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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를 봐버렸음. 분노의 후기. [스포,스압]
게시물ID : movie_250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댓글의천재
추천 : 10
조회수 : 1527회
댓글수 : 92개
등록시간 : 2014/02/24 05:52:15
정말 오랜만에 날 열받게 하는 영화를 돈 주고 봤다. 강력한 스포를 포함해 영화를 분석하고자 한다. 감정이 굉장히 많이 담겨있다.

일단 영화의 큰틀은 [타이타닉]과 굉장히 유사하다. 

하위계층의 남자주인공, 최상위계층이지만 그런 귀족사회가 지겨운 여자주인공, 그리고 그 여자와 결혼하려는 또다른 상위계층의 남자.
남자와 여자는 우연히 만나고, 사랑에 빠지게 된다. 
둘의 사랑을 다른 남자가 눈치채고 권력을 이용해 남자를 죽이려하고, 여자가 그걸 막으려하고, 그 와중에 자연재해가 갑자기 덮쳐온다.

딱 이런 스토리다. 배경만 고대 폼페이일 뿐이다. 흔하고 뻔한 스토리지만 [타이타닉]을 보면 알겠듯이 결코 재미없는 얘기가 아니다. 자연재해의 사이즈도 결코 [타이타닉]에 앞설지언정 뒤지지 않는다. 화산폭발이란 말이다!! ([볼케이노],[단테스피크]를 나는 정말 재밌게 봤었다.) 
하지만 [폼페이]는 화산폭발 그 하나를 위해 다른 모든 것들을 포기한 영화로 느껴진다. 

일단 캐릭터부터가 성의가 없다. 
 어릴적 로마군에게 가족을 잃고 노예로 팔려온 기마민족 출신 검투사, 주인공이 하위계층이어야 하니 검투사로 정한 것 같다. 또 검투사면 싸우는 장면도 자연스럽게 넣을 수 있겠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아 근데 이 캐릭터, 폼만 죽어라 잡는다. 뭔가 멋있을거 같은 행동을 계속 한다. 계속 계속 계속. 그러다보니 이 주인공 캐릭터에 현실감이 안 느껴진다. 행동하나하나에 공감도 안가고, 그러다 보니 몰입도 전혀 안됀다. 
 여자주인공은 말을 좋아하는 부잣집딸 캐릭터라고 할 수 있을텐데, 왜 말을 좋아하냐면 남자주인공이 기마민족 출신이기 때문이다. 말을 직접 모는 장면도 없고, 딱히 말 관련 에피소드도 없다. 그저 말을 잘 다루는 남자주인공에게 사랑에 빠지기 위해 말을 좋아하는 캐릭터를 부여받았을 뿐이다.
 그리고 이 말성애자 여자주인공을 너무 좋아해서 로마에서부터 쫓아온, 그리고 과거 남자주인공의 가족을 죽였던, 로마의 잘나가는 의원. 얘는 그냥 나쁜놈이다. 둘 사이의 사랑을 끊임없이 방해하는 악역 캐릭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남자와 여자가 사랑에 빠지는 과정도 너무 설득력이 없다. 왜? 왜 사랑에 빠지는 거임? 첫번째 봤을때 서로의 기억에 남고, 두 번째 봤을때 사랑을 느낀다. 첫눈에 반해도 됀다. 그런 영화 많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저 둘이 서로를 사랑하는게 전혀 납득이 안 간다. 두 번 만나면서 뭔가 사건이 있긴 있는데 둘이 사랑하게 만들어야 돼니까 억지로 끼워넣은 장면이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 저 정도 일로 서로를 위해 목숨을 걸 정도로 사랑에 빠진다고? 주인공에게마저 공감이 안가니 이어지는 모든 행동들에도 전혀 몰입이 안됀다.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의 운명이 어떻게 될까 궁금하지가 않다. 왜 쟤네들은 저런 행동을 하는거야? 뭐야 이게 무슨 상황이야? 왜 주인공을 검투사로 한거야? 영화를 보면서 이런 생각들만 계속 했다.  
 
 주인공을 포함해서 모든 인물들이 너무나 평면적이다. 매력있는 캐릭터가 하나도 없다. 영화가 진행돼면서 하나도 빠짐없이 죽을텐데, 안타까움을 느낄만한 인물이 주인공 포함해서 한명도 없다. 이건 재난영화에서 정말 치명적인 단점이다. [타이타닉]을 예로 들자면, 주인공, 조연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4인조 연주단을 보면서도 나는 안타까움을 느꼈다. 이건 [타이타닉]이 캐릭터를 만드는데 조연, 단역들마저도 정성을 들였기 때문이다. [폼페이]엔 이런게 하나도 없다. 화산이 터지고 수 많은 사람들이 필사적으로 도망치지만 스토리에 전혀 몰입이 안돼니 긴박감도 없고 그냥 다큐멘터리를 보는것과 다를바가 없었다. 심지어 중요인물들로 한정하면 화산폭발로 죽는 사람보다 칼에 찔려죽는 사람이 더 많다. 이게 재난 영화니?  

영화 처음 절반은 검투사들의 화려한 액션장면이. 그 다음 절반은 화산이 폭발하는 엄청난 스케일의 재난 장면이 펼쳐지지만 영화란게 그런것만으로 재미가 보장돼는게 아니라는걸 [폼페이]를 보며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사랑, 복수, 재난, 너무 이것저것 하려다가 아무것도 건지지 못했다는 느낌도 든다. [글래디에이터]를 한창 재밌게 보는데 갑자기 화산이 터지는 느낌? 뭐 그런 비슷한 느낌이다. 차라리 사랑에 집중해서 좀더 정성들여 스토리를 만들었다면 어땟을까란 생각이 든다. 

역시 영화는 신중하게 골라야 하는구나란 교훈을 새삼 깨달으며, [폼페이]에 별점을 매겨 보자면,
별 5개중 2개. [타이타닉]과 [글래디에이터]를 대충 섞어서 폼페이 화산앞에 던져 놓은 B급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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