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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여자의 여행 - 시작
게시물ID : travel_752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캥순이
추천 : 11
조회수 : 764회
댓글수 : 15개
등록시간 : 2014/07/05 01:40:39
 
 
 
2013년, 20대의 마지막이었던 스물아홉살.
장기여행을 떠났습니다.
 
 
글을 쓸까 말까 많이 생각했었어요.
 
1. 글쓰기 귀찮다
2. 필력이 딸려서 재미가 없을거다.
3. 사진 찾기 귀찮......
4. 오유 가입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나대도 되나??
5. 여행이 생각보다 특별하지 않다.
6. 그냥 귀찮음
 
 
글을 쓰기로 결심한 이유는
 
1. 오후5시부터 낮잠자다 밤 9시에 일어남. 심심해....
2. 여행한거 어디라도 남기고 싶음. 자랑하고 싶음. 내 블로그에 썼는데 아무도 안들어옴.
3. 지인들이 여행얘기 해달라그러면 말을 못하겠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되는건가.
4. 장기여행이 특별한게 아니고 나같은 쭈구리도 했다는걸 사람들에게 널리 알리고 싶었음. 그래서 많은 분들이 여행가시길 바라며!
 
 
 
필력도 딸리고 맞춤법도 틀리고 재미도 없을테지만 심심하시면 읽어주세용 뿌잉뿌잉
(반말로 써도 되나요?? 감사합니다)
 
 
 
 
 
 
내가 여행을 가기로 결심했던건 2012년 추석.
난 원래 틈만나면 여행가는 여자였다.
운좋게 휴가가 남들보다 조금 더 많은 일을 하고 있어서 봄, 여름, 겨울휴가때 여행갔고 설, 추석때도 여행갔고.... 황금연휴라도 있으면 무조건 여행갔던 여자.
 
이것도 정말 감사한 일이지만 난 항상 뭔가 부족한 느낌이 있었다.
예를들어 방콕에 놀러가면 짧은 일정에 쫓기듯 관광다니는게 싫었고 카오산로드 길거리에서 대낮부터 맥주들고 설렁설렁 놀고있는 장기여행하는 외국인들이 참 부러웠었다. 나도 저렇게 여유있었으면..... 나도 길거리에 퍼질러앉아 낮술하고싶다...........
 
 
이땐 내가 일을 시작한지 4년이 되던 해였고.
4년간 휴가를 안가는 평소에는 일을 정말 열심히 했다.
처음 1년은 정말 친구만나서 논게 손에 꼽을정도로 바빴고
3년이 지나서도 주말에도 집에서 일하기 일수였고.... 그래서 나에게 상을 줘야된다고 생각했었다.
 
4년동안 고생했으니 1년 놀자. 이런거.
인생에서 1년정도는 꼭 놀아보고싶었다.
지금 아니면 언제 이런기회가 있겠어.
 
언제가 좋을까 하다가 조금있으면 삼십대가 되니, 그 전에 놀기로 했다.
 
그래야 돌아와서도 나이 부담도 적을것 같았고 뭐든 다시 시작할 수 있을것 같았다.
한살이라도 어릴때 놀아야 사진찍으면 그나마 이쁠것 같고. (그렇진 않았다)
체력도 더 좋을거고 (그렇진 않았다)
 
 
 
일 시작하고 처음으로 여행을 안갔던 2012년 추석때 고작 몇일간 이런 생각들을 하다가
추석 마지막 날 난 비행기표를 끊었다.
내년, 2013년 3월. 인천에서 뉴욕
 
 
아무에게도 말 안하고 나혼자 몰래 끊었다.
 
뉴욕으로 끊은 이유는 마일리지로 끊은거라 최대한 멀리 타고 가고 싶었다. 그래야 뽕뽑을테니까.
그리고 내가 가고싶었던곳은 남미였는데 어차피 남미 가려면 미국을 경유해야 했으니까
미국은 웬지 안땡겼지만 경유할겸 살짝 맛보기로 여행해보기로 했다.
 
 
 
11월쯤엔 회사에 얘기해서 내년 2월까지만 일하겠다 말씀드렸다.
계약(?)이 2월까지였기 때문에 중간에 그만두고 가고 그런건 하기 싫어서.
 
 
회사에 얘기한 후엔 부모님께 말씀드렸다.
이미 표도 끊었고 회사에도 말했다니깐 부모님은 반대는 하지 못하셨는데
대신 하나 약속한게 있었다.
절대 인도는 가지 않는걸로. 그때 한참 뉴스에서 인도얘기가 많이 나올 때여서.
 
 
주위의 반응은?
넌 언젠가 그럴줄 알았어. 이런 반응이 많았던것 같고
다들 부럽다. 좋겠다. 용기있다. 등등 긍정적인 반응뿐이었다.
 
가끔 올라오는 글 읽으면 '가고싶은데 주위에서 반대해요ㅜㅜ' 이러던데..
내 지인들은 다 천사인가봉가.
 
 
 
 
 
 
인천-뉴욕 편도 비행기만 끊어놓고 막상 준비하려니 막막했다.
 
루트도 못정하겠고 배낭은 어떻게싸는건지 모르겠고 뭐 하나하나 다 알수가 없었다.
인터넷도 보고 책도 보고 지도를 매일매일 한시간씩을 봤던것 같다.
 
