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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 딴 사람이 되는 꿈을 꾼다
게시물ID : dream_7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플라리스
추천 : 1
조회수 : 344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9/28 06:24:56
이틀 전에는 5학년때의 내가 되는 꿈을 꿨다.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초등학교 교실이었다. 수업을 듣다가 잠깐 졸았나보다.
그런데 나한테 기억이 모두 남아있었다. 원래의 나는 25살, 대학교 4학년.
미래가 갑갑한 나이에서 아무 걱정 없는, 숫자로는 몇살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초등학교 5학년으로 돌아왔다는 것을 깨닫자 너무 기뻤다.
물론 그 기쁨은 교실 밖으로 채 발을 내딛지도 못하고 깨는 바람에 바로 끝나버렸지만.

오늘은 내가 아닌, 나와는 어떠한 관계도 없는 고등학교 여학생이 되는 꿈을 꿨다. (참고로 나는 남자다)
정신이 드니 언덕을 올라가는 버스 안이었는데, 꼭대기의 정거장에 도착했는데도 멍하니 있자 내 친구(로 추측되는) 아이들이
나를 툭 치면서 내리자고 했다. 내려서 다른 아이들은 모두 집에 가는데 나는 갈 수가 없었다. 집이 어딘지 몰라서.
가방과 지갑을 열심히 찾아보았지만 나오는 건 비가 내리는 영어시험지 뿐. 지지리도 영어를 못했구나. 나는 잘하는데. 앞으로 살아가게 되면
영어 걱정은 없겠네. 이런 생각이 들어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뭐 그건 둘째치고, 집주소를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세상에 어느 누가 자기 집주소를 적은 종이를 들고다닌단 말인가? 그것도 학생이?
집에 전화해볼까? 어떤 번호가 집 번호인지 모르는 것은 둘째치고 전화해서 뭐라고 해야하나? 집 주소를 잊어먹었어요? 그게 말이나 되는가?

한참을 정류장에 멍하니 있으니 어떤 중년의 여성분이 와서 뭐라고 말하면서 나를 데려갔다. 내(이 학생의) 어머니같기는 한데 말투가 뭐랄까..
별 걱정이 되진 않았나보다. 집이라는 곳에 들어가니 아주 넓었다. 뜬금없게도 문 옆에 40.5평이라고 써있던데, 그렇게 큰 곳을 본적도 없는 나로서는
아, 이렇게 큰 집정도는 되어야 40평이라고 하는구나, 이런 생각밖에 안 들었다.
집에 들어가니 남동생 두 명이 서로 싸우고 있었다. 나한테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내가 바뀐게 전혀 어색하지 않은지, 집안 자체가 애초에 서로에게
관심이 없는건지..
어떻게 내 방을 찾아 들어가서 누웠다. 밥먹으라고 나오는 소리도, 먼저 집에 돌아온 제일 큰 동생이 하는 말과 아버지가 하는 말도
모두 적당히 얼버무리고 그냥 그렇게 누워있었다. 이제부터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걸까?

기억에 남을만한 중요한 부분은 여기까지였다. 그 이후에는 평소의 뜬금없는 꿈으로 돌아가서, 며칠 못 견디고 집을 나와서 군대에 입대했다가
바다를 헤엄쳐서 집으로 가다가 물고기에 잡힌 새를 구해주고 팀을 결성해 해적질을 하는 그런 괴상한 이야기밖에 없다.

잠에서 깼을 때, 요 며칠간 꾼 꿈에 대해 몇번 곱씹어보았다.
아무래도 현실이 힘들고, 답답하고, 미래가 무서워서 다른 어딘가로 도망치고 싶은가 보다.
지금의 기억을 가지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그런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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