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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바람나락 이야기.txt
게시물ID : lol_45738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멘틀붕괴
추천 : 13
조회수 : 912회
댓글수 : 13개
등록시간 : 2014/02/23 15:25:50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캐리어 12기 vs 저글링 1마리 처럼 굳이 보지 않아도 결과가 예상되는 경기가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하필이면
이번판이 딱 그러했다.




여느때처럼 픽밴이 끝나고 나타난 상대의 조합에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블리츠크랭크, 니달리, 럭스, 쉬바나, 이즈리얼. 

픽게임에서도 보기 힘든 조합이었다. 그에 비해 우리팀의 조합은

말파이트,아무무,다리우스,그레이브즈,스카너.

역시 보기힘든 조합이기는 했다. 전혀 다른면에서.



썸&쌈 만큼이나 극과극을 달리는 조합의 차이에 골머리를 썩히고 있는데 로딩이 끝나고 게임이 시작되었다. 팀원들의 반응 또한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스카너는 적팀의 조합을 두고 슈스케에 나가도 100 100 100 받을 조합이라며 물개박수를 쳐댔고 상당히 종교적인 ID를 가진 말파
이트 유저는 '신은 죽었다' 며 자신의 ID를 변경 할 의사를 내비쳤다. 반면에 그레이브즈는 아무래도 좋다는 듯 잠잠했고 아무무 또한 명상에 잠긴듯 조용했다.

각양각색인 팀원들의 반응에 즐겜유저라고 자부하는 나는 질때 지더라도 열심히 재미있게 하자며 팀원들을 다독였고 미니언이 생성됨으로서 본격적인 게임이 시작되었다.



우리에겐 안타깝게도 적팀은 조합뿐만 아니라 실력 또한 준수했다.
팔방을 점하며 날라오는 투사체들은 사천당가의 최후의 비기이자 암기술의 정점이라는 만천화우를 연상시켰고 그 화려한 꽃무리에 우리들은 마치 미니언인양 예정된 미래에 몸부림치다 속박이라도 걸리면 어김없이 날라오는 로켓손은 우리의 위치를 칼바람 나락에서 전광판으로 이동시켜주곤 했다. 


이러한 판국에도 상당히 유쾌한 성격을 가진 스카너는 '나는 지금 포킹을 피하는게 아니야. 한바탕 춤을 추고 있을뿐'이라며 리듬에 몸을 맡겼고 그 말은 곧 유언이 되어 팀원들의 빈축을 샀다. 독실한 신자로 추정되는 말파이트는 포킹을 피하다 지쳤는지 달려들다 개피가 되어 궁으로 복귀하기 일쑤였고 돌아와서는 그곳에서 신을 보았다며 자신의 신앙심을 굳건히 다져나갔다.

 이러한 팀원들의 모습에도 흔들림없이 미니언을 정리하던 그레이브즈는 사실 굉장한 유리멘탈이었다. 혹은 이중인격의 소유자일지도 모르겠다. 적 블츠의 점멸그랩에 끌려가 1데스를 기록하자 우물에서 AP템을 잔뜩 사와서는 사실 자신이 6.25참전 용사인데 전쟁에서는 총보다 수류탄이 최고라며 W를 난사하는 모습을 보아하니 정상인은 절대 아니었으니까.


이말x씨의 만화마냥 개판 5분전으로 흘러가 이제는 엔딩인 와장창만 남은 상태에서 드디어 아무무가 굳게 다문 입술을 열었다.


"나에게 빨간포션 2개와 파란포션 3개가 있으니 이것으로 모두를 먹여살리겠노라."

이게 왠 개 똥 같은 소리란 말인가. 역시 끼리끼리 모인다고 같은 팀에 묶인 이 녀석도 범상치 않은 병x임에 틀림없다며 아무무를 제외한 나머지 팀원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억제기마저 날아가 이제는 정말 서렌뿐이라며 최후의 병라보레이션을 준비하고있는데 드디어 아무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매멘.'

 블리츠크랭크는 CJ ENTUS FROST의 서포터, 매드라이프 홍민기 선수의 엄청난 광팬이었다. 아이디부터 스킨까지 모든 부분을 매라일색으로 통일한 그는 매라신의 교리를 얼어붙은 땅, 칼바람나락에 퍼뜨리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게임에 임했고 지금까지는 꽤나 성공적이었다.

 '지금까지는'

갑자기 공기가 변했다. 지금껏 존재감없이 있던 아무무가 적팀들을 바라보며 알수없는 말 몇마디를 했을 뿐인데 이 드넓은 설원의 분위기가 변화했다. 처음에는 단지 그 뿐이라 생각했다. 너무도 압도적인 내용이었고 이 경기를 단 한사람이 뒤집을수는 없을거라 생각했다. 

 아무무가 걸어나왔다. 한발자국 한발자국. 블리츠크랭크의 차가운 기계손에도 땀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당길수 있어... 충분히!'

