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이틀전 수사결과 발표때
예상 답변서 허위작성 드러나
서울지방경찰청이 지난해 대선 당시 국가정보원 직원 김하영(29)씨의 선거개입 인터넷 활동을 확인하고도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수사결과를 축소한 증거가 새로 나왔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재판장 이범균) 심리로 열린 김용판(55) 전 서울경찰청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네번째 공판에서, 검찰은 서울경찰청이 지난해 12월16일 수서경찰서에 보낸 중간 수사결과 발표 관련 기자들의 예상 질의·답변서를 공개했다.
이를 보면, ‘피고발인(김하영) 아이디, 닉네임 자료를 확보하고도 포털로 자료 요청 하지 않은 이유?’라는 예상 질문에 “피고발인 아이디와 닉네임의 포털 게재 기록을 검색했으나 (혐의사실이) 발견되지 않았으며, 포털 자료 요청을 위해선 서버 압수수색영장이 필요한데, 비방 댓글이 특정되지 않아 영장 신청 요건 충족 못함”이라고 예상 답변을 기재했다.
서울경찰청 분석관들은 지난해 12월14일 밤 김씨의 노트북에서 복구한 메모장 파일에서 김씨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30여개 아이디와 닉네임을 확인했고, 노트북에 남은 선거 관련 글을 다수 찾았다. 이들은 ‘오늘의 유머’ 누리집과 포털에서 이 아이디로 작성된 게시글, 찬반 클릭 등을 찾아냈다. 하지만 보도자료에서는 “하드디스크 분석 결과 문재인·박근혜 지지·비방 혐의 발견 못함”이라고 기재했다.
이날 증인으로 나온 이광석 전 수서경찰서장은 검찰이 ‘혐의사실 발견 안 됐다는 보고서 내용이 맞았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이 전 서장은 “문구는 약간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서울경찰청이 분석 과정에서 발견한 (아이디 등이 포함된) 메모장 파일을 줬다면 그렇게 발표했겠냐’고 묻자 “(발표하기) 힘들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런 부분에서 좀 아쉽다”고 말했다.
또 이 전 서장은 지난해 12월12일 김 전 청장을 비롯해 경찰청 지능과장, 서울경찰청 수사과장이 전화를 걸어와 김씨에 대한 노트북 압수수색영장 신청을 보류하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지난해 12월11일부터 경찰이 중간 수사결과 발표를 한 16일까지 강남지역 경찰서를 담당하는 국정원 직원 신아무개씨가 이 전 서장에게 10여차례 전화해 수사상황을 물은 사실도 드러났다.[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