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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출나온 친구와 밥먹으며 한 통일 얘기
게시물ID : military_3894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한당무
추천 : 1
조회수 : 564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4/02/23 23:34:21
20살 되자 마자 대학 입시만 치르고 바로 입대한 내 친구, 벌써 9월이면 전역이네요.

밥을 먹으며 여느때처럼 "너는 군대 언제 가냐", "신경 끄고 제대나 해라 군인냄새난다" 레퍼토리로 이야기를 하는데 갑자기 이 놈이 불쑥 말합니다.

"너 군대 가기 전에 통일 되면 나 배 아파서 어떡하냐, 그럼 너도 군대 안가잖아"

..... 글쎄?

같이 밥을 먹던 다른 여자 사람 친구들도 다같이 말을 보탭니다.

"어머 그러네, OO이 군대 가기 전에 빨리 통일 해야겠다"

"누나가 OO이 군대 가기 전에 통일 시켜달라고 기도해줄겡♡"

"......응 그래 고맙다"



그런데 과연 통일되면 제가 군대를 안 가도 될까요.

제가 군대에 가기 전에 통일이 된다면 지금부터 남북한이 통일을 준비한다고 해도 10년도 안되는 짧은 시간 안에 통일이 된다는 말이 됩니다.

매우 급작스러운, 예를 들면 북한 정권의 갑작스러운 붕괴 정도가 유력한 이유가 되겠지요.

일단 통일이 되는 순간 우리 군이 지켜야 할 영토는 북한이 한반도의 약 52%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에 단순 계산만으로 두 배 이상 늘어납니다.

게다가 약 250km였던 휴전선은 약 1,300km의 한-중 국경선으로 늘어나고요.

또한 마주보게 될 상대편의 성격도 달라집니다.

이제까지는 극히 불안정하기는 하지만 실질적인 전투능력이 한없이 0에 수렴하는, 근성과 공포만으로 연명해나가는 허수아비 군대를 마주보고 있었다면, 통일이 되는 순간 1,300km의 방대한 국경선에서 우리 병사들을 노려보는것은 잘 먹고 잘 훈련된, 경제력으로나 군사력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전혀 우리 군에게 모자라지 않는 세계 제 2의 강군, 중국군입니다. 태평양 방향의 짧은 한-러 국경선을 제외하고서라도 말이죠.

중국뿐만 아니라 지금 동아시아 일대는 2차대전 직전의 유럽을 방불케하는 파시즘과 광기의 폭풍우가 몰아치고 있습니다.

이 상황에서 중국이 분단시절 북한과의 계약이나 거래를 내새우며 태평양으로 진출할 출구인 나진-선봉지구에 대해 어떠한 요구를 해 올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게다가 중국은 지금도 태평양 진출로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이어도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남방해역에 쿠사리를 넣고 있죠.

아마 지금의 휴전선, 러-중 국경을 넘어서는 긴장감이 한-러-중 국경 부근에 모일겁니다.

지금까지처럼 대놓고 적대적인 의사표현이나 무력도발 등은 어렵겠지만 당장 국경 부근에 배치되어야 할 병력의 질이 휴전선 수준으로 높아야 할것이고, 250km짜리 국경에 맞춰 편제된 국군에게 갑자기 1,300km짜리 국경을 지금까지와 같은, 혹은 더 높은 수준으로 수비하라는 것은 무리한 주문이죠.

분명 복무기간이 늘어나고 예비군의 재소집이 이뤄질겁니다. 상당히 긴 시간 동안요.

인민군 역시 국군이 고스란히 떠맡아야 할 문제가 됩니다.

제 아무리 근성과 공포심 뿐인 허수아비라고는 해도 이들은 엄연히 총을 쥔 사람들입니다. 게다가 그 숫자는 국군보다 많고요.

당연히 국군이 나서서 무장해제와 사회 복귀를 거들어야 합니다.

공포심 하나로 묶여서 그나마 조직의 모습을 갖추고 있던 이들이 공포심에게서 자유로워 졌을때 어떤 돌발상황이 발생할지, 과연 이들이 한국의 형법과 군법에 스스로를 구속시킬지 역시 큰 문제가 됩니다.

통일이 된 직후의 북한영토의 재건 역시 초반에는 군의 손길을 필요로 합니다.

치안과 행정이 잡히지도 않은 위험한 지역에 민간의 구호는 꿈도 꿀 수 없으며, 대부분의 구호 활동은 민간의 물자와 국군의 수송/분배 방식으로 이뤄질겁니다.

그럼 여기에 또 구호활동을 할 병력과 수송병력이 필요하게 됩니다.

낙후된 한-중 국경을 보수하고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국군의 수송/공병능력은 바닥을 보일텐데, 이에 더해서 국군이 긴급 구호를 실행해야 할 장소는 도로조차 제대로 놓인 곳이 드문, 지형의 대부분이 산으로 이뤄진데다가 로켓포와 군용 총기로 무장한 산적때가 나타나도 이상하지 않을 그야말로 최악의 재난지역입니다.

또한 글로벌안보와도 직결된 지역이기 때문에 완전한 제 3국의 지원 아니면 함부로 타국의 지원을 받을 수도 없습니다. 그런데 지구상에 존재하는 완전한 제 3국들이란 대체로 그들 자신이 타국의 구호를 필요로 하는 나라들이죠.

결국 국군은 스스로의 힘으로 1,300km의 신생 국경선과 12만 2762㎢의 신생 영토를 청소, 보수해야하는겁니다.

산수 계산만으로도 지금의 두 배, 실제로 상황이 터진다면 적어도 세 배에서 네 배는 되는 병력을 필요로 하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국민이 떠맡아야 할 막대한 통일예산은 전혀 별개의 문제입니다.

결론적으로 통일이란 양측이 힘의 균형에 있어서 거의 비슷한 상태가 아니라면 그 차이는 무조건 한 쪽에게 독박을 씌울 수 밖에 없는 굴레가 될 겁니다.

굳이 최악의 결과까지 예상하지 않더라도 아마 꽤 높은 확률로 두 당사자가 함께 공멸할거라는건 자명하고요.

우리에 비해 1/40정도의 재산밖에 가지지 못한, 그것도 대부분이 기아상태에 세뇌상태인 2천5백만 인민을 우리사회가 경제/정치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받아들이기 위해선 아주아주 긴 준비가 필요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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