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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의 사기 본능 3가지
게시물ID : sisa_7314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사륜안
추천 : 13
조회수 : 702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09/07/27 14:29:42
이명박의 사기 본능, 세 가지 에피소드
(서프라이즈 / 구오스 / 2009-07-14) 


1.

1970년대부터 정주영 회장과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던 사람이 당시 정 회장과 가진 술좌석에서 이명박을 소개 받았다고 한다. 정 회장이 이명박을 소개하는 코멘트는 이것이었다.

"대한민국 24만 1번째 사람."

저 숫자가 2만인지, 24만인지 또는 240만인지는 기억이 분명치 않다. 다만 확실한 것은 저 숫자가 당시 대한민국의 기업체 수 전부를 의미한다는 점이다. 즉, 정주영 회장이 이명박을 소개하는 발언의 요지는 "대한민국 월급장이로는 넘버원"이라는 것이었다.

'월급장이 넘버원'이라는 것은 대단한 칭찬이다. 저 정도 칭찬을 들었으니, 대한민국 모든 월급장이들이 동경하는 역할 모델과 목표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명박이 그 '샐러리맨 신화'라는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대한민국 대통령까지 꿰차게 된 것... 다들 잘 아는 사실이다.

이명박은 현대건설 시절 회계 업무를 맡았다고 한다. 그때 이명박이 가장 신경을 썼던 것 가운데 하나가 정 회장의 비서(나중에 현대증권 CEO로 '바이코리아' 돌풍을 일으켰던 이익치가 당시 비서였다고 한다)를 통해 정주영 회장의 스케줄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정 회장이 새벽에 일찍 나가는 일정을 파악, 현대건설 회계 분야의 쟁점을 챙겨서 정 회장의 출근 시간에 맞춰 집 앞에서 대기하는 것이다.
 
그리고 대문을 나서는 정 회장의 승용차 앞에 등장, 공손히 고개를 숙이고 "긴급한 사안인데, 상의를 드리고 싶어서 찾아뵈었습니다..." 이렇게 말을 꺼낸다. 과연 그 문제가 꼭 그렇게 꼭두새벽에 정주영 회장을 만나서 보고해야 할만한 사안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그게 중요했을 것 같다. 내가 정 회장의 입장이라 해도 그렇게 이른 새벽부터 회사를 위해 오너에게 쫓아오는 부하 직원이 무척 기특하고 대견했을 것 같다.

이런 에피소드에서 이명박의 성격과 장점 즉, 이후 출세가도를 달릴 수 있었던 원동력을 보는 느낌이다. 부지런하다는 것은 여기서 별 이슈가 아니다. 출세를 위해 부지런하게 뛰는 사람들은 대한민국에 너무너무 많다. 너무 부지런해서 다들 쓰러지기 직전이라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오히려 이명박의 이 에피소드에서는 성과 자체보다는 그 성과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최대한 극적으로 포장해 보여주는 연출력을 본다. 여기에 이명박 신화의 비밀이 숨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이명박이 탤런트 출신 유인촌을 총애하고, 영화 <워낭소리> 보면서 "내가 실은 문화적 소양이 대단한 사람"이라는 식의 코멘트를 한 것도 이런 측면에서 보면 나름 이해가 간다. 이명박, 연극적인 소양이 꽤 있는 친구이다.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고 본다. 하지만 이명박의 출세 공식에는 치명적인 문제점이 있다.

'대한민국 월급장이 넘버원'이라는 표현은 이명박의 장점과 함께 이런 문제점도 동시에 짚고 있다. 정주영 회장은 왜 이명박의 능력과 경영자적 자질을 칭찬하는 표현으로 '대한민국 월급장이 넘버원'을 사용했을까? 기억해야 할 것은 이 표현의 방점은 '넘버원'이 아니라 '월급장이'에 찍혀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의 기업이 2만 개면 2만 1번째, 24만 개면 24만 1번째, 1천만 개면 아마 1천만 1번째라는 표현이 이명박의 몫이 됐을 것이다.

오너는 기업의 최종 실적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진다. 거기에는 주주들에 대한 책임과  종업원들에 대한 책임 나아가 법적 사회적인 책임이 모두 포함된다. 하지만 월급장이는 자신이 맡은 업무에 대해서만 부분적으로, 그리고 상사에 대해서만 책임을 진다.

