지는 그 고통에 나는 차마 소리를 낼 수 없어 이불을 움켜쥐었다. 소리를 내면 윗집 아저씨가 다시 저 호일문을 부시고 들어와 날 끝내버릴 것 같았다. 죽고싶지 않아. 고통과 공포에 손이 벌벌 떨렸다. 나는 간신히 핸드폰을 잡아 119를 눌렀다.

-네 119 입니다.
-윗집이..칼...찔렸어요....아파..아파요...
-선생님? 지금 선생님이 칼에 찔리셨단 거세요?

내 말에 당황한 상담사가 주소를 물었지만 다시 문을 걷어차는 소리가 들렸다. 

-xx동....000번지...살려주세요...201호....

그 말을 끝으로 나는 옆으로 쓰러졌다. 







-8시 첫 뉴스 시작하겠습니다. 서울의 한 빌라에서 부인을 죽인 40대 남자가 이웃주민까지 살해하고 달아난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이웃 주민이 119에 신고했지만 주소를 알려줬음에도 경찰의 조치가 미흡했다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Xxx기자가 단독으로 보도합니다.


..쓰고나니 노잼 노무섭(...)
원래는 븅신사바에 내고 싶었는데 상품 기증해서 안내는게 나을것 같아 끝나고 올립니다 헤헿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