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송정초등학교 '작은 기적' 친화력·활동 뛰어난 우승헌군 과반 득표 "매일 신문 읽어… 사이버 수사요원이 꿈" [조선일보 김학찬 기자] “학교행사나 공부 과외활동 등 모든 일에서 모범이 되고, 솔선수범하는 전교회장이 될 거예요.” 지난 5일 울산시 북구 송정초등학교 전교학생회장에 당선된 우승헌(12·6학년·정신지체장애 1급)군은 야무진 표정으로 포부를 밝혔다. 단짝인 권민석(12)군 등 승헌이 친구들은 “승헌이는 아는 것도 많고, 모든 일에 적극적으로 앞장서는 등 리더십도 강해 당연히 전교회장 감”이라고 치켜세웠다. 승헌이는 이 학교 4~6학년 학생 1200여명이 참가한 투표에서 과반수에 가까운 550여표를 얻어 2명의 경쟁후보를 제쳤다. 승헌이는 태어나면서부터 뇌성마비를 앓아 지금도 말과 행동이 다소 부자연스럽다. 그러나 쉬는 시간이면 친구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려 장난도 치고, 각종 화젯거리에 동참해 주도적으로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등 남다른 친화력으로 친구들로부터 인기가 높았다. 이 때문에 6학년에 올라오면서 학년 초부터 5~6명의 친구들이 ‘우사모(우승헌을 사랑하는 모임)’를 만들어 승헌이의 불편함을 덜어주었고, 이번 선거기간에도 각종 홍보와 활발한 득표활동으로 승헌이가 당선되는 데 1등 공신이 되어주었다. 우사모 친구들은 “승헌이가 장애인이라는 것 때문에 특별한 친구로 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들보다 훨씬 활달하고, 똑똑해 질투를 느낄 만큼 훌륭한 친구”라고 입을 모았다. 또 “어찌나 욕심도 많은지 움직임이 다소 불편할 텐데도 현장학습이나 과학경시대회 미술대회 수학여행 등 모든 대외활동에 빠짐없이 참가하는 열성을 보인다”고 말했다. 담임인 신상훈(34) 교사는 “승헌이의 가장 큰 장점은 또래에 비해 어휘력과 문장력이 뛰어나고, 생각의 폭과 깊이가 앞선다”고 평가하며 “남들보다 훨씬 많은 독서량이 그 원동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승헌이는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1시간 동안 중앙지와 지방지, 경제신문 등 3가지 신문을 읽는다. 어머니 장인진씨는 “수년째 매일 읽은 신문 때문인지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에 시시콜콜 아는 것도 많고, 또 궁금한 것도 얼마나 많은지 엄마가 오히려 버거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승헌이는 “커서 사이버 수사요원이 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어머니 장씨는 “어려서부터 정의감이 강해 나쁜 사람들을 잡는 형사가 되고 싶어했지만, 행동이 남들보다 느리다는 사실을 깨달은 다음부터는 사이버 수사대가 되겠다고 스스로 목표를 수정했다”고 전했다. 승헌이는 요즘 영어공부에 푹 빠져 있다. “사이버 수사대가 되려면 반드시 갖춰야 할 능력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