정주영 회장의 '대한민국 월급장이 넘버원'이란 표현은 바로 이 문제 즉, 이명박의 책임성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다. 대한민국에 아무리 자잘한 기업이 많아져도 이명박은 그 우두머리, 최종 책임을 지는 자리에 앉을 '그릇'은 못 된다는 평가를 단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현대건설 같은 대기업이 아니라, 그만그만한 규모의 중소기업 아니 동네 슈퍼마켓이라 할지라도 전적인 자기 책임 아래 운영할 인물은 못 된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통찰이 얼마나 핵심을 꿰뚫고 있는지는 이명박의 이후 행적이 너무 분명하게 입증하고 있다. 현대건설을 결국 부도로 몰고 간 이명박의 중동 프로젝트 삽질과 서울시 재정과 성장률을 전국 최하위권으로 몰고간 업적, 싸구려 기획과 눈가림 시공의 대명사인 청계천 복원과 BBK 사기사건(누가 속였고 누가 속았는지는 앞으로 두고두고 파헤쳐야 할 문제이지만)이 바로 이명박 비즈니스 업적의 실제 '랜드마크'이다.

권력과 책임을 가진 누군가가 시키는 일은 마치 제 한 몸 불사를 것처럼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연출'하지만 자신이 전적인 책임을 지고 추진하는 일은 결국 지리멸렬한 파국으로 귀결된다. 현대건설의 CEO에 오르기 전까지 일종의 '신화'로 포장된 이명박의 업적들이 실제로는 다른 사람들이 노력한 결과라는 사실은 거의 공개된 비밀에 속한다. 실제로, 이명박이 가장 주력했던 것은 업무 자체보다 다른 사람의 성과를 자신의 것처럼 포장하고 분칠하는 작업이었다는 지적이다. 이것이 이명박 신화의 적나라한 진실이다.

하지만 의문이 남는다. 이렇게 무책임하고 무능력한 인간이 남다른 연출력과 부지런함만으로 엄청난 성공 신화를 쓸 수 있을까?

 

2.

이명박은 어떻게 사기 기술 하나로 그렇게 출세 가도를 질주할 수 있었을까?

이명박 경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건설업의 특성이 이 궁금증에 대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일반화시키는 어렵지만 이 분야의 우스갯소리로 "정원 등 조경을 하는 사람들은 고객에게 두고두고 대접을 받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받지만, 건축하는 사람들은 공사 끝나자마자 건축주 피해서 도망치기 바쁘다"는 것이 있다.

정원 등의 조경은 막 공사를 했을 때는 신통치 않아 보여도 점차 나무가 자라고 화초가 무성해지면서 더 아름다워진다. 시간이 지날수록 정원의 모양이 다듬어지기 때문에 공사를 맡긴 고객의 입장에서도 만족도가 높아진다. 당연히, 조경업자는 고객 앞에서 목에 힘을 주기가 쉽다.

하지만 건축의 경우는 다르다. 건축은 막 공사를 끝낸 그 시점에서 건물의 가치가 가장 높다. 그나마 최선을 다해서 공사를 했을 경우에는 큰 문제가 없지만 대충 날림으로 공사를 했을 경우 시간이 지나면서 하자 보수 요인만 폭발적으로 늘어난다. 이러니 건축업자는 공사를 끝내자마자, 아니 공사 끝나기 전부터 도구 챙겨서 떠날 준비에 바쁘다.

이명박은 특히 이러한 건설업의 특징을 100% 활용해 자신의 입신출세에 활용했다. 일단 겉모습은 최대한 화려하게 꾸미되,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은 엉성하게, 날림으로, 얼기설기 땜질을 해놓는다. 이명박이 한 일의 특징은 겉모습이 화려할수록 속은 엉망이라는 점이다. 내실을 갖춰야 할 자원을 끌어대 겉모습을 꾸며대니 외형과 내실이 반비례 관계가 되는 것은 필연이다.

이런 스타일의 인간이 상사의 지휘를 받아 일하는 실무자이거나 또는 역할이 한정된 간부일 경우 문제가 겉으로 드러나는 일이 드물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야 속으로 욕을 하고 상종 못할 쓰레기로 여기지만, 이 자가 상사에게는 워낙 입의 혀처럼 달콤하게 행동하니 대놓고 적대하기도 어렵다. 이명박은 바로 이런 '필살기'를 이용해 출세의 계단을 밟아 올라간다.

