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평소에 아는 극단이 하나 있는데, 바로 경기도 안산에 있는 '걸판'이라는 극단입니다. 어쩌다보니 인연이 되어서 지금은 나름 친밀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각설하고, 걸판 형님들이 얼마 전에 공연을 하셨는데, 그것을 축하해주는 축전을 하나 드려야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근데 단순 축전이나 화환은 너무 식상한거 같고... 그래서 결심한게 저만의 예술작품(노가다)을 만들어 보내드리면 되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우선 극단 걸판의 리플렛을 하나 구했습니다. 이 리플렛의 글씨체를 고대로 그려서 보낼 생각입니다.
우선 전지, 자, 미술용 지우개, 연필, 볼펜을 하나씩 준비합니다. '정의로운 천하극단 걸판'이라는 멘트를 넣을 곳을 선점합니다.
음... 예상보다 휠씬 글씨가 깔끔하게 들어갔네요. 만족~
작품의 저작권(?)을 위해 제이름을 살포시 아래쪽에 받아둡니다. 밑그림은 이로서 완성되었네요. 이제 여기서 글씨에 색칠을 하냐고요?
아닙니다. 글씨를 적습니다. (참고로 저 멘트들은 극단 걸판 리플렛에 적혀있는 홍보멘트입니다.)
이렇게 음각으로 적어가면서 글씨부분만 하얗게 남겨두는 기법을 채택했습니다. 아직 갈 길이 한참이나 남았네요...;;;
대충 1/3정도 했던 시점. 이제야 글자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군요.
조금 더 진행되었을때... 할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내가 왜 이 쌩 노가다 기법을 택한건지 후회하는 타이밍 -_-;;;
절반 정도 했을때 드디어 글자들을 글씨들로 다 덥어버렸습니다...ㅠ.ㅠ 근데 그동안 글자 만들어내는 재미로 버틸수 있었는데, 이 타이밍부턴 다시 죽자고 글씨만 써야해서 지겹고 힘들어지는 타이밍 =ㅅ=
슬슬 지겨워질 타이밍에 적절하게 추사 김정희 선생님의 '세한도'를 그려줍니다.
예술혼으로 버닝중인 저를 후배가 찍어줬네요. ㅎㅎ
드디어! 드디어! 드디어! 완성시켰습니다...ㅠ.ㅠ 아 눈물나... 이게 보기엔 하루만에 뚝딱 해치운거 같지만 사실 이거 제작기간 두달, 제작시간 70시간 이상 들어간 대작입니다...ㅠ.ㅠ 감개무량하네요...ㅠ.ㅠ
이렇게 봐도 이쁘고 ㅋㅋ
저렇게 봐도 이쁘네요 ㅎㅎㅎ
이걸 완성시키고 극단 형님들이 공연을 하는 소극장으로 들고 갔습니다. 당연히 반응은 대폭발~ ㅋㅋ 그래서 이 사진은 그 소극장 로비에 당당하게 걸어둔 사진입니다. ㅎㅎ 나중에 표구까지 해주셨습니다. 아 감동 ㅠ.ㅠ
공연일정 다 끝나고 극단 형님 누님들과 뒷풀이 사진 한컷~! 그동안 두달동안 예술혼(or잉여력 풍기면서) 발산하면서 고생한 것들이 한방에 날아가네요. ^^ 한여름밤의 꿈같은 하루였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