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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학원에 관한 잡썰
게시물ID : art_1556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수딩젤
추천 : 6
조회수 : 699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4/02/23 16:11:20
이래저래 입시미술로 힘들어하시는 분들도 많고 하길래 작게 적어봐요
저도 이제 고3올라가는 학생이에요. 그렇다 보니까 아직도 모르는게 많고 또 어디까지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한 번쯤 썰로 풀어보고싶어서 그냥 적어봐요.
저는 어릴 때 부터 미술을 좋아했지만 중학교에 올라오고 미술을 잘하는 사람이 많다는걸 깨닫곤 전 조용히 공부만 하기로 결심했죠. 그래서 전교등수도 한 자릿수까지 올라가보고 정말이지 주변에서 넌 잘되거라는 소리 그렇게 들으면서 컸었어요. 그래서 저도 공부가 제 길의 전부라고 느꼈죠. 그런데 공부하는건 즐겁지만 뭔가가 되고싶다던가 하고싶다는건 전혀 없었어요. 그냥 잘하면 주변이 관심을 가져다 주니까 그리고 조금 웃기겠지만 공부를 통해 여러가지 상식을 배워가는 그 자체가 전 정말 재미있었거든요. 그랬는데 이게 또 학년이 올라갈 수록 저도 그리고 주변도 등수에만 집착하려던걸 보고 공부가 너무 하기 싫더라구요. 제 주변의 등수친구들이 뭐라고 수근거리는 것도 별로 마음에 안들었고. 
이 때 쯤이에 정말 우연히도 토이스토리를 봤어요. 지금까지 일본애니는 좋아했지만 미국애니는 '아동용'이라는 표딱지를 제대로 제 머릿속에서 달고있었기에 무시하고있었는데 보니까 정말 너무 충격적이더라구요. 아 정말 애니가 아동용만은 아니구나 싶어 정말 픽사애니메이션을 다 찾아봤어요. 그리고 처음으로 정말 너무 하고싶은거에요 '애니메이션'이라는 그 자체가. 
좀 어리다라고 보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물론 어리기도 어렸고 또 즉흥적이긴했지만 저로썬 정말이지 이렇게 가슴뛰는건 또 처음이였거든요. 그래도 지금까지 공부만하다가 갑자기 진로를 바꾸는건 좀 그래서 혼자 반년을 끙끙 앓다가 고1여름방학, 더 늦으면 안되겠다 싶어 입시학원에 갔어요.
이래저래 성적 듣고 그림 보니까 그리 나쁘지 않다는 원장선생님 말을 믿고 다녔죠. 그런데 지금까지 제가 생각한 미술학원이랑 전혀 다르더라구요.
틈만나면 모작. 물론 모작이 나쁜 것만은 아니죠. 모든건 기초가 되야 그림이 되니까. 그런데 어느정도 설명도 없이 무조건 모작만 하다보니까 그냥 그림 배끼는 기계가 되는 기분이었어요. 그리고 모작보다 더 기분나빴던건 공모전에 모작을 낸다는 사실이었어요.
처음에 주변 언니들이 공모전에 낸다면서 모작을 하고 있었을 때 전 정말 이해가 안됬었어요. 공모전에 모작이라니요. 공모전은 자신의 작품으로 실력을 평가받는 곳 아닌가요. 그렇게 생각했지만 전 그림가르쳐주시는 쌤이 너무 무서웠기에 물어보지 못하고 저에게도 모작하라길래 했죠. 그런데 공모전에 내기는 싫어서 일부로 시간 늦춰먹다가 안냈어요. 
거기다 뭐더라 그 연합시험. 그것도 모작하래요. 아니 무슨 학원이 매일같이 모작에 모작에 모작. 진짜 그 놈의 모작.
그리고 어디 홍대선생님? 무슨 근처 작은대학의 아직도 재학중이신 분들만 가득한 곳이였어요 저희 학원은. 휴학중이신 선생님 재학중인 선생님들. 
물론 선생님들 실력이 나빴다고 말 하는게 아니에요, 그저 과장광고에 대해서 말하고싶은거지. 
거기다 수업시간에 저 멀리서 이야깃소리들, 그리고 떠드는 언니들 돌아다니며 노는 언니오빠들. 선생님도 같이 떠드셨죠. 반 분위기를 화기애애한다는 목적일지모르겠지만 한 번씩은 정말 신경거슬렸었어요.
그리고 저희 학원의 특유의 분위기였는지 모르겠지만 한 사람을 가지고 몰아서 놀려대는거...보기 안좋았습니다. 서로서로가 장난이라면 상관없지만 그 학생이 정말 기분 나빠했어요 쌤. 물론 저도 선생님이 제게 장난처럼 제 그림가지고 비꼬실떼 제 지각에 대해 비꼬실 때 웃으며 넘겼지만 그렇게 기분이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제가 말했잖아요, 제가 지각을 하고싶어서 하는게아니라고. 학교 선생님이 보충을 빼주지 않았다고요. 거기다 학교에서 학원까지 한시간씩 걸렸어요. 버스라도 밀리는 날이라면 더 걸렸었다구요... 몇 번을 말해도 매일같이 그러시면... 
그런 일들이 쌓이니까 미술학원이 가기 너무 싫은거에요. 그래서 맨날 땡땡이치고 아무튼 좀 그랬어요
어느세 고2 여름방학, 제 그림이 늘었는지도 모르겠는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됬더라구요. 그래서 그제서야 '정신차리자'하고 학원도 꼬박꼬박 잘 다니고 인체드로잉책 몇 권 사서 다 배꼈어요. 정말 쉬는시간에도 점심시간에도 틈틈히 배끼니까 확실히 드로잉은 좀 는게 저도 느껴지는 거에요. 그래서 기뻐하고 있는데 쌤이 어느날 제 그림을 보고는 그러는거에요.