문제는 이명박의 지위가 올라가고, 점차 권한이 커지면서 발생하게 된다. 권한이 커지기 때문에 그 권한을 날림으로 행사하는 데 따른 후유증도 커진다. 문제가 생겼을 때 상사나 다른 동료에게 책임을 돌리기도 어렵다. 이명박의 지위가 올라갈수록 주변이나 사회에 미치는 폐해가 눈사태처럼 커진다는 사실은 이 자의 경력을 조금만 유심히 살펴봐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이명박 입장에서는 별로 걱정할 게 없다. 건설업의 특징을 최대한 악용하기 때문이다. 일단 겉모습을 화려하게 꾸며서 눈먼 돈 긁어모으고 나서는 잽싸게 뜨면 된다. 길거리 좌판에서 겉으로만 그럴싸한 물건 팔고 돈 받고 나서 자리 뜨면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

이명박의 서울시장 당시 서울시 재정이나 성장성이 골병 들면서도 겉으로는 화려한 쇼맨십으로 CEO 시장의 이미지를 구축한 것, 거대한 콘크리트 어항인 청계천 복원 공사를 친환경 이미지로 포장한 것 등이 모두 이러한 사례들이다. 물론 이렇게 하려면 남다른 노력과 근면/성실, 연출력 등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명박은 다른 것은 몰라도 이런 것들에는 목숨 걸고 투자하는 인간이다.

이명박의 삶은 터뜨리고 튀기... 일명 '먹튀' 인생이다. 먹고 튀는 것이다. 이명박의 먹튀 뒤에 남은 사람들은 그걸 수습하느라 이명박의 뒤를 추적하지 못한다.

정상적인 사회라면 이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이명박 같은 자는 진작에 사로잡혀서 법에 의한 처벌을 받든지 하다 못해 피해자들에 의해 혼쭐이 나고 사회적으로 매장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그렇게 되지 않았다. 이명박의 사기성이 보통 사람으로서는 감히 상상조차 하기 어려울 정도로 야비하고 노골적이라는 것도 그 원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보다 본질적인 이유는 다른 데 있다. 한마디로 말해 우리나라, 우리 사회가 저런 사기에 대해 전혀 방역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당연한 일이다. 이승만과 박정희, 전두환과 노태우, 김영삼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가 추구해온 가치관이 이명박 같은 쓰레기를 당연시하고, 우상화하고, 적극적인 역할 모델(Role Model)로 부추겨왔기 때문이다.

이명박이 TV 드라마에 나와서 '샐러리맨 신화'로 떠오를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사회가 저런 인물형을 간구했기 때문이다. 누구나 저런 삶을 살기를 간절히 원했기 때문이다. 저런 인물형이 말도 안되는 사기라는 것을 이 사회에서 아무도 간파하고 폭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이 사기에 넘어가지 않은 사람은 극소수다. 얼마 전 박원순이 "이명박이 나름대로 잘할 것으로 생각했다"고 토로한 것이 대표적이다. 진보 성향의 사람들도 실은 대부분 속았다. 지난해 미국 쇠고기 문제에 이어 요즘 한예종 문제로 이명박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진중권 역시 지난 대선 때는 이명박에 대해 명쾌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거의 침묵으로 일관했다. 아니, 실은 그 이전에 "한나라당이 집권해도 나라 망하지 않는다, 한나라당은 파쇼가 아니다"라는 말로 한나라당의 집권을 정당화해준 적도 있다. 유시민 역시 똑 같은 말을 한 적이 있고, 더 나아가 "멋진 야당 해보는 게 소원"이라며 회의적이고 고뇌에 찬 지식인, 쿨한 지식인다운 '개폼'을 잡은 적이 있다.

지금 이명박이 이렇게 온갖 개삽질을 거듭하는데도 불구하고 지지율이 나름대로 탄탄(?)하게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을 유지하는 것도 이 국민 사기질이 여전히 위력을 발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러니, 솔직히 말해 지금 이명박의 이 개지랄을 끝장내고 싶다면 박원순 유시민 진중권 등 그동안 한나라당과 우리나라 보수세력에 대해서 불철저한 인식을 갖고 있었던 좌파 지식인들의 철저한 자기 반성부터 선행해야 한다.

