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언컨대 21세기는 디지털의 시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시대에 역행하는 아날로그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죠. 태엽감는 기계식 시계라던지, 그보다 편한 아날로그식 자판이 새겨진 전자식 시계라던지, 음악듣는 사람들은 진공관 오디오 앰프를 사용하기도 하죠.
싸구려 기계식 시계입니다. 하루에 한번씩은 태엽을 감아줘야 되고 시간도 맞춰주어야 합니다. 꽤 귀찮아요.
하지만 이러한 소소한 귀찮음이 아날로그의 매력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멋있기도 하고요.
배터리를 안쓰고도 시계가 움직인다니 멋지잖아요? 물론 배터리를 안쓰는 계산기도 있습니다. 아날로그 계산기라고 할 수 있는 계산척입니다.
영어로는 Slide Rule 라고 하고, 우리나라에서는 계산척, 계산자라고 불렸습니다.
짜잔~~
…
…
…
네… 그냥 자쪼가리입니다. --;; 자쪼가리로 뭔 계산을 해?
일단 뭔가 특별한 무언가가 있을거 같으니 좀 더 살펴봅시다.
왼쪽에는 KABCD의 알아먹을 수 없는 알파벳이 있고,
뒷면에는 간단한 매뉴얼이 있습니다.
오오 60년대 마데 인 우사의 위엄. 일본 우사시(市)에서 만들어서 마데 인 우사라고 붙였나?
재질은 전부 금속제로 되어있어요. 일부러 Pickett의 제품을 산 것은 싸기도 하지만, 일단 프라스틱 자쪼가리 보다는 금속으로 된게 좀 더 내구성이 좋을거라고 생각했거든요...
....60년대 만들어진 알루미늄 자쪼가리 미세하게 휘어진거 보면 그런생각 안들껄...?
가운데는 이렇게 움직이기도 해요.
너무 움직이면 이렇게 빠져버리기도 합니다.
네. 자쪼가리 맞네요...
간단히 원리를 보고 넘어가도록 하자구요.
기본적으로는 로그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로그가 뭐냐고요? 국정원이나 검찰에서 조사하는거? 라고 말하면 수학시간에 무시칸놈… 이라는 소리 듣기 딱 좋습니다.
로그란 17세기 영국에서 시작되어 20년에 한번씩 세계를…은 아니고, 20년에 걸쳐서 손으로 계산한 계산 김병만 선생의…도 아니고 17세기 영국의 수학자인 존 네이피어가 발명하고, 20년 이상의 시간동안 손으로 계산하여 로그표를 만들었다고 하는군요.
20년동안 계산만 했다니 ㄷㄷ 하네요. 하지만 그렇게 발명된 로그표는 천문학을 발전시키고, 나아가서 항해술의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영국은 영국요리를 만들게 되죠…기초과학을 무시하면 X되는거야.
그나저나 나름 계산기라니 계산을 해봅시다.
가장 쉬운 곱셈편부터~
곱셈에서 사용할것은 딱 두개의 알파벳입니다. A랑 B에요.
2곱하기1을 계산해 봐야겠죠? 일단 B의 1을 A의 2에 맞추고 B에 해당하는 A의 눈금을 읽어주면 됩니다.
말로하니 귀찮고 복잡한데 사진으로 보죠.
A에 2에 B의 1을 맞추고 A의 눈금을 읽어보면...B의 1에는 2 B의 2에는 4 B의 3에는 6...
이일은이 이이사 이삼육 이사팔...
음...얼추 맞는거 같은데, 이번에는 A의 3에 B의 1을 맞추면 3단의 구구단이 되는건가?
그렇습니다~
3에 1을 맞추면 3의 곱셈을 할 수 있네요.
그럼 좀 난이도를 올려서 12*34를 계산해 볼 수 있겠네요?
A의 1.2나 12에 맞춰주고, B의 34나 3.4의 눈금을 읽어보면...
어디보자..작은눈금 하나에 0.5고...두칸 좀 덜간거 같은데, 대충 410정도로 근사 할 수 있겠군요.
그럼 계산기를 꺼내서 계산해보면...12*34=408
얼추 맞아 떨어집니다.
그럼 이번에는 나눗셈을 해봐야죠.
나눗셈에서는 C와 D를 사용합니다.
5.7/3을 계산한다면...
C의 3에 D의 5.7을 맞춰주고 거꾸로 C의 1을 읽어주면 된다더군요.
5.7과 3을 맞춰주고..
C의1에 해당하는 D의 눈금이 1.9인가..?
계산기로 계산하면...5.7/3=1.9 가 나오는군요...
자쪼가리로 곱셈이랑 나눗셈을 할 수 있어....ㅋㅋㅋ
아 이걸로 자쪼가리에서 계산척으로 이름을 바꿔주어야 겠군요.
위키피디아의 힘을 빌리자면, K는 세제곱수, S는 사인, T는 탄젠트 L은 상용로그를 계산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더군요. 직각/극좌표계 변환에도 사용했다던데 이건 좀 더 찾아봐야 겠네요.
뭐 이렇게 자쪼가리로 계산을 할 수 있었다지만 60~80년대 그러니깐 20세기 때의 이야기고요, 계산기는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이런물건이 나왔습니다.
졸 쉽네...--ㅋ
훨씬 직관적이고, 그래프도 그려주고 결정적으로 자쪼가리는 못하는 덧셈과 뺄셈을 하게 됐습니다!!! ㅡㅡ;;;
그렇다고 계산척은 무시할 수 없는건 실제로도 그 당시에 공학분야에서 많이 사용했던 것이거든요..
아폴로11호에서의 버즈 올드린과 계산자...
네 문제는 도구에 있는게 아니었습니다. 내 손과 머리에 있던 거지...옛날사람들은 계산자로도 우주선에 달을 보냈는데...
계산기에 비하면 장점도 꽤 있는데..일단 멋있습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한지..?
그리고 너따위는 빠떼리 없으면 그냥 깡통에 불과해...야전 군대에서는 아직 쓰는곳도 있는 모양이더군요.
배터리가 필요 없다는것도 장점이 되겠네요.
추석동안 애들이 와서 칼싸움 하기 전에 빨리 잘 숨겨놔야 겠군요. 그럼 즐거운 추석 보내시길 바랍니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