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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해서 쓰기 시작했는데 30분동안 제목 고민하다가 제목없이 올리는 글
게시물ID : panic_7530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단호박찐빵
추천 : 10
조회수 : 2394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4/12/13 16:58:01
같은 반이었던 하늘이는 공부에 욕심이 엄청 많은 아이였다.
수학이 부족하다며 수학 과외만 2개를 하던 애였으니까.

그런 하늘이가 나에게 다가온건
내가 학원을 안다니니까 제일 한가해보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늘이는 나에게 같이 독서실을 다니자고 했고
독서실에 가면 눈치를 안보고 만화책을 볼 수 있으니까 나는 옳다구나 하고 같이 다녔다.

그 독서실은 한 방에 4명까지 들어갈 수 있었고
그런 작은 방 두세개가 이어져있었다.
책상이 칸막이처럼 방을 작게 나눠놓고는 있었지만
책상 위쪽으로는 뻥 뚫려있었기 때문에 같은 천장을 공유하는 구조였다.

독서실이 한 건물당 하나씩은 있는 동네인데다가
외진 곳에 새로 지어진 독서실은 사람이 별로 없었더랬다.
덕분에 나랑 하늘이는 그 작은 방 하나씩을 차지할 수 있었다.

하늘이는 바로 내 옆방에 있었고, 하늘이 방도 내 방도 모두 비어있었으니까 
소리내서 말하면 서로에게 다 들려서 편하게 놀며 공부할 수 있었다.

하늘이는 부모님의 기대와 본인의 욕심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독서실 문닫는 시간인 새벽 2시까지 독서실에 남아있고는 했지만,
이상하게도 노력만큼 성적이 따라주질 않았다.

하늘이는 요령을 부리며 게을리 공부하는 내가
본인보다 성적이 잘 나오는것을 부러워하고는 했다.

시험기간에도 하늘이는 한두시간에 한번씩
내 방을 두드리고 찾아와서는 모르는걸 물어보고는 했는데,
나는 혼자 공부하는 스타일이라 하늘이가 찾아오는게 방해되긴 했지만
매몰차게 거절할 수 없었다.

어느 날, 하늘이는 내게 오늘만큼은
독서실이 문닫는 새벽2시까지 같이 공부를 하자며 졸라댔다.
전날밤에 독서실에서 잠깐 엎드려 잤는데 가위에 눌렸다며
무서우니까 같이 있어달라면서.

밤 12시가 지나자
안그래도 사람이 없는 독서실에서 사람들이 하나둘씩 집에 가기 시작했다.

피곤해진 나는 하늘이에게
"나 잠깐 엎드려서 잘테니까 10분만 있다가 깨워줘." 라고 부탁을 한 뒤 책상에 엎드렸다.

분명 방금전까지만 해도 엄청 피곤하고 졸렸는데 잠이 오질 않았다.
나는 주변의 사소한 소리들을 쓸데없이 집중해서 들으며 엎드린 채로
책상 위에 놓인 거울을 멍하니 보고 있었다.

내 눈이 어둠에 익숙해진 덕분인지
스탠드를 꺼놨어도 사물의 형태 구분이 가능했다.

독서실 특유의 적막함 덕에 시계 초침 소리도 크게 들렸다.

똑-
딱-
똑-
딱-

밤에 거울에 비쳐지는 것 중 제일 무서운건 내얼굴이다.
나는 내얼굴이 형태라도 비쳐지는게 싫어서 
독서실 천장을 비추도록 각도를 조절했다.

그때...
하늘이가 있는 옆방에서 부시럭 소리가 났다.

10분이 그새 지났나보다.
곧 나를 깨우러 오겠지?

잔다고 해놓고 왜 안잤냐면서
하늘이에게 한 소리 들을까싶어 긴장하며
혹시라도 하늘이가 내가 깨어있는걸 알아챌까봐 숨을 죽였다.

탁-

옆방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1-2분은 지난거 같은데
옆 방에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내 시선이 스치듯 앞에 놓인 거울에 꽂혔고,
맞은편 책상과 천장의 틈을 비추고 있던 거울에는
날 쳐다보는 듯한 사람 얼굴 형태가 보였다.
.
.
.

하늘이였다.

아까 들렸던 탁- 소리는 하늘이가 책상을 밟고 올라서는 소리였나보다.

하늘이는 책상을 밟고 올라서서 책상과 천장의 틈 사이로 
엎드려있는 나를 한동안 지켜보더니
부시럭 소리를 내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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