 

3.

부지런함과 적절한 연출력을 결합하여 이명박은 샐러리맨의 신화가 될 수 있었다. 대중들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비춰진 허상에 열광할 뿐, 그 후일담에는 별로 관심이 없는 법이다. 물론 이명박과 직접 같이 일하거나, 그의 직접 고객이 되었던 사람들은 그의 실체를 늦게나마 깨닫게 된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렇게 이명박의 실체를 직접 확인하는 사람들은 매스미디어로 간접적인 이미지만을 받아들이는 대중에 비해서 항상 소수일 수밖에 없다. 추악한 실체의 파악에는 오랜 시간과 고통스러운 과정이 필요하지만, 잘 포장된 허상은 훨씬 받아들이기 쉽다. 짧은 순간에, 달콤한 대리 만족을 통해 가짜 이미지를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말해 정보 전달의 경제성과 효율성이란 점에서 비교가 안 된다. 그러니 진실과 허위의 대립에서 항상 허위가 승리하는 구도가 만들어진다. 이것이 이명박의 필승 출세 방정식이었다.

이명박의 출세 방정식이 얼마나 위력적인지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얼마 전 문제가 된 황석영의 사례에서도 다시 한번 입증됐다.

김대중은 노무현의 사망 이전까지도 "지난 대선 선거운동 당시 이명박이 찾아왔을 때 몇 번이나 햇볕정책에 대해 적극적으로 공감을 표시했다"며 "지금 이명박 대통령의 주위를 수구 색깔의 인사들이 둘러싸고 있어서 대통령이 소신껏 대북정책을 펼치지 못하는 것 같다"는 의미의 발언을 몇 차례에 걸쳐 한 바 있다.

김대중의 이러한 발언은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노회한 노정객으로서 이명박이나 현 집권세력에 대한 일종의 회유전략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한 손으로는 볼을 쓰다듬고 다른 손으로는 뒷통수를 치는, 고도의 압박용 발언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다. 이명박의 발언을 실제로 믿었다기보다, 저런 식의 '믿어주기'를 통해 오히려 대북정책의 변화 필요성을 부각시키고 이명박 정권의 정책 변화를 유도하려는 의도가 깔려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가능성까지 감안한다 해도, 김대중이 적어도 어느 시점까지는, 최소한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이 김대중을 찾아와 공손하게 한 말씀 경청하는 식의 제스처를 취했을 때만 해도 어느 정도 이명박의 판단력이나 정책 마인드를 믿었던 것 같다. 김대중의 성향으로 봤을 때 이명박의 대북정책이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드러날 것으로 명백히 판단했을 경우 지금보다 훨씬 빨리, 훨씬 더 분명하게 반대와 경고의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날렸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내 짐작에 이명박은 김대중을 만났을 때 정말 입 안의 혀처럼 달콤하게 햇볕정책에 대한 공감과 지지를 표명했을 것으로 본다. 안 그럴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한 표라도 아쉬운 판에 여전히 막강한 정치적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는 정치인 김대중과 일부러 척을 질 필요는 없다. 이명박에게 소신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명박 같은 인간에게 '소신'은 삶의 기준이나 원칙 또는 목표라기보다는 잘먹고, 잘살고, 출세하는 데 걸리적거리는 장애물일 따름이다. 물론 이명박도 가끔 소신이란 게 필요해진다. 어떤 경우일까? 그건 김대중이나 노무현 같은, 일정한 소신(그게 얼마나 정확하고 의미있는 것인가는 둘째 문제이다)을 갖고 있는 인간을 만나 뭔가 얻어내야 할 경우이다. 이럴 때에는 없는 소신이나마 있는 척 꾸며야 한다. 그래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또 이명박의 사기 본능이 발휘된다.

이명박은 소신 따위는 가져본 적이 없다. 스스로 '실용주의자'라고 포장하는 게 실은 '소신이 무슨 말인지도 모른다'는 고백이다. 이명박의 '실용'은 "이해관계에 따라 내 맘대로 언제든지 원칙과 태도를 바꿀 수 있다"는 선언일 뿐이다. 그러니 김대중의 햇볕정책에 그 정도 공감을 표시하는 것이야 요즘 애들 말로 '껌'이다.