그러면서 내가 가고싶은곳을 대충 정했더니 대략적인 루트가 나왔다.
 
 
미국은 물가도 비싸고 내스타일도 아닐것 같아서 짧게 2주정도만 있기로 했고
그 이후로 멕시코, 과테말라, 쿠바를 거쳐 콜롬비아, 에콰도르, 페루, 볼리비아,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을 여행하고
그 뒤는 생각하진 않았었는데 아마도 아프리카를 가야지. 했었다.
 
 
 
 
 
드디어 출국하기 전날!
뭐 빠진건 없는지 확인하고 하고 또하고.
필요없는걸 챙긴건 아닌지 빼고 빼고 또빼고.
불안반 기대반에 잠도 제대로 못잤다.
 
 
아침에 아빠가 공항버스타는곳까지 태워주셨는데 웬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뭐 돈벌러 가는것도 아니고 공부하러가는것도 아니고 놀러가는건데
우는것도 상황 뻘쭘해지니 꾹 참고! 아빠 나 다녀올께! 씩씩하게 인사하고 인천공항으로 출발!
 
 
 
그동안 수십번도 더 온 인천공항인데 왜이렇게 새로워보이던지.
 
체크인하면서 좌석도 비상구좌석 받아서 완전 신났다.
14시간 비행인데 엄청 편하게가겠다 우왕
 
 
내 신용카드는 공항에서 밥먹는게 공짜라서 비싼 한식당가서 마지막으로 고등어에 순두부찌개도 먹고.
커피도 마시고. 면세품도 받고. 라운지도 가보고. 이것저것 하다보니 비행기탈 시간.
 
 
 
14시간은 길긴 정말 길었다.
하지만 내가 탄 비행기는 무려 아시아나!!!!!!!!!! 아시아나!!!!!!!!!!!!! 사랑해요 아시아나!!!!!
 
 
비빔밥도 먹고 맥주도 먹고 맥주도 먹고 와인도 먹고 맥주도 먹었더니 14시간이 지났다.
드디어 미국이구나.
 
 
예전에 내 동생은 미국공항에서 인턴을 했었는데
그때 한 한국여자가 미국에 왔는데 직원이 내 동생을 불러 통역을 부탁했었단다.
그 한국여자가 임산부라고, 원정출산오해를 받았었다는데
내동생이 가서 보니 임산부가 아니고 그냥.. 건장하신 여자분이었다고.
내동생은 그 여자분에게 상황을 설명드려야하는데 죄송하고 뻘쭘하고. 근데 사실 좀 웃겼다고.
 
그얘기를 나한테 하면서 언니도 조심해.. 원정출산으로 오해받을지도 몰라.
그땐 욕했었지만 사실 좀 걱정됐었다.
입국심사때 잡혀가면 어쩌지? 아임 낫 프레그넌트, 아임 팻! 이래야되나.
배에 힘을 꽉 주고 있어야지.
 
좀 수상하면 한명씩 따로 데리고 가서 심사받는다길래 엄청 긴장해있었는데
미국 몇일있어? 2주. 했더니 끝. 통과가되었다.
 
 
 
그리고 처음 밟아보는 미국!
제일 걱정됐던건 영어였다.
 
나 영문과나온여잔데. 걱정된다.
내가 말했는데 사람들이 못알아들으면 어쩌지?
나 미국사는 동양인인줄알고 말 엄청 빨리하면 어쩌지??
 
 
난 흡연자인데 여행하면서 담배 끊겠다는 얕은 생각으로
일부러 한국에서 피던 담배도 다 버리고 왔다.
 
14시간 비행 후 나는 내가 아니었다.
담배피고 싶어 죽을것같애!!!!!!!!
 
 
공항에서 에어트레인을 타고 가다가 중간에 지하철로 갈아타는거였는데
지하철 갈아타고 뭐고 일단 밖으로 나와서 슈퍼를 찾아 돌아다녔다.
 
슈퍼를 발견하고는 뭐 종류도 잘 모르니 그냥 말보로레드를 사고 목말라 음료수도 하나 샀는데
가격이 너무 비싼거다.
 
얘네 나 관광객이라고 무시하나? 사기치나? 싶어서
나도 모르게 흥분해서 다다다다 말을 했다.
 
알고보니 그냥 미국은 담배가 비싼거였다.
죄송해요 아저씨.
 
난 가난한 배낭여행자였기 때문에 차마 그 비싼 담배를 맘껏 필 수 없어서
그지같이 한개피를 두번에 나눠피고, 나중엔 세번에도 나눠폈다.
 
한국에서 디스플러스 한갑씩 피던 내가 5일동안 말보로 한갑폈다니
엄청 아껴폈다. 진짜 너무비싸. -_-
 
 
이얘기를 하는 이유는
그동안 걱정했던 영어에 두려움이 이 담배 왜이렇게 비싸냐는 얘기를 하면서 없어졌기 때문
담배가 아니었으면 밥한번 시켜먹어도 이렇게 말해야되나 저렇게 말해야되나 고민했을텐데
흥분해서 나도모르게 막 나왔다.
자신감이 생겼다ㅋㅋㅋ 아저씨 내 말 알아듣네 나도 아저씨말 알아듣네
 
이렇게 뉴욕 여행이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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