그러나 왠지 손이 나가지 않았다. 지금까지 매라신의 사도로서 그 교리를 설파해왔던 손이 움직이지를 않았다. 눈을 감았다. 지난 그의 롤인생이 주마등처럼 그의 머리속을 스쳐지나갔다. 

 감았던 눈을 떳다. 한층 더 가까워진 아무무가 눈에 들어왔다. 당겼다.


뻗어나가는 손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느린걸까. 생각하던 블리츠크랭크는 나아간 그의 손이 목표물을 정확히 잡는 것을 보고 속으로 나직이 되뇌었다.


'매멘'












 이유는 없었다. 왠지 그래야만 해야 할것 같았기에 우리는 모두  아무무의 등을 그저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한걸음 한걸음 적에게 다가가는 그.




"watch out!!"
"조심해!"

'아 당황해서 영어가 나와버렸네.'라며 이 상황에도 여전히 긍정적인 스카너에게 눈으로 핀잔을 주며 다시 아무무를 바라보았다. 적팀의 블리츠크랭크가 시동을 거는것이 보였다. 외침이 들리지 않은것일까. 흔들림없이 계속 걸어나가는 아무무. 블리츠크랭크의 기계손이 뻗어져 나가는 것이 보였다.


'끝이구나.'

나 뿐만 아니라 우리팀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으리라. 저 윤기나는 기계손에 늘어난 데스가 얼마던가. 찰나지만 희망을 품게해준 소중한 팀원을 혼자 보낼수는 없다고 생각한 나는 곧바로 적들에게 달려들었다.


문득 주위를 돌아보았다. 이럴때는 또 잘 맞다니까.

역시 영혼의 파트너들이었다. 내 옆에는 어느새 팀원 전원이 서있었다.


"가자고, 어서"

어느새 나보다 앞서가며 나를 재촉하는 팀원들. 실력은 좀 모자라지만, 행동은 조금 비정상적이지만 착한녀석들이 있다면 바로 이녀석들일것이다.

아무무의 눈물이 마르기 전에 그를 구하러 가겠다며 우리는 다시금 발을 재촉했다.





말은 길었지만 행동은 빨랐다. 애초에 짧은 거리이기도 했고(사실 이게 진짜 이유다.). 축구 한일전이 열리는 날 밤 잘나가는 치킨집 배달부마냥 미친듯이 달려온 우리는 아무무가 죽기 전에 그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정말로 최대한 빠르게 달려왔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무는 이미 적팀의 한복판에 홀로 서있었다. 곧 들려올 '아군이 쓰려졌습니다.' 라는 사운드가 귀에 선했다. 아무무의 비정상적으로 커다란 눈에서 눈물이 한방울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곧 우리는 그곳에서 기적을 보았다.



슬픈 미라의 저주. 초식이자 후반지향형 정글러인 아무무의 99%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궁극기. 자신의 주위에 있는 모든 적을 2초간 속박해버리는 한타의 꽃.

 아직 봄은 멀었건만 벌써부터 피어난 죽음의 꽃이 적팀 모두를 옭아매었다.



'무얼 망설이는가. 드루와! 드루와!'

기적의 이니시를 성공시킨 아무무의 눈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넥서스는 남겨 드릴게."

6.25참전 용사도 신세계는 챙겨 봤던 것일까. 그레이브즈가 찰진 드립과 함께 연막탄으로 호응했다. 말파이트도 처음으로 궁극기를 후방이 아닌 전방으로 올바르게 사용하였고 스카너는 '나는 한놈만 팬다'며 적팀 쉬바나를 끌고가 동물철권을 시작했다.나 또한 디아2시절 헬카우 잡던 솜씨로 휠윈드를 돌렸다.


칼바람나락의 규칙상 죽지 않으면 템을 살수 없기에 적팀은 골드가 많아도 템을 사지 못했고 그에비해 우리팀원들은 너무나도 자주 조금은 심각할정도로 자주 죽어 땡전한푼 남기지않고 템을 사모았기에 사실상 템보유상황은 우리가 그렇게 밀리지 않았다. 그 덕에 비록 아무무는 죽었지만 이 한타를 이길수있었고 이제 적팀과 아군의 타워상황은 같아졌다.


다시 궁극기 타이밍이 돌아올때까지 잠시 라인을 조금 뒤로 물린 우리는 숨을 돌리며 서로를 칭찬했다.


"정말 완벽한 이니시였어. 이대로 한번만 더하면 우리가 이기겠는데?"

라는 팀원들에 치하에 대한 아무무의 답은 탈주였다.



정상인이라면 결코 생각할수없는 탈주타이밍이었기에 잠깐 벙쪄있던  팀원들은 곧 여러가지 탈주에 관한 가설들을 내놓았고 그 중에서 스카너의 가설이 가장 그럴듯했다.



그는 갓무무이기에 3일 후에나 돌아올 것 이라는.


그렇게 게임은 끝났고 말파이트는 닉네임을 바꿧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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