지난 대선 당시 이명박과 김대중의 만남에서도 이런 사실은 잘 드러난다. 이명박이 김대중을 면담하고 나와서 두 사람의 발언을 소개하는 언론 보도에는 [이명박이 김대중 전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햇볕정책도 보다 합리적으로, 북한의 태도 변화에 상응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어야 한다'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고 소개됐던 것이다. 이 보도대로라면 이명박은 김대중의 면전에서 김대중의 상징과도 같은 햇볕정책을 전면 부인하고, 그 정책을 완전 폐기하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점에서 당시 언론보도에 소개된, 이명박이 김대중을 만나 했다는 발언은 상식적으로 판단해 극히 현실성이 떨어진다. 대통령 선거전에 나선 제1야당의 후보가 전직 대통령을 만나 인사를 드리는 자리에서 그 전직 대통령을 상징하는 정책에 대해 정면으로 부정하는 발언을 한다? 상상하기 어려운 얘기다. 그 전직 대통령의 정책에 반대하는 의사를 표현하고자 할 때는 아예 방문 자체를 하지 않는 정도가 실제 생각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수단일 것이다.

결국 이명박은 김대중 앞에서는 햇볕정책을 적극 지지한다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김대중을 만난 뒤 기자들 앞에서는 "햇볕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는 식으로 사기를 쳤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김대중과 언론들 모두 이명박의 사기질에 넘어간 셈이다. 물론 김대중이나 언론 모두 어느 정도는 '알면서도' 넘어가준 측면도 있다고 본다. 설혹 그랬다 해도, 이명박 역시 김대중이나 언론의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 역시 분명하다.

황석영도 마찬가지다. 이명박은 황석영을 만난 자리에서 황석영의 과거 행적과 현재의 문학적 위상 전부에 대해서 극진한 존경심을 표시했을 가능성이 높다. 일국의 대통령 그것도 보수세력의 지지로 당선된 대통령, 남북관계가 경색되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대통령이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그 대통령을 자신의 영향력으로 '개과천선'시킬 가능성이 보였을 때 황석영 '작가 선생'께서 느꼈을 흥분과 기대감이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간다.

황석영이 2+1이니, 평화열차니 하는 할리우드 공상과학 블록버스터 냄새가 풀풀 풍기는 아이디어를 자랑스럽게 펼치는 것을 보면 아무래도 내 짐작이 맞는 것 같다. 순진한 황석영 선생... 작가들은 원래 순진하다. 시대를 초월하는 위대한 작가도 얼치기 사기꾼에게 당하기 딱 좋은 심성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작가들의 특성 가운데 하나인 낭만적 환상은 사기꾼 등 기생충류들에게 최적의 서식처가 되곤 하기 때문이다.

이명박은 아마 김정일을 만나도 김일성 수령의 위대하신 영도력과 과거 사회주의 조국의 위대한 성취에 대한 공감, 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 북반부 조국의 인민들이 역경을 뚫고 나온 그 창발성과 인내심 그리고 그렇게 탁월한 조국 인민들의 내재적 가능성을 실제로 현실화시킨 김정일 지도자 동지의 위대한 리더십에 감복 감읍 감탄하는 헌사를 입밖으로 내비침에 있어서 추호의 망설임도 없을 것이라는 데 감히 100원을 건다.

하지만 그때 뿐이다.

그 자리를 뜨면 이명박은 잽싸게 입을 씻는다. 기자들 불러 '준엄하게' 북한의 난동을 꾸짖고, 김정일이 앞으로 개과천선하여 선진조국 대한민국의 대통령인 자신의 영도를 받도록 교시하였노라고 냄새를 풍겨댈 것이다.

치고 빠지기, 싸구려 물건 비싸게 팔아먹고 잽싸게 도망치기, 다른 데 가서 더 크게 사기치다가 과거 피해자들이 몰려와 항의하면 지금 자신들에게 속고 있는 사람들을 부추겨 과거의 피해자들을 다구리 놓기... 이것이 이명박의 필승 출세전략이다. 세상은 넓고, 사기 칠 일은 많다. 뿐이랴?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언제든 사기에 넘어가기를 원하고, 사기 당하기를 학수고대한다. 바로 이것이 이명박이 항상 사기를 치고 폭로가 되면서도 항상 해피한 이유이다.

 

(cL) 구오스


원문 주소 - http://www.seoprise.com/board/view.php?table=seoprise_12&uid=723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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