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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기차 입석칸
게시물ID : travel_597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인조이찌질이
추천 : 2
조회수 : 1172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4/02/24 21:5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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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지는 모르지만

나는 인도에 갈때마다 이상하게 정말 정말 이상하게

다시는 죽어도 절때 안탄다고 다짐다짐 했건만, 한번은 제너럴티켓으로 이동하게 된다.

그것도 혼자...

 

일단  제너럴칸은 자리챙탈전이 심한데 기차가 멈추기도 전에 수십명이 달려들어 자리에 앉는다.

3명이 앉는자리에 어떻게든 엉덩이를 들이밀어 5~6명이 앉고 누울수 있는 공간만 있으면 어떻게든 눕는다.

 

이 사진은 쟁탈전이 끝난 후 한산?해진 새벽 제너럴칸의 모습이다.

 

낮에는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많고 많은 많고 많은 많고 많은 사람들이 타고 내린다.

 

출퇴근시간 신도림으로 향하는 2호선에 두배정도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게 가능해라고 생각하겠지만 가능해서 나도 많이 놀랐다)

 

그리고 그 속에 내가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객차와 객차 사이 화장실 바로 옆 통로에 내가 있다.

 

문이 열릴때마다 정말 찌들고 찌들고 찌든 암모니아 냄새가 코로 쑥쑥 들어온다.

 

나는 인도에서 인도사람처럼 손으로 밥도 잘먹고 똥 쌀때 손으로 해결도 잘한다.


하지만 이곳은 차원이 다른 더러움이다.


나는 배낭을 새워 대충 걸터 앉은 상태에서 밤새도록  


기차 틈새로 돌아다니는 바퀴벌레가 내쪽으로 오지 않길 기도하면서  


오분마다 한번씩 샌들을 신은 발로 내쪽으로 빠르게 전진하는 바퀴벌레를 꾹꾹 눌러 죽여야만 했다. 

 

체력적으로도 밤새 잠도 못자고 제대로 앉지도 못해 죽을 맛이다. 

 

정신적으로 힘들고 몸이 힘드니까 모든게 다 짜증이 난다.

 

평상시에는 대수롭지 않은 일들이 짜증이 난다. 

 

바보같고 멍청한 짓이지만,

 

"저 씨발 또라이 같은 새끼들은 사람 처음 보나 왜 나를 계속 쳐다 보는거야?"

 

한국말로 욕도 해본다.

 

"씨발...씨발.ㅅ같네..씨발 내가 여기서 뭐하는 지랄이지..ㅅ같네 ㅅ같네 ㅅ같네 ㅅ같다 아 ㅅㅂ ㅅ같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부끄럽게도 나는 그 때 이런 생각을했다.

 

"내가 여행하다 어떻게 좆같이 제너럴을 타서 너희들과 같이 있지만, 나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야!"

"나는 원래 잘 웃기고, 잘 웃고, 친절하고, 잘 씻고, 하루에 양치도 세 네번은 하고 한국에서는 향수도 뿌리고 다닌다"

"이렇게 비루 사는 너희들이랑 차원이 다른 사람이라고!!!"

 

이런 생각을 하면서 나를 제너럴칸 사람들과 철저하고 분리시키고 싶었나보다.ㅎㅎㅎ

근데 웃긴게 나는 그때 그들과 똑같이 땀내새를 풍기며, 거울을 보지 않아도 꾀죄제 한 얼굴을 하고 그들보다도 좋지 않은 자리에서 암모니아 냄새를 맡으며 서있다.

 

처참하고, 비참하고 최악의 기분이다.

 

침대에 누워서 갈수있는 SL티켓과 제너럴티켓은 300루피 차이

 

우리나라 돈으로 오천원도 안되는 차이

 

그 차이가 만들어낸 다른 삶의 형태

 

근데 생각해보면 우리는 인도의 기차 뿐만이 아니라

 

비행기에서, 기차에서, 식당에서, 극장에서, 심지어 병원에서 거의 모든 곳에서 우리가 지불하는 금액의  차이에 따른 차별을 받는다.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될 평등도 물질에 따라 '등급'이 매겨진다.

 

이딴건 누구나 알지만 아무도 인권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다. 다만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돈을 버는데만 혈안이 되있을 뿐이다.

나도 그렇고 세상도 그렇게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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