"너는 그림 정말 못 그리는데 그나마 내가 닥달해서 학원 다니게 하니까 이 정도다"

거기에 너무 크게 스크레치 받아서 진짜 학원이고 뭐고 다니기도 싫고 내가 그림에 소질이 그렇게도 없나 싶고 그냥 눈물이 다 나더라구요... 그 후로 학원을 안갔어요 한달간....진짜 진지하게 미술 관둘까 고민하다가도 또 그림그리는건 재밌고... 애니메이션은 한 번 쯤 만들어보고싶었는데 싶고. 막 이래저래 머릿속은 복잡한데 엄마가 그럼 학원을 옮겨보자고 하더라구요. 마침 돌다가 저희 동네에 학원하나를 발견했다고 생긴지 얼마 안된것 같다고. 
그래서 갔는데 정말 정말 좋으신 분이신거에요. 정말 제가 그렇게 열심히 드로잉연습한거 알아주시고 선이 예쁘게 잘나온다고 정말 그림을 좋아하는게 느껴지신다고 하고 그림도 모작만 시키지 않고 일단은 저 마음대로 한 번 그려보라는거에요. 그런데 웃긴게 막상 마음대로 그리라니까 괜히 걱정되서 못그리겠는거 있죠? 지난 일 년 반동안 내가 많이 억메여있었구나 싶기도 하면서 참 기분이 이상했어요. 

아무튼 그 후에도 제가 진짜 기초가 안되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아주시고 최대한 차근차근 알려주시면서 제가 막 못그릴까봐 부들부들떠니까 너정도면 괜찮다고 겁먹지말고 일단 칠하고 보라고... 오히려 망하다보면 점점 잘하게 되는거라면서 막 그러면서 응원해주시는데 눈물 날뻔했어요.
진짜 저만 그런걸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저에게 저 입시학원은 상처 뿐이었어요 정말. 선생님도 너무 무서웠고 언니들도 정말이지 조금은 무서웠어요. 매일같이 스트레스만 받다가 그림은 그림데로 안나오고 내 스타일이라는건 다 사라지는 것 같고..

전 솔직히 주변에 미술한다는 사람 있다면 솔직히 진짜 입시학원 가지말라고 말리고싶어요. 물론 모든 학원이 이러지는 않겠지만 최소한 분위기가 이상하다면 당장 옮기길 바래요. 미술학원은 뭔가 이상하게 학원끼리도 적대심을 많이 가지고 있고 하니 옮기는게 눈치보이는건 아는데 옮기는게 마음에도 정신에도 편해요 정말. 진짜 제가 이 학원을 일년 반이나 참고 다녔다는게 전 정말이지 화가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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